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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MT리포트]처벌에만 초점 맞춘 '민식이법'… 우리가 놓친 것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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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백지수 기자, 김예나 인턴, 유동주 기자, 임찬영 기자, 구단비 인턴기자, 원준식 인턴] [편집자주]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식이법에 대한 논란이 과잉처벌, 악법 주장에 이어 보수·진보간 진영대결과 이념논쟁으로까지 확산됐다. 법안 내용을 정확히 이해해 어린이 교통안전을 어떻게 강화해야 할지에 대한 후속 논의가 필요한 자리에 처벌에 대한 두려움과 입법 과정에 대한 아쉬움이 자리잡았다. 민식이법을 낳기까지 우리가 무엇을 놓쳤기에 이런 논란이 일어나는 것일까.

[민식이법, 어떻게 볼 것인가(종합)]


'민식이법', 우리가 놓친 것들

[the300]국회 법안 심의, 대안 논의 과정서 충실함 놓쳐…법안 본뜻 이해 노력도 부족

머니투데이

(대전=뉴스1) 주기철 기자 = 스쿨존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민식이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11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둔산 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찰이 과속단속 카메라를 설치해 과속 차량을 단속을 하고 있다. 대전시는 경찰과 '민식이법' 관련 예산이 반영되는 대로 과속단속 카메라 및 신호등 설치 등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충남도는 오는 2022년까지 도내 모든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에 자동차 무인과속단속카메라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2019.12.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식이법’. 어린이들은 철석같이 믿고 지나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어른들의 부주의로 일어나는 사고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안타깝게 쓰러진 어린 생명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자 우리 사회는 법을 강화해 좀 더 단단한 약속을 했지만 입법 과정에서 여러 가지를 빠트렸다. 결과를 두고도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있다.

민식이법을 둘러싼 논란은 정치권이 입법 과정에서 법안 취지의 곡해 가능성을 막을 수 있는 치밀한 논의를 못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처벌’보다 ‘예방’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 탓도 있다.

20대 국회가 끊임없는 정쟁으로 역대 최저 법안처리율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법안 통과가 절실하긴 했다. 하지만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개정안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채 몇 분도 심의하지 않았던 점, 여야가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 논의를 함께 한 적이 한번도 없는 점 등은 입법기관이 진짜 해야 할 일들을 놓친 것이다.

◇진영 대결로 번진 민식이법 논란=지난 9월 김민식군이 당시 9세의 나이로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망한지 한달 후 이 지역 국회의원인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아산시을)과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아산시갑)은 김군 부모님 등의 의견을 반영해 도로교통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 즉 민식이법을 각각 발의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사고 가해자 처벌 강화 등의 내용이었다.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가 이들 법안들을 각각 심사해 만든 대안은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치사 사고 가해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치상 사고 가해자는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 처벌을 받는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아이가 갑자기 튀어나와 사고가 나도 무조건 운전자 과실로 가중처벌을 받는다”, “애매한 안전 유의로 운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독박’을 씌우는 법” 등의 주장이 나왔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내면 무조건 감옥에 간다”는 일부 보수층 주장과 “어린이 안전 사고에 대해 엄중하자는 취지를 스치기만 해도 징역을 산다는 가짜뉴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진보층 반박이 충돌했다.

민식이법 통과 이전에도 경찰은 어린이들이 언제든 뛰쳐나올 수 있으니 고도의 주의를 갖고 방어운전을 해야 한다고 계도했고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운전 부주의에 따른 사고는 기존 법으로도 엄한 처벌을 받았다. 운전 부주의는 앞을 보지 않고 휴대폰을 만지는 행위 등으로 판단됐고, 강한 처벌이 나올지는 운전자 과실 여부나 유형을 사안마다 판결하는 법원에 달렸다.

민식이법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규정 속도 시속 30㎞를 초과하는 등 안전 유의 의무를 지키지 않아 13세 미만 어린이를 죽거나 다치게 했을 때가 처벌 대상으로 모든 사고를 가중처벌하는 것은 아니다. 시속 30㎞ 이하로 서행하다 어린이 충돌 사고가 나더라도 실제 사망 사고가 날 가능성도 적다.

가중처벌 해석 논란을 떠나 법안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놓친 것은 법을 만든 국회도 마찬가지다. 지난 10일 본회의장에서 투표한 의원들조차 법안 내용을 잘 알지 못했다는 고백이 나올 정도다.

◇국회의원들도 놓친 법안 내용= 특가법 개정안에 반대표를 던진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본회의 당시 예산안 처리와 맞물려 뒤죽박죽으로 법안들을 급하게 올리다 보니 법안 요지가 담긴 서면 자료도 제공되지 않았다”며 “많은 의원들이 정확한 내용을 모르고 표결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소관하는 상임위 법안이 아닐 때, 특히 비쟁점법안인 경우 본회의에 상정되더라도 법안 내용을 상세히 알지 못하는 의원들이 적잖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국회 상임위 법안 심의가 매우 중요하다.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본회의에서 거의 모두 그대로 통과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소관 상임위도 매우 성급했다. 특가법 개정안은 법사위에서 소위 심사도 거치지 않고 11월 29일 전체회의에서 바로 의결됐다. 당시 대표발의 의원의 제안설명이나 위원장의 대안 설명도 없었다. 대체토론도 1분 만에 끝났다.

