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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How] 엘사의 ‘독과점 마법’은 어떻게 극장가를 휩쓸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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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천만 영화만 다섯 편 탄생 ‘신기록’

중박 영화, 독립ㆍ예술영화 파이는 확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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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겨울왕국 2’가 7일 누적 관객 수 1,000만 명을 넘겼다. 역대 27번째이자 올해 다섯번째로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최초로 1,2편 두 작품 모두 1천만을 돌파한 ‘쌍 천만’ 영화가 됐다. 사진은 8일 서울 시내 영화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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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소식입니다, 최근 개봉한 ‘겨울왕국2’(1,069만 명)까지 올해 한국 영화사상 처음으로 한 해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다섯 편이나 쏟아졌다는데요. 극한직업(1,626만 명)을 시작으로 어벤져스:엔드게임(1,393만 명) 알라딘(1,255만 명), 기생충(1,008만 명)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영화들이죠.

덕분에 올해 극장 관객 수도 역대 최고치(2017년ㆍ2억1,987만 명)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는데, 이 같은 화려한 성적표에 차마 박수를 보내지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겨울왕국2 등의 흥행이 따지고 보면 힘있는 대형 배급사를 등에 업은 ‘스크린 독과점’에 기대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의심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겨울왕국2는 개봉 직후 60~70%의 상영 점유율을 보였는데, 이는 극장에 걸린 상영작 10편 중 7편이 해당 영화였단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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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00만 관객 수를 달성한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2’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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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엘사의 겨울왕국만 탓할 일은 아녜요. 이전 천만 영화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정은 그리 다르지 않았어요. ‘극한직업’과 ‘기생충’은 CJ엔터테인먼트, ‘알라딘’과 ‘어벤져스:엔드게임’은 월트디즈니에서 배급을 맡았는데, 모두 상영점유율이 50%를 넘기는 날이 적지 않았죠. 심지어 어벤져스:엔드게임은 최고 상영점유율 80%를 넘기며 기록을 쓰기도 했어요. 이로 인해 올해 박스오피스 10위권 내 영화 중 8편이 모두 CJ와 디즈니가 수입ㆍ배급한 영화로 집계됐습니다.

대형 배급사가 휩쓴 자리에는 풀 한 포기 남지 않았는데요. 독립ㆍ예술영화는 고사하고 200만 이상의 ‘중박’ 영화도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 됐습니다. 올해 200만 이상 영화는 천만 영화 5편을 포함해 모두 25편. 2018년 34편, 2017년 36편, 2016년 33편과 차이가 크죠. 독립ㆍ예술영화의 지난해 전체 관객수(858만명)도 전년보다 12%가량 줄었어요. 영화계 관계자들 사이서 “예전엔 대작 한 편의 ‘틈새시장’에 묻어갈 수 있었는데, 요샌 그조차 불가능하다”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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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영 감독이 지난달 22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스크린독과점을 우려하는 영화인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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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이 같은 상황을 손 놓고 지켜봐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어요.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해소를 위한 영화인 대책위원회는 지난달 “영화법을 개정하고 바람직한 정책을 수립ㆍ시행하라”고 촉구했고, 한 시민단체는 배급사를 독점 금지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최근 ‘스크린 독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라는 글이 등장했어요.

다만 일각에선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N차 관람’ 문화가 자리잡는 등 천만 영화의 흥행을 전부 독과점 덕으로 돌리기엔 어렵다는 반박도 있어요. CGV 관객 분석에서 겨울왕국2의 N차관람 비중은 6.5%(11월 21일∼12월 5일)로, 같은 기간 흥행 상위 10개 영화의 평균 N차관람 비중(1.6%)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주부 박초롱(33)씨는 “그만큼 찾는 사람이 많으니 스크린에 자주, 오래 걸리는 것”이라며 “자유시장에서 독과점을 규제한다는 것이 이치에 맞나 싶다”고 꼬집었습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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