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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팩트체크] '곰탕집 성추행', 피해진술 일관성만으로 유죄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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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영상·전문가 분석'도 유죄증거…일관성 결여 피고인진술, 무죄증거 안돼

직접적이고 명확한 증거 없어 논란 지속 소지…'거짓말탐지기 유죄증거'는 낭설

연합뉴스

'곰탕집 성추행' 대법 유죄 확정(CG)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의 피고인 A씨에게 대법원이 지난 12일 유죄를 확정한 것을 계기로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피고인의 아내라고 밝힌 네티즌이 "일관된 진술 하나에 제 남편은 강제추행이라는 전과기록을 평생 달고 살게 됐다"고 주장하면서 일각에서는 피고인에 대한 동정론과 재판부에 대한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법원 판결 후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입증책임을 (고민하지 않고) 오로지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 하나에 의존했다. 똑같은 입장을 계속 말하면 피해자는 입증책임이 끝나버리는 것"이라거나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 하나로 입증책임의 거의 전부를 대신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부산지법 형사3부가 지난 4월에 선고한 항소심 판결문을 확인한 결과 '법원이 피해자의 진술만을 증거로 유죄를 인정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해자의 진술뿐만 아니라 범행 당시 상황이 녹화된 폐쇄회로(CC)TV 영상과 이 CCTV 영상을 확인한 전문가의 진술도 유죄 증거로 채택됐다.

법정 등에서 공개된 두 종류의 식당 CCTV 영상에는 A씨가 피해자와 약 1.3초간 교차하는 장면이 찍혔다.

A씨가 피해자와 인접한 쪽으로 이동하면서 몸을 기울인 장면과 뒤이어 피해자가 돌아서서 A씨에게 항의하는 장면 등이 확인된다. 그러나 A씨의 손이 엉덩이와 접촉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은 사물함 등에 가려 찍히지 않았다.

이 영상을 확인한 전문가는 법정에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교행 과정에서 신체접촉이 있었던 것은 명확한 것으로 보인다. CCTV 영상 중 '피고인이 피해자와 인접한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진행하는 과정 및 피해자가 뒤를 돌아보기 직전의 장면'에서 피고인의 손이 피해자의 몸에 접촉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분석된다"고 진술했다.

법원은 이 같은 전문가 진술이 "피해자의 진술에 일부 부합한다"며 CCTV 영상과 함께 전문가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삼았다.

연합뉴스

[그래픽] '곰탕집 성추행' 법원 판결
(서울=연합뉴스) 장예진 기자 = 성추행 여부를 둘러싼 진실공방전이 펼쳐진 일명 '곰탕집 성추행' 사건의 피고인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2일 오전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39)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jin34@yna.co.kr



A씨가 수사기관에서 진술을 번복한 점도 법원이 유죄를 확정하는데 판단 근거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사건 당일 첫 경찰 조사에서 "자리를 마감한 후 신발을 신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어깨만 부딪혔고, 이때 피해자가 왜 부딪히냐고 하여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5일 뒤 두 번째 경찰 조사에서는 "CCTV 영상을 보기 전에는 피해자와 신체접촉이 전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CCTV 영상을 보니 신체접촉을 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판결문에 적시됐다.

이에 법원은 "피해자와의 신체접촉 여부에 관하여 일관되지 못한 진술을 하였다"고 판단하면서 "추행의 의도가 없었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피고인은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신체적 접촉이 있었지만 추행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며 "이는 경찰에서의 첫 진술과 달리 단순한 '어깨 부딪힘'이 아니라 추행으로 여겨질 수 있는 신체접촉이 있었음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다만 CCTV 영상에 대한 전문가 의견이나 피고인의 일관되지 않은 진술을 '빼도 박도 못할' 직접적이고 명확한 증거라고 하긴 어렵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재판부가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만을 근거로 유죄를 선고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 대법원 재판부(제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가 판결문에서 "형사 재판에 있어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 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하나 이는 모든 가능한 의심을 배제할 정도에 이를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소개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한편 수사과정에서 진행된 '거짓말 탐지기' 검사결과가 결정적 유죄 증거가 됐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법원에 따르면 거짓말 탐지기 검사 결과는 법정에서 증거로 제출되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거짓말 탐지기 검사 결과가 증거로 제출되지 않은 이유와 검사결과는 비공개 사안이라 확인이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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