현재 논란이 되는 처벌 형량에 대해 의원들의 고민은 없었다. 법무부와 법원도 마찬가지였다.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엔 국회가 입법 재량에 따라 민식이법을 입법할 수 있다는 원론적 답변만 답았다.

◇형량 강화 이외 대안 논의 부재=민식이법이 처음부터 눈길을 끈 것은 아니다. 법안이 발의됐던 10월은 ‘조국 이슈’가 국회의 블랙홀이었다. 그러다 11월 문재인 대통령이 “운전자들이 어린이보호구역을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실행하라”고 정부에 지시하자 국회 입법이 급물살을 탔다.

한 국회 관계자는 “솔직히 국회가 민식이법을 심도 있게 논의하지 않던 상황에서 대통령이 말 한마디 하는 바람에 상황이 급변한 것”이라며 “그러면서 여론이 쏠리면서 상황이 급물살을 탄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을 발의한 이명수 의원도 이런 대목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해서 국회가 서둘러서 한 측면이 있는데 그런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면 하고, 관심을 안가지면 안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처럼 성급해서 놓친 아쉬운 점들이 적잖다.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 등 어린이 교통안전 법안들을 모두 한데 모아 총체적인 토론과 논의를 통해 각 법안들을 보완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민식이법 입법 과정에 참여한 국회 관계자는 “국회 법안 심의 과정에서 통학차량이 정차돼 있으면 일반차량들이 모두 정지하는 해외 교통문화 등을 적극적으로 접목하는 논의가 있었다면 형량 강화가 아니더라도 더 큰 개선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훈식 의원은 법안 논란에 대해 “과하다는 일부 시각이 있는데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법안 취지와 다르게 진영간 대결로 가는 부분과 논쟁은 안타깝다”며 “과정의 진통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입법이 반드시 어린이 교통안전 기준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철희·백지수 기자


민식이법 결론 낸 국회 법사위…형량 어떻게 정했나

[the300] '국회 법사위 검토보고' 검토해보니…강훈식안에 '어린이 피해', 이명수안에 '운전자 책임' 구체화

머니투데이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 형량을 강화한 일명 ‘민식이법’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을 두고 논란이 잇따른다. 어린이 안전 기준을 강화하기 위해 형량 강화는 불가피하다는 주장과 민식이법의 형량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 부딪친다.

이 가운데 국회를 최종 통과한 민식이법을 만든 법제사법위원회가 어떤 판단으로 최종안을 만들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된 민식이법(특가법) 검토보고서와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법사위는 지난 11월 심의 과정에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과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 대표발의안을 합쳐 최종안을 만들었다.

◇두 개의 원안…‘강훈식 안’과 ‘이명수 안’ = 강 의원과 이 의원은 지난 10월11일과 15일 나흘 차이로 각각 특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안은 모두 충남 아산에서 발생한 고(故) 김민식군이 스쿨존 내 교통사고를 계기로 발의됐다. 이 의원은 충남 아산시 갑, 강 의원은 충남 아산시 을로 지역구를 맞대고 있다. 두 법안 모두 스쿨존 내 사고에 대한 형량 강화를 주장했지만 대상과 내용이 좀 달랐다.

‘강훈식 안’은 교통사고 ‘12대 중과실’ 중 어린이 보호구역 내 안전 운전 의무를 위반해서 사망 사고가 나면 가해자에게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 징역으로 가중처벌하게 하는 내용이다. ‘12대 중과실’ 교통사고 자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주장까지 담겼다.

‘이명수 안’은 스쿨존 내 자동차 교통으로 인해서 어린이를 다치게만 해도 처벌하는 내용으로 사망 사고에는 3년 이상 징역, 상해에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전문위원 분석은= 전상수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이들 안을 병합하면서 처벌 대상과 처벌이 이뤄지는 상황을 구체화했다. 대신 ‘이명수 안’이 사망사고뿐 아니라 상해사고까지 다루고 있어서 처벌 대상 교통사고 범위는 ‘이명수 안’을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안했다.

전 수석전문위원은 일단 ‘강훈식 안’에 대해서선 피해자 범위를 ‘어린이’로 좁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수석전문위원은 “어린이보호구역은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하기 지정된 구역”이라며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1호에서도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에 대한 상해 사고를 ‘12대 중과실’로 규정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이명수 안’에 대해선 “처벌 대상을 ‘운전자’로 명시하지 않고 있고 행위를 ‘자동차의 교통으로 인해’라고 규정해서 ‘과실’이나 ‘주의 의무 위반’을 요건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처벌 대상이 지나치게 확대돼서 운전자 책임주의에 반할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었다.

이같은 지적들은 최종안에서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13세 미만)에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라는 문구로 정리됐다.

강훈식 안에 담겼던 ‘12대 중과실’ 모두에 가중처벌하는 방안은 검토보고 끝에 최종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전 수석전문위원은 “입법 취지는 타당하나 중과실 유형·사고 경위에 따라 죄질이 다양함에도 일률적으로 무기 또는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할 경우 구체적 타당성이 결여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검토보고에 따르면 법무부도 이같은 전 수석전문위원 지적에 모두 동의했다. 법무부는 “현행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의 체계를 고려할 때 (어린이 안전에 유의해 운행해야 한다는) 도로교통법 제12조제3항을 위반하거나 12대 중과실과 경합 시에만 가중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지수 기자


등장부터 통과까지…'민식이법', 61일의 발자국

[the300] 발의 후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까지 논의 없던 민식이법…본호의 통과 직전까지 정쟁에 표류

두 달간 국회를 맴돌았던 '민식이법'은 지난 10일 가까스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10월 11일 강훈식 더불어민주당이 관련법을 발의한 지 61일만이었다.

