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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세상읽기]우려스러운 한반도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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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북한은 대남강경정책을 펼쳤다. 공식적인 남북대화는 하지 않고 대남 비난만 지속했다.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식량지원을 거부하고 단거리 발사체 신종 4종 셋트를 시험 발사했다.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방북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금강산관광지역 남측 시설물 철거를 요구했다. 강경정책을 펼치면서도 수위 조절의 모습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거명해 비난하지 않았다. 서해북방한계선(NLL)과 군사분계선(MDL)에 대한 직접 도발은 없었다. 각종 연락채널 및 개성공동연락사무소를 유지했다.

경향신문

대남강경정책의 결정 요인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남측의 중재 없이도 미국과 직접 대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둘째,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와 관련한 남측의 소극적 반응에 대한 서운함이다. 셋째,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 시 한·미 연합공중훈련 실시에 대한 배신감이다. 넷째,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지속 및 신규 전략무기 도입에 대한 실망감이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노딜 이후 통미봉남 전략에 집중했다. 북·미 실무협상을 하면서도 남북대화는 하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측의 중재자론을 비판했다.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에서 남측의 현장 참여를 강력히 반대했다.

선미후남 전략도 간혹 엿보였다. 6·30 남·북·미 정상회동에 호응했다. 대남 비난은 외세의존과 적대행위에 초점을 맞추었다. 민족자주와 군사합의 준수를 요구한다. 한·미동맹을 이완시키고 한·미 군사훈련 및 신규 전략무기 도입을 중단시키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내년도 대남정책도 강경정책이 예측된다. 예측 요인은 북·미관계, 남북관계, 북한의 국내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 북·미관계 요인에 있어, 북한과 미국은 이미 각자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10월과 12월 백두산행을 통해 새로운 길에 대한 중대결심을 했고 그 내용을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추인받은 듯하다. 오는 23일 전후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투쟁방향을 결정하고 신년사를 통해 공표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년사에 북·미대화 중단과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해제 등 새로운 길의 구체적 행동계획을 담을 듯하다. 주변국들이 우려하는 ICBM·SLBM·인공위성 등을 시험 발사하면서 자신들의 존재감 과시 속에서 한반도의 긴장고조가 우려된다.

미국은 ‘로켓맨, 무력불사, 모든 것 상실’이라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 속에서 강 대 강 맞대응 길을 예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학에 토대한 전략이 아니라 돈에 토대한 감에 의한 대외정책을 펼치기 때문에 불안정하다. 국내적으로 탄핵국면을 탈피하고 대중견제와 대한방위비 증액을 이끌기 위해서도 한반도 긴장고조를 선택할 듯하다. 신년교서를 통해 강력한 대북제재와 군사옵션 가능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관계 요인에 있어, 체제경쟁을 심화시킬 듯하다. 민족중시 대 동맹중시의 선택 강요도 예상된다. 통미봉남 대 통남통미의 전략적 충돌은 남북갈등을 확산시킬 수 있다. 비핵화와 한·미 군사훈련의 연계 대 분리의 남북 간 충돌이 예측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 시 9·19 군사분야합의서 무효화와 상반기 내 개성공단을 재개하지 않으면 공단 철거 메시지를 발산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국내 요인에 있어, 새로운 길 선택에 대한 남측으로부터의 명분 확보이다. 군부 달래기용으로써 강력한 군사적 지도상을 부각시킬 듯하다. 당창건 75주년을 맞아 긴장고조를 통한 체제결속이 필요하다.

내년도 남북관계 및 한반도 정세는 복잡하고 불안정한 상황이 예상된다.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경험과 지혜가 있다. 남북관계를 기본으로 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선순환 전략이 필요하다.

2018년에는 남북관계가 있었기에 북·미관계를 견인했다. 2019년에는 북·미관계가 있었지만 남북관계를 견인하지 못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 후 미국의 대한 관심도가 증대되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독자성 구축의 중요함과 시급함을 보여준다. 연말 연초 외교력의 총동원이 필요하다. 혹시나 북·미협상에서 우리가 패싱되지 않도록 한·미공조 강화가 요구된다.

문 대통령은 전쟁불원, 남북관계 복원, 톱다운 방식의 효용성에 대한 대내외 메시지 발산이 시급하다. 필요하다면 한·미 정상회담도 개최해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대통령의 남북협력 의지를 전달하는 대북특사 파견도 검토해야 한다. 대통령 신년사에 북한이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지속하는 동안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전략자산 전개를 유예하는 결단을 담으면 남북관계 복원의 청신호가 될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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