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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반환협의 10년, 지역고통 털었지만… 오염정화비 전액 떠안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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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제 피해 크고 기지 오염도 악화돼
협의 계속해도 장기화 뻔해 先반환 결론
정부 “분담금 협상은 무관” 일단 선 그어
한미동맹 균열설 불식시킬 의도 분석도
서울신문

정부가 11일 원주의 캠프 이글과 캠프 롱, 부평의 캠프 마켓, 동두천의 캠프 호비 쉐아사격장 등 4개의 폐쇄된 미군기지를 즉시 돌려받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사진은 이날 반환된 캠프 롱.원주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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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11일 ‘선(先)반환, 후(後)협의’ 기조로 주한미군 기지 4곳을 즉시 반환받은 것은 일단 기지 환경 정화 비용을 ‘선부담’하더라도 반환 지연에 따른 지역사회와 주민의 피해를 막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미 양국이 미군기지 반환 이후 협의를 지속하기로 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반환 대상 미군기지 80곳 중 이미 반환된 54곳에 대해서는 한미가 반환 절차를 밟으며 오염 정화 책임 관련 협의를 했지만 미국이 정화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파행을 거듭했다.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로 이들 기지 반환이 이뤄졌고 한국 정부가 정화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즉시 반환 대상 기지도 2009~2011년 한미 간 반환이 협의돼 폐쇄됐으나 정화 책임을 두고 한미가 이견을 보이며 협의가 공전됐다. 8~10년 동안 반환이 지연되자 해당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경제적 피해가 늘어났고 기지 오염도 악화되면서 주민은 물론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강하게 반발해 왔다.

결국 미군의 정화 책임 부정으로 협의 지연→주민과 지자체의 반환 지연 반발→정부의 ‘울며 겨자 먹기’로 협의 종료 후 기지 반환과 정화 비용 부담이라는 기존의 방식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협의가 장기화될 거라면 주민과 지역사회의 피해라도 최소화할 수 있게 반환을 먼저 받자는 것이다.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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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미군기지 정화 비용을 한국이 선제 부담함으로써 미국의 한국 측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한국이 분담금을 인상해 동맹에 기여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는데, 한국이 주한미군 기지를 무상 임대해 주고 반환된 기지에 대한 정화 비용도 지불한다는 점을 이번 기회에 다시 부각시켜 압박에 맞서겠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이 해외 주둔 기지를 반환할 때 정화 비용을 지불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한국의 오염 정화 비용으로 방위비 분담금을 상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도 “반환은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는 무관하게 결정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동안 ‘기지 반환이 되면 협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미국이 이번에 ‘선반환, 후협의’를 수용한 배경에 최근 한미 동맹의 균열설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지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주한미군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한미 동맹의 증거로서 주한미군은 2002년 연합토지관리 계획, 2004 용산기지이전 계획 및 주한미군지위협정에 따라 가능한 한 신속히 대한민국 정부로 미군기지를 반환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화 비용을 한국이 먼저 부담하고 이후 협의하겠다고 한 만큼 미국도 잃을 것은 없다고 판단했다는 해석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이미 반환하기로 약속한 기지를 반환했을 뿐 미국이 양보한 건 없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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