발의 당시에는 관심을 받지 못했던 민식이법은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하면서 여론의 화제에 올랐지만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정국에서 여야의 '협상 카드'로 곤욕을 겪기도 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의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한 민식이법은 국회에서 61일 동안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조국·공수처법 등에 뒷전= 김민식군(당시 9세)은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안타까운 사고 소식은 국회에서 잠자던 어린이안전법안에 대한 관심을 깨웠다.

충남 아산시을 지역구의 강훈식 의원은 지난 10월 민식이법을 처음으로 대표 발의했다. 스쿨존 내 단속 카메라 의무 설치 조항이 담긴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12대 중과실로 인한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이었다.

충남 아산시갑 지역구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도 10월 15일 관련법 개정안을 냈다. 스쿨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특가법 개정안에선 '12대 중과실' 조항이 없는 것이 '강훈식 안'과 달랐다.

민식이법은 처음엔 국회에서 눈길을 받지 못했다. 강 의원의 법안 발의 직후인 1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를 선언하며 국회는 물론 여론 관심도 '조국 사태'에 몰렸다.

여야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정감사, 조국사태, 공수처 공방 등 주로 정쟁에 바빴던 국회에 '민식이'는 없었다.

◇'민식이법' 발로 뛴 부모, 관심 표한 文대통령= 민식군 부모가 직접 나섰다. 국회 파행으로 민식이법 계류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민식군 부모는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올리고 TV에도 출연했다. '하이라이트'는 지난달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출연한 MBC '국민과의 대화'였다.

어머니 박초희씨는 민식군의 영정사진을 들고 나와 조속한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바로 다음날인 20일 청와대 참모진과 관련 부처에 "운전자들이 스쿨존을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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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참석해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 부모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11.19. dahora83@newsis.com



대통령의 당부에 민식이법은 급물살을 탔다. 국회는 이전까지 논의조차 없던 민식이법을 빠른 속도로 심의했다. 행정안전위원회는 11월 21일 법안심사소위에서 민식이법 중 하나인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일부 야당 의원이 법안 처리가 너무 급하다며 불만을 제기했지만 만장일치로 소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27일 행정안전위원장 대안으로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특가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 논의를 건너뛰고 11월 29일 전체회의에 곧장 넘어갔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서 법제사법위원장 대안으로 통과돼 민식이법은 상임위 문턱을 모두 넘었다.

◇필리버스터 정국 속 '협상 카드' 곤욕=상임위를 넘은 민식이법은 11월 29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본회의 개선이 무산되면서 민식이법은 처리가 미뤄졌다.

여야 정쟁이 문제였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에 반대하며 본회의에 상정된 199개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이에 민주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개의 연기를 요구했다. 이날 본회의 개의가 무산되면서 민식이법을 포함한 수많은 비쟁점법안의 처리도 불발됐다.

여야의 책임 공방 속에서 민식이법은 본회의 상정 대신 '협상 카드'가 됐다. 당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신청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저희가 필리버스터 신청한 법안에 앞서 민식이법 등을 먼저 상정해 통과시켜 주겠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필리버스터의 철회를 우선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꼬인 정국은 해결되지 않았다. 어린이안전법의 통과를 주장해온 피해 어린이 부모들은 "왜 우리 아이들을 협상 카드로 써야 하느냐"며 울먹였다.

결국 민식이법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10일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과 함께 극적으로 처리됐다. 한국당이 9일 필리버스터 철회를 제안하면서 여야는 협상을 재개했고, 10일 본회의에서 민식이법 등 일부 비쟁점법안들이 의결됐다. 이날 민식이법은 본회의 개의 20분 만에 통과됐다.

김예나·원준식 인턴기자


'민식이법' 반대한 홍철호 "주변 의원들도 찬성 후회"

[the300] 정확한 내용 모르고 표결…처벌적 조항으로 예방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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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 인터뷰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효상 의원과 함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민식이법'에 반대표를 던졌다.

홍 의원은 민식이법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졌지만 의결 직후 반대 의사를 밝혀 반대표로 인정됐다. 이에 따라 민식이법은 재석 의원 227명 중 찬성 219명, 반대 2명, 기권 6명으로 통과됐다.

홍 의원은 12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전화 인터뷰에서 민식이법 논란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처벌적 조항으로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그는 어린이 교통안전이 강화돼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지만 법안의 형량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홍 의원과의 일문일답.

―민식이법이 별다른 이견 없이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현재 반대 의견이 적지 않다.

▶민식이법 표결 당시 본회의장에 법안 요지가 담긴 서면 자료가 없었다. 예산안을 처리하느라 뒤죽박죽으로 법안을 급히 올리다보니까, 국회사무처에서 그걸 안 해놓은 거다. 그래서 많은 동료 의원들도 정확한 내용을 모르고 표결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

나도 표결 당시에는 도로교통법에 있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특가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으로 표결을 했더라. 그래서 본회의장에서 사무처 직원을 불러 찬성을 반대로 바꾸겠다고 했다. 절차를 바로 밟아줘서 지금은 반대를 한 것으로 돼 있다.

