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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4+1 협의체, 호남 사수 꼼수?” 또 불거진 '인구 기준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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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기준일 '3년 평균‘ 잠정 합의

중앙일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 협의체’는 내년 총선의 선거구 획정을 위한 인구 기준일을 '3년 평균'으로 조정하는데 잠정 합의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 준비위원장,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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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가 없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꼼수인가, 합리적으로 선거구를 조정하기 위한 개선안인가.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평화민주당+대안신당) 협의체’가 논의 중인 선거구 획정 인구 기준일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내년 총선의 선거구 획정 인구 기준일을 ‘2019년 1월 31일’에서 ‘선거일 전 3년 평균’으로 조정한다는 잠정 합의안 때문이다.

총선의 경우 기준일에 맞춰 지역별 인구를 산정한 뒤 최소 인구수에 미달하는 선거구는 인근 선거구와 통폐합된다. 기준일에 따라 특정 선거구에서 적게는 수백명, 많게는 1만명 넘게 인구가 달라지는 탓에 지역구 부침이 발생한다. 관련 국회의원에겐 생존의 문제다.



인구수 미달 선거구 통폐합 대상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인구 산정 기준일은 ‘선거일 전 15개월이 속하는 달의 말일’이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총선의 경우 2019년 1월 31일의 인구수를 기준으로 삼아 하한(13만8204명)에 미달할 경우 해당 선거구는 통폐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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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1일 인구 산정일 기준 통폐합 대상 선거구.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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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회에 따르면 인구수가 13만 8204명에 미달해 통폐합될 것으로 관측되는 선거구는 호남 2곳(전남 여수갑, 전북 익산갑)을 포함 총 6곳이다. 하지만 4+1 협의체가 잠정 합의한 대로 인구 기준일이 선거일 전 3년 평균으로 바뀌면 인구가 13만7710명인 전북 익산갑은 살아남는다. 인구 산정 기준일을 변경하는 것을 놓고 ‘호남 사수를 위한 꼼수’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인구 기준일의 정치학



인구 기준일은 역대 총선에서 늘 논란거리였다. 과거엔 선거구 획정과 관련 ‘최근의 인구통계로 해야 한다’는 모호한 규정만 있어 인구 기준일이 늘 들쑥날쑥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선 선거 약 10개월 전인 95년 6월 30일을, 2000년 16대 총선에선 99년 12월 31일을 인구 기준일로 정했다. 그러다 2012년 19대 총선에선 이 날짜가 또 선거 1년 6개월 전인 2011년 10월 31일이 됐다. 모두 특정 선거구를 살리거나 없애기 위한 정치권 야합 과정에서 벌어졌다.

2015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진행한 ‘선거구 획정 기준 등에 관한 공청회’에서는 인구 기준일 변동과 관련한 우려가 제기됐다. 공청회 보고서는 “산정 시점에 따라 특정 선거구의 인구수가 달라져 선거구 존폐 여부가 영향을 받고, 선거구획정위의 결정이 정치적 싸움에 휘말리는 빌미를 제공한다”며 “인구수 산정일을 명문화해 논란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2016년 20대 총선부터 인구 기준일을 선거일 전 15개월이 속한 달의 말일로 한다는 공직선거법이 시행됐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여야는 부칙에 인구 기준일을 2015년 10월 30일로 한다는 특례조항을 넣어 입맛대로 기준일을 임의 조정했다.



"양심 마비된 결정" 비판도



매번 인구 기준일이 뒤바뀌는 탓에 총선 때마다 선거구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2004년 17대 총선의 경우 국회 정개특위가 기준일을 2003년 3월 31일로 채택했는데 당시 박상천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전남 고흥은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시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은 “야 3당이 지역구 인구 하한선 적용 시점을 지난 3월 31일로 잡은 것은 박 전 대표의 지역구인 전남 고흥을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한 것”이라며 “양심이 마비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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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협상에 나선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사진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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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에선 지난해 6월 기준 강원 춘천시의 인구가 28만4567명으로 상한선(28만명)을 넘겨 분구(分區) 대상이었는데 인구가 급감해 지난 1월 28만574명으로 집계됐다. 인구 기준일이 언제이냐에 따라 분구가 안 될 수도 있다. 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인구 기준일을 바꾸는 것은 시험지를 받은 뒤 문제가 맘에 안 든다며 출제위원을 바꾸는 격”이라며 “‘3년 평균’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기준을 내놓는 것은 편의적으로 법을 주무르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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