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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2년 진실게임 `곰탕집 성추행` 결국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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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대전의 한 곰탕집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이 CCTV에 찍힌 모습. [사진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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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여부에 대한 진실 공방 탓에 남녀 간 '성 대결'까지 촉발한 '곰탕집 성추행' 사건 피고인에게 유죄가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2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39)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손으로 피해자의 엉덩이를 만져 강제추행했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며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허위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만한 동기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진술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판결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11월 26일 대전의 한 곰탕집에서 모임을 마치고 일행을 배웅하다가 옆을 지나치던 여성 B씨(33)의 엉덩이를 움켜잡은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A씨는 "어깨만 부딪혔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1심에서 징역 6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가 38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검찰이 구형했던 벌금 300만원보다 형량이 더 나오자 A씨 아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원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A씨 아내는 "법원이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의 일방적인 진술만으로 남편에게 실형을 선고했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글에 국민 33만명이 서명하면서 파장이 확산됐다. 청와대가 "재판이 진행되는 사건에 대해 청와대가 언급하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공식 의견을 내놓지 않자 논란이 더 커졌다.

특히 신발장에 가려져 A씨가 B씨의 신체를 만지는 장면이 명확하지 않은 폐쇄회로(CC)TV 영상까지 공개되자 남성의 반발이 확산됐다. 이 영상에서 A씨와 B씨가 교차해 지나가는 시간이 1.333초에 불과하다는 점도 논란을 키웠다. 이후 공개된 다른 CCTV 영상에서도 A씨의 몸에 가려 신체를 만지는 장면이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판결에 반발하는 남성들은 서울 대학로에서 집회를 열고 "사법부는 각성하라" "날림 재판 필요 없다" 등 구호를 외쳤다. 한 네티즌은 "피해자 진술에만 의존해 1.333초의 영상 장면만으로 한 명의 인생을 망쳤다"며 한탄했다. 온라인에서는 억울하게 성추행이나 성폭력 혐의를 받은 사연들이 잇따라 공유되기도 했다. 이에 여성도 '맞불집회'를 열고 "가해자 진술에는 어떤 의혹도 제기하지 않고 피해자 진술만을 집요하게 문제 삼는 것은 피해자가 겪어온 2차 피해를 그대로 재생산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피해자 B씨의 지인도 한 온라인 사이트에 "아내분의 감정만을 앞세운 호소 글로 B씨를 마치 꽃뱀으로 매도하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는 글을 올렸다.

이러한 논란 속에, 지난 4월 항소심도 A씨의 유죄를 그대로 인정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피해자에 대한 추행 정도가 그리 중하지 않다"면서 원심보다 가벼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경찰 조사에서 'CCTV 영상을 보기 전에는 피해자와 신체 접촉이 전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CCTV 영상을 보니 신체 접촉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했다"면서 A씨 진술의 일관성 부재를 지적했다. 이어 "CCTV 영상에서 A씨가 출입구를 보면서 뒷짐을 지고 서 있다가 돌아서는 장면, A씨의 오른쪽 팔이 피해자 쪽으로 향하는 장면, A씨와 B씨가 인접한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B씨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 장면, 이어서 B씨가 돌아서서 A씨에게 항의하는 장면 등이 피해자의 진술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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