―반대표를 던진 2인 외에도 민식이법 반대자가 있었나.

▶(본회의가 끝난 뒤) 주변에서 '나도 그거 반대할 걸 그랬다'하는 분들이 몇 분 있었다. (민식이법인지) 몰랐을 확률이 있었다고 본다.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은 쟁점 법안들을 예민하게 본다. 하지만 이건 쟁점 법안이 아니었다.

당시 본회의장은 소란스럽기도 하고, 예산안 때문에 집중도가 떨어졌다. 민식이법이 통과되고 나니 많은 시민들께서 '너무 과하다', '국회의원들이 알고 (찬성)한 것이냐' 했는데 관심있는 분들이 꼼꼼히 보니까 국회의원이 사고를 저질렀다는 것을 아는 거다.

―민식이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고가 나면 큰 처벌이 따르니 사고내지 마세요' 식의 처벌적 조항을 가지고 예방이 가능하리라 보는 것은 무리하다.

처벌로 막을 수 있다면 모든 도로에 특가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야 할 거다. 지나갈 때 경적을 계속 울리며 가지 않고서야 사고라는 건 언제 어느 상황에서 안 난다는 보장이 없다.

가령 아침에 등교시키던 학부모가 혼잡한 상황 속에서 미필적인 사고를 냈다고 치자. 그럼 고의가 아닌데도 최저 형량이 있다. 본인 과실이 0%가 아닌 이상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또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거다.

―민식이법 처벌 조항이 비례적이지 않다는 것인가.

▶그렇다. 음주운전과, 맨정신에 30km로 갔는데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난 사고가 같은 형량이 나올 수 있나. 어린이가 튀어나온다든가 하면 '30km 이내'로 갔는데도 사고가 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가중처벌이 아니라면 어린이 교통 안전은 어떻게 보장하나.

▶제도적·기술적 문제로 최대한 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장치를 해둬야 한다. 이번에 도로교통법에서 보완을 해줬다. 스쿨존에서 속도위반 감시 카메라, CCTV 같은 장치를 보완하도록 입법해줬다는 얘기다. 그 다음은 국민의 의식 수준을 갖고 하는 문제다. '사고 나기만 나봐라, 신경 곤두세우고 다니시라' 이러는 건 선진사회가 아니라고 본다.

김예나 인턴기자


민식이법 발의 강훈식 "음주운전 기준의 형량, 과하지 않다"

[the300]"징벌 '상한' 상향인데 오해 존재…어린이 안전에 진영논리는 안타까움뿐"





머니투데이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민식이법 논쟁이 안타깝지만 지금은 어린이 안전 기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과정에 진통을 겪는 것이 아닐까요."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항간의 논쟁에 다소 오해가 있어서 안타깝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강 의원은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 형량을 강화한 '민식이법'의 최초 발의자다.

민식이법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은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 형량을 강화한 법이다. 이에 해석이 분분하다.

스쿨존에서 어린이와 차량이 스치기만 해도 운전자 과실에 무조건 징역형을 받게 된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다만 강 의원은 "민식이법은 "형량 상한을 올린 것일 뿐"이라며 "다소 오해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한 특가법을 요약하면 '스쿨존에서 규정 속도 시속 30km를 초과하거나 안전 운전 의무를 소홀히 한 운전자가 13세 미만 어린이를 사망하게 할 경우'에 한해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 징역으로 가중처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같은 사고로 13세 미만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가중처벌된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작량감경(사안에 따른 정상참작으로 형을 감경하는 것)이 적용되면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를 저질러도 무조건 실형이 선고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 의원은 설명했다.

강 의원은 최근 '민식이법 논란'이 진보·보수 간 진영 논리로 흘러가는 것도 경계했다. 강 의원은 "법을 아는 율사 출신 국회의원들도 많이 찬성했다"며 "어린이 안전에 진영 논리로 다투는 것이 안타깝지만 이같은 진통이 오히려 어린이 안전 기준에 대한 인식 변화를 알리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 의원과의 일문일답.

-최근 운전자 과실 형량을 높이는 내용에 논란이 많다. 최초 발의하는 데 부담이 없었나. '윤창호법'이란 이름으로 음주운전 치사 사고에 최대 무기징역을 부과하는 내용으로 특가법이 개정될 때도 논란이 많았다.

▶지금 논란은 오해가 있다. 어린이랑 차량이 스치기만 해도 징역형이라는 내용은 가짜뉴스다. 현재 이 법 형량 관련 사람들은 최소 징역 3년에서 무기징역 사이 형량을 받는 것으로 안다. 아니다.

상한 형량의 범위가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제가 낸 안은 위원장 대안이 통과하면서 폐기됐지만 대안에도 스쿨존 내 어린이 사망 사고에 3년 이상의 실형을 살게 하자는 당초 입법 취지는 반영됐다고 본다. 국회 법제실과 상의해 정한 형량이다. 법제실에서 윤창호법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저도 음주운전이나 아이들 사망 사고는 같이 다뤄지는 것이 맞겠다고 판단했다.

-법안을 발의할때 이런 논란을 예상했나.

▶이렇게까지 뜨거운 논쟁이 있을 줄은 몰랐다. 고(故) 김민식군 아버지가 의원실에 찾아왔을 때 "특가법보다 도로교통법에 집중하겠다"고 처음부터 말했다. 어차피 특가법은 보수적인 법조인들이 많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최소한 형량이 깎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식군 아버지도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후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낸 안과 함께 법사위 대안으로 결정이 났다.

