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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아웅산수치 끝모를 추락…"도덕신뢰 증발·노벨평화상 반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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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법정서 로힝야 학살 혐의 반박해 국제사회로부터 역풍

"의도적, 기만적, 위험한 오리발"…노벨평화상 수상자들도 집단분노

연합뉴스

수치 고문 사진 태우는 시위자
국제사법재판소(ICJ)의 '로힝야 집단 학살' 재판이 진행된 지난 1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소수민족 로힝야에 대한 인권탄압 논란을 직접, 앞장서 부인한 아웅산 수치(74) 미얀마 국가고문이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유엔의 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미얀마군의 집단학살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면서 수치 국가고문의 위상은 인권 수호자에서 멀어지는 차원을 넘어 반인류범죄 동조자로까지 악화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미얀마를 집단학살 혐의로 ICJ에 제소한 감비아 측은 12일(현지시간) 진행된 최종 심리에서 로힝야족 사건에 대한 수치 고문의 '침묵'을 거세게 비난했다.

감비아 측 변호인은 그를 향해 "당신의 침묵이 발언보다 더 많은 말을 하고 있다"면서 "당신은 한 차례도 강간(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군의 범죄 혐의 가운데 하나)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들은 혐의가 부인할 수 없고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보니 아예 무시하기로 했다"고 비판했다.

미얀마군은 2017년 8일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종교적 탄압 등에 반발한 무슬림계 로힝야족 일부가 경찰 초소를 공격한 이후 대대적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집단 성폭행, 학살, 방화가 곳곳에서 벌어져 로힝야족 마을들이 초토화되고 수천 명이 사망했다. 사태 여파로 70만명 이상의 로힝야족 난민이 발생했다.

수치 고문은 이날 최후 진술에서 당시 충돌 과정에서 국제인도법 위반이 있었다 하더라도 집단학살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며 재판부에 사건 기각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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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진행된 '로힝야 집단 학살' 재판에서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미얀마를 변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1991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수치 고문은 한때 군부 독재에 대항해 비폭력 민주화 운동을 이끌며 미얀마 민주화와 인권의 상징으로 추앙받았다.

이런 그가 자국군을 두둔하며 군의 학살 혐의를 부인하자 국제사회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ICJ 재판 시작 전날인 9일, 인도 아동인권운동가 카일라시 사티아르티 등 노벨평화상 수상자 8명은 공동 성명을 내 수치 고문이 범죄 혐의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수치 고문이 자국군의 집단 학살 등 혐의를 규탄하는 대신, 잔혹 행위가 일어난 사실 자체를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그에게 혐의를 인정하고 도덕적 책임을 질 것을 촉구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의 동아시아 지역 담당자 니콜라스 베클린은 AP통신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수치 고문은 이날 심리에서 로힝야족에 대해 미얀마가 자행한 범죄의 심각성을 축소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는 범죄 혐의를 언급하지도 않았고, 폭력의 규모를 인정하지도 않았다"며 "이 같은 부인은 의도적이고, 기만적이며,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주요 외신들도 수치 고문의 미얀마군 두둔 행위에 대한 비판을 이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사설에서 수치 고문이 ICJ 재판에서 미얀마를 변호함에 따라 그에게 남아 있던 도덕적 신뢰성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치 고문 옹호자들의 지지 집회를 보면, 그가 내년에 있을 총선을 위해 지지세를 늘리려고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일랜드 일간 아이리시타임스도 같은 날 사설에서 "수치의 자세는 역설적이고 모순적이며, 그가 노벨 평화상을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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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ANMAR-ROHINGYA/WORLD COURT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 앞에서 수치 고문의 지지 집회가 벌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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