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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기자가 만난 세상] ‘신혼특공’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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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쯤 전, 집을 살 뻔했다. 결혼이 계기였다. 혼자일 때 적당했던 오피스텔은 둘이 살기 비좁았다. 마침 오피스텔의 전세 계약기간도 끝나갈 무렵이었다. 소위 ‘영혼까지 끌어모아’ 무리해서 은행 대출을 받으면, 동네 근처에 아파트를 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평일·주말 시간을 쪼개 아내와 ‘미래의 우리 집’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2∼3곳의 매물로 좁혀졌고, 우리는 저울질에 들어갔다. 그런데 한편에서 ‘대출금 이자가 얼마인데, 굳이 집을 이렇게 무리해서 사야 할까’라는 생각이 계속 고개를 들었다.

그때 ‘신혼부부 특별공급’(신혼특공) 제도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당시 실수요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히기 위해 신혼특공 물량을 2배(민영주택 10%→20%, 국민주택 15%→30%)로 늘린다는 정부의 정책에 ‘혹’했다. 또한 아내가 대학원 박사과정 중이어서 신혼특공의 기본 조건인 소득부분에서 ‘우선 공급’ 기준에 부합했다.

세계일보

김선영 산업부 기자


정부는 외벌이 부부의 경우에는 전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 맞벌이는 120%를 기준으로 신혼특공 물량 중 75%를 우선 공급한다. 이 기준을 총족하는 소득은 3인이하 가족 기준 월 540만원(맞벌이는 648만원)이다. 연봉으로 치면 6480만원(맞벌이는 7770만원) 수준이다. 통계청의 ‘2018년 신혼부부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맞벌이 부부의 평균 소득이 7364만원(외벌이 부부 4238만원)이다. 신혼부부 가운데 맞벌이 비중이 47.5%를 차지하는데, 이런 기준과 현실을 볼 때 상당수 맞벌이 부부에게 신혼특공 우선공급은 ‘그림의 떡’이다.

“우리는 ‘우선공급’ 기준에 맞네. 가능성 좀 있겠는데.” 결국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우리는 신혼특공에 기대를 걸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전셋집’을 구했다. 하지만 장고 끝에 둔 악수였을까. 당시만 해도 2년의 전세 계약기간 동안 신혼특공의 행운이 찾아올 거라 믿었지만 지난 1년 6개월 동안 ‘감감무소식’이다. 현재 전셋집 계약기간이 반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또 고민은 시작됐다. ‘언제될지 모르는’ 신혼특공을 계속 도전해야 할지, 아니면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야 될지를 두고 말이다.

우리 부부의 ‘당첨’ 여부를 떠나, 무주택 신혼부부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주는 신혼특공은 분명 괜찮은 제도다. 다만 기자로서 볼 때, 아쉬운 점은 있다. 우선 올해 기준 월평균 소득이 702만원을 넘으면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다는 구조적 문제다. 반면 민영주택의 신혼특공은 자산 기준이 없다. 즉 월급쟁이 신혼부부들 중에는 소득 구간을 넘겨 지원도 할 수 없는데, 월 소득은 적지만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금수저’ 신혼부부의 경우에는 당첨 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맹점은 향후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여담이지만, 이번 칼럼을 쓰면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들어가봤다. 작년 6월쯤 구매를 고려했던 아파트들은 1억4500만∼1억6500만원가량 오른 가격에 매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집을 ‘살까, 말까’를 두고 고심하던 때, 더 강하게 신혼특공을 주장한 원죄(?)가 있기에 집값 오름세를 보며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여보, 내가 미안하다. 근데 우리 이번엔 어떻게 할까.”

김선영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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