제 발의안보다 '이명수 안'의 범위가 어린이 상해 사고까지 규정해 더 넓었다. 오히려 제 안보다 더 강한 법안이었다. 대안으로 통과되면서 법 형량이 오히려 넓어진 측면이 있다. 다만 이는 더 법률 전문가인 법사위원들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좀 엄격하게 형량이 정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과하지 않다고 본다. 법을 알고 양심 있는 율사 출신 국회의원들도 많이 찬성한 것을 보면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회 법제실에서는 어떤 판단으로 윤창호법을 기준으로 제시했나.

▶지금도 특가법에서 윤창호법의 음주 치사뿐 아니라 사망 사고 후 뺑소니에도 가중처벌해서 최대 무기징역을 부과한다.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례가 있어서 무리없다고 봤다. 뺑소니 사고도 전부 법원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되는 것이 아니지 않나.

-논란을 지켜보는 기분은 어떤가. 진영 논리로까지 흘러간다.

▶어린이에 대한 안전 기준을 높이는 계기에 발생하는 진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의도와 다르게 진영간 대결이 되고 있는 부분이 있어 안타깝다. '대통령이 말하니까 통과된다'는 식의 공세가 옮겨붙은 것 아닌가.

다만 스쿨존 내 어린이 사망사고가 이 법을 계기로 엄중하게 다뤄져야 한다는 결론이 남으면 좋겠다. 윤창호법이 '술 한잔만 마셔도 운전하면 안 된다'는 것처럼 스쿨존 내에서는 시속 30km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안전기준을 높인 것 자체가 성과라고 본다.

물론 그것이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지점이다. 다만 그걸 불편하게 느끼고 논쟁하는 자체가 대한민국 사회가 안전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돼서 사회적 인식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백지수 기자


'민식이법' 발의 이명수 "속도 지키면 가중처벌 안 받을 수 있다"

[the300]"스쿨존 내 모든 사고 가중처벌 하지 않아…스쿨존 보호 사회적 공감대 확산 계기 만들려 발의"

머니투데이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최근 국회에서 의결된 '민식이법'(도로교통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의 과잉처벌 논란에 이 법안을 발의했던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가중처벌이 법의 목적이 아니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는 조심해서 처벌을 받지 말자' 하는 경각심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12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전화 인터뷰에서 "고의성이 있거나, 속도를 지키지 않거나, 지켜야 할 것을 충분히 지키지 않을 때 가중처벌을 하는 것이지 무조건 모든 사고를 다 가중처벌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규정에 따라 시속 30km 이내로 운전했는데 사고가 나는 경우는 정상참작이 돼 가중처벌을 안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당시 나이 9세인 김민식군이 차에 치어 사망해 김군 부모님 등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 10월 법안을 발의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와 사고 가해자 처벌 강화 등의 내용이었다.

이 의원은 아산시갑이 지역구이고, 아산시을 지역구의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유사한 법안을 이 의원보다 며칠 앞서 발의했다. 두 의원들의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의돼 대안이 만들어졌고,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의원은 "법 자체 보다도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질서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어린이 보호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입법 취지를 다시 한번 설명해 달라.

▶그동안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교통사고에 대한 위험성을 줄곧 이야기해 왔는데 실천이 안됐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교통사고를 다른 장소에서의 교통사고와 차별화 하고자 민식이법을 만들었다. 어린이들은 어린이보호구역을 신뢰하고 지나다니는데 어른들은 무시하고 운전하는 것이 문제다.

-가중처벌 조항이 과잉처벌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가중처벌을 하겠다는 것이 법의 목적이 아니다. 조심해 달라는 취지다. 관심과 인식을 새롭게 하자는 것이다. 어린이의 소중함을 알자는 것이다.

모든 사고 경우에 다 가중처벌을 하는 것이 아니다. 고의성이 있거나 속도를 지키지 않거나 지켜야 할 것을 충분히 지키지 않을 때 가중처벌을 하는 것이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내면 무조건 가중처벌을 한다는 게 아니다. 시속 30km로 운전했는데 사고가 나는 경우는 정상참작이 돼 가중처벌을 안받을 수 있다.

법 자체 보다도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질서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이 보호 구역에서의 어린이 보호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을 처벌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처벌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심한 반발이 나온다.

▶작은 사고를 침소봉대해서 처벌한다는 주장인데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다. 어린이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어린 생명들의 소중함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조심해서 처벌을 받지 말자 하는 경각심이 중요하다.

-민식이법의 국회 심의 과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사고가 난 충남 아산 지역구 의원으로서 희생자 유족의 뜻을 반영해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들의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나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은 아니다.

민식이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았고 언론 보도도 많았는데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국회가 서둘러 심의한 것 같다. 이는 적절하지 못한 것이다. 대통령 관심이 있으면 하고 관심이 없으면 안할 것인가.

-어린이 교통안전은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인가.

▶나는 행정가 출신이다. 법 이전에 행정의 문제가 있다. 전국의 많은 기관에서 어린이보호구역을 지정하면서 필요 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단지 푯말만 세워 놓은 것이 잘못이다.

