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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국내기관, `시총 2조달러` 아람코 투자안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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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공모주 청약에 국내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람코가 상장 후 이틀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간 것도 국내 투자자들로서는 그림의 떡이 됐다.

13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운용자산이 700조원을 넘는 국민연금은 물론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 주요 공제회, 대형 민간 자산운용사, 증권사 모두 이번 IPO에 대한 직접투자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투자 집행 규모가 큰 대형 기관이 참여하지 않은 것에 비춰 보면 자금력이 여의치 않은 중소형사들의 참여 역시 전무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모가를 토대로 산정된 기업가치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시가총액을 웃도는 1조7000억달러에 달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참여가 전무하다시피 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사우디 증시인 타다울에 상장된 아람코 주가는 첫 거래일에 가격제한선인 10%까지 오른 데 이어 이튿날에도 4.6% 상승해 36.8리얄로 마감했다. 이날 달러로 환산한 아람코 시가총액은 1조9600억 달러로 종가 기준 시총 2조 달러 문턱을 눈앞에 뒀지만, 국내 기관투자가들로서는 IPO에 참여하지 않아 먼 나라 얘기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아람코 IPO에 나서지 않은 표면적인 이유로는 사우디 증시의 폐쇄성이 꼽힌다. 외국인 기관투자가가 타다울에 직접투자하려면 적격외국인투자자(QFI) 자격을 갖춰야 한다. 사우디 당국에서 QFI로 인정받으려면 운용자산(AUM)이 5억달러(약 58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다만 이 같은 최소 운용자산 제한은 국내 연기금과 중대형 운용사 보험사의 운용자산이 수십조 원에서 수백조 원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장애물로 보기는 어렵다.

결국 기관투자가들이 아람코 IPO에 발을 담글 의지가 크게 없었다는 분석이다. 아람코의 기업가치에 대한 의문이 작용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올라야 아람코 수익성이 높아지는데, 미국산 셰일유 증산 등 이유로 유가가 크게 뛰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자산운용사의 경우 아람코를 비롯한 중동에 대한 국내 투자 수요가 풍부해야 실제 투자에 나설 유인이 생긴다. 하지만 국내에 설정된 중동아프리카 펀드는 총 4개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펀드별 설정액이 모두 50억원 이하인 자투리 펀드인 데다 지속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실정이다.

기관투자가가 IPO에 직접 참여하는 것 이외에 IPO에 따른 주가 상승분을 수익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외국계 투자은행(IB)과 스왑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 방법도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 관계자는 "국내 대형 기관들은 이 방법으로도 아람코 IPO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기관은 향후 상장돼 거래되는 아람코 주식을 매수할 의사를 밝혔다. 이밖에 개별 주식을 직접 매수하지 않더라도 아람코가 이달 중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에 포함되면 이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자금은 자동적으로 아람코를 포트폴리오에 일부 담는 효과가 있다. 앞서 MSCI는 특별한 이슈가 없는 경우 오는 17일 장 마감 이후 아람코를 지수에 편입하겠다고 밝혔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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