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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세상] "한달 500시간 상주해도 월급은 87만원"…노인 경비원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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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김민호 인턴기자 = 최근 부산의 한 고등학교가 주중 16시간, 주말 종일 상주하는 조건으로 80만원대 월급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경비원 채용 공고를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부산 모 여고 채용공고 논란'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인 '부산****'은 채용 공고문을 캡처해 올리고 "평일에 16시간을 상주하는데 이 중 10시간은 휴식 시간이라고 돈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해당 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경비원 채용공고문을 보면 평일 근무 시간은 6시간이지만 오후 4시 20분부터 다음날 오전 8시 20분까지 16시간을 상주시간으로 규정해놨다. 주말 근무 시간은 9시간이지만 상주시간은 오전 8시 20분부터 24시간이다.

그러나 한주 128시간씩, 한달간 500여시간을 상주하더라도 급여는 86만8천400원만 지급한다. 월평균 근무시간을 104시간으로만 추산하고 시간당 8천350원인 최저임금을 적용한 것이다.

연합뉴스

아파트 경비원 ※본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이를 두고 너무 열악한 처우라는 비판이 나온다.

아이디 'aben***'은 "부모님도 경비 일을 하셨는데 처우가 가혹했다. 지금이라도 공론화를 통해 개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이디 '아우라88'은 "휴게시간에 사고가 났을 때 경비원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지 의문"이라며 "일이 생기면 근무 시간이 아니라도 바로 업무에 투입될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온라인에서 논란이 커지자 학교 측이 해명에 나섰다.

학교 측은 지난 1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공고에서 '상주시간'이라는 표현은 잘못 쓴 것"이라며 "오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비원이 상주시간에 교내에 머무르지 않아도 되며 자유롭게 집을 오갈 수 있다"며 "업무지시도 없으며 또 다른 경비 용역을 따로 배치해놨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학교 경비원이나 운전기사 등 쉬는 시간에도 마음 놓고 쉬지 못하는 감시·단속적 근로자(감단직)의 근무 환경에 대한 성토는 SNS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파트 경비원이라고 밝힌 아이디 '허기****'은 2만여명이 가입한 네이버의 '전국 공동주택 관리자' 카페에 "하루종일 대기하지만 계약서상 근무 시간이 적어 일한 만큼 제대로 월급을 받기가 힘들다"며 "불만이 있더라도 말 꺼내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약 3천명이 가입한 포털사이트 다음의 카페에서도 "최저 시급이 올랐다고 해도 근무시간에 비하면 처우가 박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근로기준법 제63조에 따르면 감단직 근로자는 업무가 종일 이어지지 않고 휴게시간이 많은 특성 때문에 연장·휴일근로 가산수당이나 1일 근로시간의 제한과 같은 근로시간 관련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최저 임금 적용도 2015년에야 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경비원들은 수면, 휴식시간 조차 무급으로 근무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하소연했다.

올해 초부터 서울 동대문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 중인 A(60대)씨는 "자정부터는 취침시간으로 계약서에 쓰여있으나 최근 새벽 배송이 늘어 택배 관련 업무를 하느라 제대로 자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아파트 단지에서 2교대로 일하고 있는 경비원 B(60대)씨 역시 "조각 잠을 자는 게 습관이 됐다"며 "휴게실에서 잠깐 눈을 붙이려 할 때 주민들 민원이 들어오면 '지금 근무시간이 아니니 할 수 없다'고 답할 수 있는 경비원이 몇이나 되겠냐"고 되물었다.

서울시가 지난달 펴낸 '경비노동자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경비원의 실제 휴게 시간은 6.7시간으로 근로계약서상 규정된 휴게시간보다 2.7시간 정도 짧았다.

휴게시간에 근무지를 벗어나 자유롭게 쉴 수 있다고 응답한 경비원은 5명 중 1명도 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온 고교 경비원 채용 공고문
[보배드림 캡처]



경비원의 휴게시간에 대한 분쟁이 잦아지자 고용노동부가 2016년 10월 '감단직 근로자의 근로·휴게시간 구분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운영방법에 대한 법적 기준을 안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휴게시간 남용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2017년 12월 경비원의 야간 휴게 시간을 근무 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지만 상당수가 노년층인 데다 고용이 불안정한 경비원들이 법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경비원 등 감단직에게도 '일을 시키면 임금을 줘야한다'는 당연한 명제가 적용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청도 청윤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감단직 노동자 역시 휴게 시간에 업무에 투입이 됐다면 그에 해당하는 추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라며 "근무시간에 받는 임금과 동일한 시간외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노무사는 "다만 추가 근로를 입증을 할 수 있는 서류나 증거 자료를 남겨두는 것이 좋다"라고 당부했다.

shlamazel@yna.co.kr

nowhe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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