법은 의무화 수단이다. 마치 법이 없어서 안전 강화를 못했던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이다. 민식이법이 생기기 전에 지방자치단체에서 안전 조치를 했으면 됐다. 하지 말라는 금지법도 없었다. 별 판단 없이 어린이보호구역은 지정해 놓고 필요한 실질적 조치를 하지 않으니 억울하게 어린 생명들이 다치는 것이다.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해 어떤 실질적 노력이 필요한가.

▶전국의 어린이보호구역이 한꺼번에 필요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어렵다. 비용도 많이 들고, 때로는 교통 속도를 지체시킬 수 있는 문제도 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하되 특히 교통량이 많은 곳, 어린이 통행량이 많은 곳을 우선적으로 해당 지역 지자체들이 조치해야 한다.

이제 법이 만들어져 의무화가 됐지만 법 이전에 그동안 진지하게 하지 못했던 것들을 반성해야 한다. 이 법이 제대로 실천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재원도 많이 들 것이다. 중요한 것은 법 이전에 해야 할 것들을 하는 것이다. 그 점을 이 법을 만들면서 다시 한번 일깨우고 싶었다.

조철희 기자


민식이법 '위헌 or 합헌'…헌재 유사사례 결정 보니

머니투데이

11월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인 고 김태호, 김민식, 이해인 양의 부모가 기자회견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해 '위헌'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내 어린이 사망 교통사고시 운전자를 최소 3년이상 또는 무기 징역형으로 처벌하도록 한 형량이 다른 범죄와 비교시 과하다는 게 위헌 논란의 근거다.

과거 헌법재판소 결정례와 법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과실'에 의한 사망 교통사고에 대해 징역 3년형 이상을 규정한 민식이법은 시행이후 '위헌'여부를 두고 헌재 심판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헌재 "범죄 경중, 행위자 책임에 비춰 지나치게 가혹하면 과잉입법"

2006년 헌재 전원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 제5조 4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다.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사람이 금융기관 임직원일 경우, 액수에 따라 가중해 처벌하는 조항이었다.

당시 해당 조항은 "금융기관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수수한 금액이 10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일 경우 5년 이상의 징역형에, 5000만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형벌이 죄질과 책임에 상응하도록 적절한 비례성을 지켜야 하는 것은 특별형법도 마찬가지"라며 "해당 규정은 범죄의 실태와 죄질의 경중, 행위자의 책임 등에 비춰 지나치게 가혹해 과잉입법 금지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또 "금융기관 임직원 수재죄를 수수 금액에 따라 가중 처벌하는 입법 사례는 한국밖에 없으며 법관의 양형 선택과 판단권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어 형벌의 비례성 원칙에도 반한다"고 덧붙였다.

헌재가 금품 수수 금융기관 임직원에 대한 특경법 가중처벌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릴 때 '그러한 입법 사례는 한국밖에 없다'고 판단 근거로 제시한 부분은 '민식이법'에도 적용될 수 있다.

판사 출신 한 중견 변호사는 "교통사고 범죄에 대해 '징역형'을 두고 있는 나라는 매우 드물어 한국밖에 없다고 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재범의 우려가 있는 고의적이고 계획적인 범죄자의 경우 사회로부터의 격리를 통해 교화를 하는 게 전세계적인 법집행 정신이지만, 과실로 인한 우발범죄의 교화를 사회와의 격리를 통하는경우엔 효과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 통해 피해자의 피해가 회복되지도 않아 대륙법 체계에서는 과실범에 대한 처벌은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이 더 대세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민식이법은 고의가 아닌 과실에 의한 사망 교통사고에 대해 징역형만을 두고 있어 과잉입법 금지, 형벌의 비례성 원칙에 반한다는 판단을 받을 수도 있다.

◇헌재 "형벌체계상 정당성과 균형을 잃은 것이 명백한 경우 위헌"

2015년엔 상습절도범에 대해 단순절도도 3년 이상의 중형에 처하도록 한 이른바 '장발장법'도 헌재의 위헌 판단을 받아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헌재는 상습절도범과 상습장물취득범을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의 4 관련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위헌 결정으로 폐지된 특가법 제5조의4 제1항은 "상습적으로 절도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또 제4항은 "상습적으로 장물취득죄를 범한 사람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헌재는 장발장법에 대한 결정문에서 "어떤 유형의 범죄에 대해 특별히 형을 가중할 필요가 있다고 해도 가중의 정도가 통상의 형사처벌과 비교해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잃은 것이 명백한 경우 위헌이 된다"고 했다.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에 위배될 뿐 아니라 법의 내용에 있어서도 평등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헌재가 장발장법 위헌결정에서 언급한 "통상의 형사처벌과 비교해 현저히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잃은 것이 명백한 경우 위헌"이라는 판단근거도 민식이법에 적용 가능하다. 이미 상당수의 법전문가들이 민식이법의 가중처벌 조항은 형법체계에 맞지 않는단 지적을 하고 있다.

한 로스쿨 형법교수는 "민식이법도 과잉금지와 비례원칙에 위반된다면 위헌판단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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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 민식이법 검토보고서 중 일부, 강훈식, 이명수 의원안은 법정형은 '교통사고 후 도주죄' 및 '위험운전치사상죄'의 법정형과 유사하게 규정돼 있다 /자료=국회 법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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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 테이블에 '민식이법' 놓여진 시간 채 '5분'도 안 돼 통과

민식이법은 국회 입법과정에서 의원들이 숙고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 9월 충남 아산에서 민식이 사망사고가 발생한 뒤 10월 중순 아산에 지역구가 있는 강훈식(더불어민주당), 이명수(자유한국당)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의원의 개정안은 담당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 11월29일 전체회의 테이블에 첫 상정되자마자 이미 마련된 법사위 수정대안으로 고쳐져 법안소위를 거치지 않고 단숨에 통과했다.

