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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선거 전 예측과 달리 英 총선서 보수당이 압승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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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관저 앞에서 손흔드는 존슨 총리 13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의 총리 관저 앞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왼쪽)가 오른쪽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어 총선 승리에 대한 기쁨을 표했다. 그의 동거인 캐리 시몬스도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집권 보수당은 하루 전 조기 총선에서 하원 650석 중 364석을 얻어 1987년 마가릿 대처 전 총리 이후 32년 만에 최고 승리를 거뒀다. 런던=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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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1 “나 좀 인터뷰 해주십쇼. 할말 있어요.”

12일 오후 4시 영국 런던 중심 웨스트민스터 내 총선 투표장에서 취재 중인 기자를 본 런던시민 스테이시 씨(52)가 투표를 하고 나오면서 한 말이다. 그는 큰 소리로 “브렉시트가 되던, 유럽연합(EU)에 잔류하던, 무조건 이번 선거에서 과반을 넘기는 당이 나와서 이 답답한 상황이 끝나야 한다”고 외쳤다.

#상황2: “여기는 런던이에요. 전체 민심은 다릅니다.”

이날 기자가 투표소 앞에서 인터뷰한 런던 시민 10명 중 7명이 ‘난 잔류파(Remainer)’라며 노동당 등 야당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런 인터뷰를 계속 하던 기자에게 지나가던 한 영국 시민이 “여긴 런던이란 점을 감안하라”고 조언했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런던은 영국 내 다른 지역과는 민심이 다를 수 있다는 의미였다.

12일 조기 총선에서 보수당이 압승한 이유인 ‘브렉시트 피로감’과 ‘민심이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날 보수당은 영국 하원 총 650석 중 368석을 차지해 과반 의석(326석)을 훌쩍 넘겼다. 선거 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보수당이 제1야당인 노동당에 10% 이상 앞서고 있었지만 격차가 줄어드는 추세였다. 더구나 선거 운동 중 보리스 존슨 총리의 각종 기행이 BBC 가디언 등 영국 유력언론에 집중부각되면서 보수당 지지율이 하락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영국 유권자들은 보수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 또 다시 브렉시트 결정이 미뤄지는 일이 브렉시트 시행보다 더 안 좋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2016년 6월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가 결정된 후 여야 갈등 속에 3번이나 미뤄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커자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0%에 머무는 등 영국경제마저 침체됐기 때문이다,

이는 새 브렉시트 합의안을 만들어 제2국민 투표를 하자는 노동당에 대한 민심이반으로 이어졌다, 과거 노동자 계급, 즉 블루컬러가 많은 광산지역으로, 노동당의 강세 지역인 잉글랜드 북부와 미들랜즈, 웨일스 북부 지역 등 속칭 ’붉은 벽‘(red wall) 지역에서 76석 중 50석을 보수당으로 빼앗기며 노동당이 완패한 이유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수당의 푸른 물결이 붉은 벽을 부셔버렸다”고 전했다.

중산층, 상류층 이상의 화이트 컬러가 월등히 많은 런던 등 대도심,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영국 지식인과 주요 언론이 영국 전체의 여론과는 괴리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투표장에서 만난 제이미 씨(45)는 “사실 EU에 묶여 EU를 따르고, 이민자가 많아져 일자리가 줄어도 상류층은 아무 상관없다”며 “피해를 보는 건 하류층”이라고 말했다. 선거 전 예측과 달리 보수당이 압승한 이유다.

이날 선거 결과로 내년 1월 말 EU 탈퇴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1월 브렉시트가 시행돼도 당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EU와 영국은 내년 말까지 브렉시트 전환(이행)기간을 두기로 했다. 이 기간에는 현재처럼 영국이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잔류 등이 유지된다. 전환 기간도 내년 7월 1일까지 양측이 다시 조율할 수 있다. 다만 EU와 영국이 브렉시트 시행 후 새로운 무역협정 등 미래관계 협상에 합의를 하지 못하고 내년 전환기간마저 연장되지 않으면 2020년 12월에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런던=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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