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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본회의 무산]1번 안건부터 “필리버스터” 빗장…국회 문 틀어막은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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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선거법 강 대 강 대치’

오전 합의 → 지연 → 파기…한국당 필리버스터 예행 연습도

문 의장 “실질적 합의안 도출 기대”…본회의 빨라야 19일

경향신문

13일 오후 3시 열리기로 했던 12월 임시국회 1차 본회의가 자유한국당의 기습적인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지연되다가 무산됐다.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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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총력 대치 끝에 13일 예정됐던 임시국회 본회의가 결국 무산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7시30분쯤 입장문을 내고 “오전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합의한 내용이 이행되지 않은 데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며 본회의를 개의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는 16일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을 예고했다. 현재로선 다음 본회의는 빨라도 19일이 유력한 상황이다.

회기결정 안건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신청이 이날 본회의 무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한국당 심재철·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오전 11시 의장 주재 회동에서 오후 3시에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민주당이 16일까지 임시국회를 여는 방안을 제출하고, 한국당이 관례에 따라 30일 동안 진행하는 안을 제출하면서 충돌이 있었는데 문 의장 중재로 일단 본회의를 열고 찬반토론 후 표결 처리하기로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 원내대표가 이날 오후 의원총회 이후 회기결정 안건에 대해 찬반토론이 아닌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겠다고 나서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문 의장은 이날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카드를 합의 파기로 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도 “무한 되돌이로 임시국회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문 의장은 입장문에서 “16일 오전 3당 원내대표 회동을 다시 열어, 실질적인 합의안 도출을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야 간 주말 마라톤협상이 벌어진다 해도 입장 차이가 좁혀질지는 미지수다.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의 향방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문 의장은 이날 하루에만 3차례 원내대표 회동을 소집했다. 회기결정 안건은 필리버스터가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한국당의 뜻을 굽히려 했지만 실패했다. 오후 3시 소집한 회동에 심 원내대표는 참가를 거부했다. 오 원내대표도 불응했다. 오후 7시 회동 역시 두 원내대표가 불참하면서 무산됐다. 민주당은 하루라도 빨리 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의 강행에 따르는 부담이 컸다. 여야 갈등 속에 직접적인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문 의장의 최종 무산 발표 전까지 이날 본회의 개의는 지연에 지연을 거듭했다. 오후 3시 개의는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로 무산됐고,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 오후 6시 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희망사항으로 그쳤다. 민주당은 마지막으로 8시 본회의 개의 여부를 타진하겠다고 나섰지만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그사이 여야 의원들은 긴장 속에 대치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양당은 경쟁적으로 의총을 열고, 소속 의원 전원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언제 있을지 모를 본회의 ‘결전’을 대비해서였다.

이날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로텐더홀 본회의장 앞에서 사흘째 농성을 이어갔다. 일부 의원들은 패스트트랙 필리버스터 상황을 대비해 ‘예행연습’에 나서기도 했다. 오후 들어서는 황교안 대표 지휘 아래 규탄대회를 열고 민주당의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계획을 ‘날치기 시도’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규탄 발언이 마이크를 타고 국회 본청 구석구석까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오전과 오후 2차례에 걸쳐 의총에 소집됐다. 오전 의총에서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선거법 개정안 협상 상황 보고가 나왔다. 오후 의총에서는 그사이 만들어진 잠정 합의안에 대한 보고가 이어졌다. ‘법안 취지가 무색해졌다’ ‘군소야당에 지나치게 끌려간다’는 불만이 제기됐지만, 협상 전권을 쥔 당 지도부의 판단을 엎을 수는 없었다. 의총 이후 민주당 의원들에게는 비상대기령이 내려졌다. 오후 내내 의원들은 국회 근처에서 머물렀다. 오후 6시가 넘어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원내대표의 문자메시지가 의원 전원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본회의 자체가 무산되면서 기다림이 무색해졌다. 원내대표의 “본회의 개최가 무산돼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는 문자메시지가 다시 의원들에게 전달됐다.

이날 국회에서는 우리공화당의 기습적인 본관 진입 시도로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와 당원·지지자들은 이날 국회 인근에서 패스트트랙 법안 반대 시위를 벌이다 오후 6시15분쯤 국회의사당 본관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과 국회 방호직원들이 이를 제지하면서 충돌했고, 우리공화당은 의사당 진입에 실패했다. 이들은 ‘문재인 좌파독재정권 퇴진’ 등이 쓰인 손팻말을 들고 의사당 앞에서 농성하며 “국회 해산” 등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국회 출입문에 물건을 던지기도 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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