언론에 민식이 관련 사연이 여러 번 소개돼 이슈가 됐고 2건의 의원 발의안에 대한 법사위 전문위원과 입법조사관들에 의한 사전 검토가 있었지만 정작 법사위원들은 민식이법의 구체적 내용을 11월29일 전체회의에서 처음 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법사위 대체토론은 약 1분만에 끝났기 때문에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는 동안 의원들의 테이블 위에 종이로 인쇄돼 놓여 있던 민식이법이 의원들에게 읽힌 시간은 다 합쳐도 5분이 채 안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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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12월10일 본회의를 통과해 약 3개월 뒤 시행예정인 '민식이법'.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규정속도 이내라도 '운전자 과실'이 인정돼 예외없이 징역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게 법전문가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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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1일 발의된 강훈식 의원안과 10월15일 발의된 이명수 의원안. 11월29일 국회 법사위 수정대안에선 강훈식 의원안에서 '12대 중과실(교통사고 특례법 제3조의제2항)'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이 빠졌다. 본회의를 통과한 '민식이법' 수정대안은 '12대 중과실'과 무관하고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어린이 인명사고에 대해 '중과실'이 없이 '단순 과실'만 있어도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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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통과가 역풍을 맞게 된 주된 원인인 높은 '형량'에 대해 법사위에서나 본회의에서 의원들에 의한 '직접' 검토나 토론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국회 법사위 검토보고서엔 두 의원이 각각 발의한 민식이법의 '법정형'에 대해 특가법에 규정된 '교통사고 후 도주죄' 및 '위험운전치사상죄'의 법정형과 유사하게 규정한 것으로 분석하면서, 유사범죄의 각 법정형과 균형을 이루는지 죄질과 비난가능성 등을 고려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적혀 있다.

◇'뜨거운 감자' 민식이법…'형량'의견 안 내고 국회에 책임 떠 넘긴 법원·법무부

입법권한이 있는 의원들이 '민식이법'을 통과시키면서 가장 중요한 '법정형'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고 조정했어야 하지만 감정적 여론과 시민단체의 압박에 밀려 두 의원이 제시한 형량이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 통과된 셈이다. 처벌형량이 의원발의안 원안 그대로 정해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에서 이번 민식이법 입법과정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입법전문가인 한 변호사는 "의원 발의안에서 제시된 처벌형량은 출발점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고 법안소위 과정 등에서 법원행정처장·법무부차관 등이 참여해 전문적 관점에서 의견을 내고 여러 요소를 반영해 조정되기 마련인데 민식이법은 법안소위 등 그런 과정이 다 생략되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민식이법 소관부처인 법무부와 민식이법 적용 대상 사건에서 양형판단을 해야하는 법원은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민식이법 '형량'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와 법원은 국회가 '입법재량'에 따라 민식이법을 입법할 수 있다는 취지로만 의견을 냈다. 다른 법안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형량에 대한 의견도 제시하는 법무부·법원도 여론을 민감하게 여기고 사실상 국회에 책임을 떠넘긴 셈이다.

유동주 기자


민식군 아버지 "'민식이법'은 최소한의 안전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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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군 엄마 박초희 씨, 아빠 김태양 씨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안(민식이법),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 통과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뉴스1



지난 10일 어린이생명안전법 중 하나인 '민식이법' 국회 통과에 부모 김태양씨(35)와 박초희씨(33)는 눈물을 흘렸다.

우여곡절 끝에 법은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이를 둘러싼 잡음이 여전한 가운데 김씨는 "민식이법은 아이들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시는 아이들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는 소망이다.

김씨는 12일 머니투데이와의 메신저 대화에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무조건 3년 이상 처벌을 받는다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다"며 "민식이법을 무조건 악법으로 몰아가는 분들 때문에 너무 속상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김씨는 민식이법 통과 이후 주변의 잇따른 비판으로 직접 인터뷰는 사양하고, 메신저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인터뷰를 대신했다.

민식이법은 도로교통법상 안전시설 의무설치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개정안 등 2가지를 포함한다.

개정된 특가법상 △어린이보호 구역 내 △시속 30㎞ 초과 △안전의무 불이행 △13세 미만 어린이 사망 등 요건에 해당하면 가중처벌이 돼 최소 3년 이상 최대 무기징역에 달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문제로 지적되고 되는 것은 '안전의무'다. 교통사고에서 인명 사고는 대부분 운전자 과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스쿨존 내에서 사고를 내면 운전자인 자신도 무기징역이라는 중형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이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받은 교육부와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5년 동안 스쿨존에서만 어린이 31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어린이가 보호받아야 할 스쿨존에서 사망 사고가 매년 발생함에 따라 안전강화는 오래전부터 논의돼 온 사안이었다. 단순히 민식군의 사고를 두고 즉흥적으로 만든 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법의 취지와 제정과정을 무시하고 처벌강화만 신경쓰는 여론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씨는 "죽은 아이의 부모들은 무기징역보다 더한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며 "피해 가족의 아픔은 외면한 채 운전자에 대한 처벌만 신경 쓰는 어른들이 원망스럽다"고 했다.

