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8차사건 당시 수사관 가혹행위 일부 인정
이춘재 8차사건 당시 국과수 직원 '묵비권 행사'
연합뉴스 |
진범 논란을 빚어온 1988년 ’이춘재(사진) 연쇄살인’ 8차 사건을 조사했던 당시 경찰 수사관들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진범으로 몰아간 윤모(52)씨를 상대로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를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면서 지난달 법원에 재심을 청구한 윤씨는 그동안 과거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불법적인 가혹행위에 못 이겨 허위로 자백했다고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13일 윤씨의 재심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다산과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등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 6부(전준철 부장검사)는 최근 8차 사건 당시 수사관이었던 장모 형사 등 3명을 불러다 조사했다.
소아마비 장애인인 윤씨는 장 형사 등이 불법적으로 체포·감금하고 구타와 가혹행위를 저질렀다며 당시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행위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장 형사 등은 검찰 조사에서 윤씨를 상대로 잠을 재우지 않는 등 가혹행위를 한 사실에 대해 일부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수사관의 입에서 불법행위를 인정하는 진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 형사 등은 앞서 경찰 수사 때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를 믿고 확신을 가진 상태에서 윤씨를 불러 조사한 터라 가혹행위를 할 필요도 없었다”며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이들 수사과은 또 윤씨를 주먹이나 발로 때리는 등 폭행하거나 쪼그려 뛰기를 시키는 등 다른 가혹행위를 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는 이미 숨진 당시 최모 형사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산 측 역시 검찰에 제출한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당시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1989년 7월25일 밤 불법 체포된 윤씨는 범행을 계속 부인하다가 이튿날 새벽부터 약 1시간 동안 자백한 것으로 돼 있다”며 “조사 첫날부터 잠을 재우지 않은 사실은 수사기록, 항소심 판결문 등을 통해 입증되고 있고, 윤씨는 일관되게 경찰의 폭행 및 가혹행위를 주장해왔다”고 설명했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모(52)씨가 재심청구서를 들고 지난달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수원=뉴시스 |
검찰은 아울러 사건 당시 국과수가 윤씨에 대한 감정 결과를 조작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과수에서 이 사건을 담당한 전 직원은 최근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지검 전담조사팀은 과거 이 사건 증거물에 대한 감정서 작성에 관여했던 전 국과수 직원 A씨를 최근 조사했다.
A씨는 경찰로부터 윤씨의 체모를 포함, 용의선상에 오른 여럿의 체모 등을 받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방사성 동위원소 감별법(체모 등에 포함된 중금속 성분을 분석하는 기법) 분석을 의뢰하고, 그 결과를 받아 감정서를 작성한 바 있다.
검찰은 그간의 조사를 통해 원자력연구원의 감정 결과와 A씨가 작성에 관여한 국과수 감정서 내용이 비교 대상 시료 및 수치 등으로 볼 때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검찰은 A씨를 소환해 그 경위를 물었지만, 그는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사건 당시 경찰이 윤씨를 범인으로 몰고자 국과수의 감정서 조작 과정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윤종 기자 hyj070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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