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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먹방 끝···편의점·휴게소로 떠난 쿡방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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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즉시 출시되는 ‘편스토랑’

마장면·돈스파이 등 히트 행렬

지역 특산물 활용 ‘맛남의 광장’

양미리 등 제철 재료붐 일으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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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남의 광장’에서 강릉을 찾은 백종원. 현지 특산물인 양미리를 활용한 새로운 조리법을 선보였다. [사진 SBS]


방송가가 우리 식재료 살리기에 두 팔 걷고 나섰다.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이하 ‘편스토랑’)에 이어 SBS ‘맛남의 광장’ 등 평일 저녁 시간대에 잇따라 편성되면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것. 각각 MBC ‘전지적 참견 시점’과 tvN ‘집밥 백선생’ 등을 통해 먹방과 쿡방 열풍을 이끌어온 이영자와 백종원 등이 전면에 나섰지만 기존 예능 프로그램과는 다르다. 특정 음식이 아닌 식재료가 가진 특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웬만한 교양 프로그램 못지않은 의미를 충족시키는 덕분이다.

‘편스토랑’은 우리쌀, 우리밀 등 국산 식재료를 주제로 6명의 연예인이 요리 대결을 펼치는 방식이다. 같은 우리밀을 주재료로 사용했지만 한식인 불닭부대짜글이부터 이탈리안풍 삼색 뇨끼 파스타, 스페인식 옹심이 감바스 등 활용법도 다채롭다. 이중 금요일 방송에서 우승을 차지한 상품은 다음날 바로 전국의 CU 편의점에 출시된다. 시청자가 곧 소비자가 되어 실제 식재료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출시 직후 SNS 인증샷” 젊은층 취향 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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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대만식 마장면으로 1대 우승을 차지한 이경규.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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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출시 편스토랑’의 심사위원들이 돈스파이크가 만든 돈스파이를 맛보고 있다.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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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전략은 편의점 주 고객층인 2030과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1대 우승 상품인 이경규의 마장면은 출시 첫날 판매량 5만개를 돌파하며 간편 식품 역대 최다 하루 판매량을 기록했고, 2대 우승을 차지한 돈스파이크의 돈스파이도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유통기한이 짧아 일일 판매량이 제한된 탓에 구매하기 어렵다는 소문이 나자 편의점 앱을 통한 예약 구매도 적극 활용했다. 각각 대만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리에서 모티브를 얻은 낯선 제품이라는 점이 되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인증샷’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프로그램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CU의 김정훈 상품개발팀장은 “2030은 해외여행이나 어학연수 등의 경험이 많아 신메뉴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다양한 맛을 즐기고 싶어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2015년 백종원 도시락을 출시해 지난 4년간 꾸준히 메뉴를 리뉴얼해온 김 팀장은 “녹화 일정과 상품 출시까지 한 달 정도 간격을 확보해 최대한 스타의 레시피에 가깝게 상품화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성훈 PD는 “세 번째 주제는 인체에는 무해하지만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소비 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돼지로 정했다”며 “앞으로도 시의적절한 식재료를 찾는 동시에 기존 출시 메뉴도 지속적인 소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수정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정 출연 중인 이경규ㆍ이영자 김나영ㆍ정일우ㆍ진세연 외에도 정혜영ㆍ이정현 등 기존 예능 프로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숨은 실력자들을 발굴 중이다. 황 PD는 “요리 실력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먹는 즐거움’을 아는 분이면 누구나 환영”이라고 덧붙였다.



“강릉 재료로 맛있는 음식 만들어줘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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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남의 광장’에서 강릉 특산물 홍게를 이용해 라면 조리법을 개발하고 있는 출연진. [사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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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연휴 파일럿으로 선보여 이달 정규 편성된 ‘맛남의 광장’은 아예 전국팔도로 지역 특산물을 찾아 나선다. 강릉의 특산물인 양미리와 홍게를 이용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해당 지역에 위치한 옥계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식이다. 11월부터 1월까지만 강릉 앞바다에서 잡히는 양미리는 그동안 시공간적 제약으로 상품성이 낮고 별다른 조리법도 없어 전국 단위로 유통되지 못했지만,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제작지원에 나서 방송 직후 전국 이마트로 팔려나갔다. 지역별 로컬푸드를 알리는 동시에 전국적 소비 확산을 끌어낸 셈이다.

‘백종원의 3대 천왕’ ‘백종원의 골목식당’ 등을 거쳐 이번 프로그램 연출을 맡은 이관원 PD는 “백종원 대표님은 ‘3대 천왕’ 촬영 때도 틈만 나면 시장을 돌아다니며 식재료를 사거나 지역별 조리법을 물어보곤 했다”며 “명색이 요리연구가인데 맞는 조리법이 없어서 소비가 이뤄지지 않는 데는 내 책임도 있지 않겠냐는 말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방송에서 양미리 조림 백반을 맛본 한 시민은 “우리 강릉 재료로 이렇게 맛있게 만들어주니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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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백종원의 쿠킹로그’를 통해 선보인 ‘만능양파볶음’ 레시피.[사진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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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품고 있던 기획을 실행에 옮기게 된 데는 ‘양파 대란’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올해 수확량 급증으로 가격이 폭락한 양파 농가를 위해 백종원이 유튜브 채널에서 선보인 ‘만능양파볶음’ 시리즈가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마음을 굳힌 것이다. 이 PD는 “휴게소뿐만 아니라 공항, 기차역, 버스터미널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다”며 “제철에 맞는 식재료를 지역별로 고르게 다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촬영에 앞서 시간과 장소를 공개하는 이유 역시 더 많은 분이 직접 맛보고 입소문 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래야 농가에 더 큰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새로운 맛 두려움보다 호기심 커져”



이러한 시도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TVㆍ유튜브 할 것 없이 먹방과 쿡방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왜 지금 여기에서 이 음식을 만들고 파는지에 대한 의미를 찾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맛남의 광장’은 얼핏 ‘6시 내고향’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골목식당’식 솔루션과 합쳐져 지역 상권과 농민을 동시에 살리는 효과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그는 2011년 KBS2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촬영 당시 이경규가 선보인 닭 육수를 이용한 라면 요리법이 꼬꼬면 출시로 이어진 사례를 언급하며 “방송이 사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편스토랑’은 수익금을 결식아동에 기부함으로써 공익성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푸드라이터는 “지역적인 특성을 중시하는 현재 미식 트렌드와 맞는 기획”이라고 분석했다. 현지 식재료를 활용해 만든 요리를 높이 평가하고, 해당 요리를 먹기 위해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을 선정하는 미쉐린 가이드처럼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요리법 개발이 필요하단 얘기다. 그는 “이천쌀호빵ㆍ순천고추장호빵 등 올해 출시된 삼림호빵만 24종에 달한다”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음식에 대한 두려움을 뜻하는 ‘네오포비아(neophobia)’에서 호기심, 즉 ‘네오필리아(neophilia)’로 이동이 뚜렷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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