그는 "'해인이법'이나 '태호유찬이법' ,'한음이법' 등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아이들의 안전사각지대가 드러난 만큼 꼭 20대 국회 안에 논의해 통과시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임찬영 기자


‘민식이법’ 논란…"어린이 안전" vs "운전자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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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의 나이로 스쿨존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 김민식군의 이름을 딴 '민식이법'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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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의 나이로 스쿨존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 김민식군의 이름을 딴 '민식이법'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때는 민식이법을 청원하는 김민식군의 부모에 공감했던 여론이 이제는 '악법'이라고 비판하며 찬반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일명 '민식이법'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이 담긴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 사고가 나면 가해자에게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처벌 수위를 올린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특가법) 개정안'이 있다. 이로 인해 어린이 치상 사고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민식이부모법', '운전자보호법' 등장해야…비판 커져





고 김민식군은 9월11일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김 군의 부모는 스쿨존에서 어린이가 사망하는 사고를 막아 달라 호소했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청와대 청원 글은 게시 9일 만에 20만 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악법'이라는 의견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져나가 법 통과된 다음 날인 11일에는 '민식이법의 개정과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보호할 실질적 방안을 요청합니다'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일명 민식이법이 통과됐지만 운전자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어린이를 보호하는 취지에는 보행자나 운전자 모두 깊게 통감할 것이지만, 그 형량이 형평에 어긋났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운전자만을 엄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민식이법의 개정과 어린이를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이 제안한 실질적 방안에는 △스쿨존 불법 주정차 단속 카메라 설치 및 단속강화 △스쿨존 펜스 설치 의무화 △통학시간 대 스쿨존 내 보호인력 마련 △어린이 및 보호자 동반 교통안전교육 강화 △스쿨존 교차로 부근 횡단보도 위치 이동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일시 정지 의무 강화 등이 거론됐다.

다수의 누리꾼들도 "민식이법만 통과될 것이 아니라 '민식이부모법(교통안전 등에 대해 교육하는 부모의 의무를 법으로 규정함)'도 통과돼야 한다", "이젠 스쿨존에서는 차에서 내려 손으로 밀면서 다녀야 한다", "스쿨존에서 규정 속도로 달리다 갑자기 튀어나온 아이로 인해 과한 형벌을 받게 되는 운전자보호법은 없나", "아이가 죽은 것은 안타깝지만 형량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당시 본회의에서 '민식이법'에 반대표를 던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도 "형벌 비례성의 원칙에 대한 소신을 지키기 위해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히며 "교통사고로 사망을 야기한 과실이 사실상 살인행위와 비슷한 음주운전 사망사고, 강도·강간 등 중범죄의 형량과 비슷하거나 더 높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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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의 나이로 스쿨존 사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 김민식군의 이름을 딴 '민식이법'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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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이 악법? 운전자 중심 사고부터 고쳐야…





민식이법을 '악법'으로 칭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었다. 누리꾼 중에는 민식이법을 향한 비판이 지나친 운전자 중심적 사고라는 지적도 있었다.

누리꾼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운전자 중심 사고부터 고쳐야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시작이다"며 "스쿨존 횡단보도에서는 한 번 멈추고 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들 운전자 입장에서만 애들 튀어나오면 어쩌냐고 생각하는데, 그런 애들이 많이 다니니 스쿨존이라고 생각하고 운전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어릴 적 교통사고 경험이 있다고 밝힌 누리꾼 B씨는 "킥보드를 타고 골목길에서 나오다 용달차와 부딪혀 20여미터를 날아갔다"며 "배달 차, 면허 차 등의 운전자는 미친 듯이 속도를 내 달리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있는 곳은 방어 운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통과된 민식이법을 살펴보면 모든 어린이 교통사고가 위와 같은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12조 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즉, '민식이법'의 적용 대상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규정 속도 시속 30㎞를 초과하거나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해 13세 미만 어린이를 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로 해석된다.

이길우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민식이법으로 인해 운전자가 다 범죄자가 된다는 것은 조금 잘못된 해석이라고 생각한다"며 "특가법이 적용되는 건 사망사고나 과실이 중한 사고로 전방을 주시하며 정속으로 운전하다 아이와 교통사고가 난다면 사망까지 이르긴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김민식군의 사고 영상을 보면 갑자기 튀어나온 김민식군을 운전자가 물리적으로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지만 사고 지점은 횡단보도이며, 정차된 차 사이에서 충분히 사람이 튀어나올 수 있다는 걸 예측할 수 있다"며 "아이들이 통행하는 스쿨존에서 전방을 잘 주시하고 속도를 줄이라는 뜻에서 법안을 해석해야지 운전자 전부를 범죄자 만들려는 악법이라고 칭하는 건 옳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민식이법이 통과돼 스쿨존에서 운전자들이 더욱 주의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사망사고 등 각종 사고가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특가법에 '일반 과실' 대신 '중과실'이 들어갔으면 법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더욱 넓어졌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런 점은 개정해나가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단비 인턴 기자

조철희 기자 samsara@mt.co.kr,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김예나 인턴 yenakim42@mt.co.kr,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임찬영 기자 chan02@mt.co.kr, 구단비 인턴기자 kdb@mt.co.kr, 원준식 인턴 wonjunshi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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