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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의 노을과 별을 찾는 나로도 형제섬 가보셨나요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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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愛 도란도란 노을도, 별도 귀기울이다/슬픈 옛 이아기 품은 나로도 형제섬/섬·바다·하늘 붉게 물들이는 노을 풍경 빼어나 ‘어린왕자의 별나라’ 온 듯/나로우주센터 과학관에선 우주의 신비 체험 호기심·상상력 무한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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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하루 동안 마흔네 번이나 노을을 본 적도 있어요! 아저씨도 알죠? 몹시 쓸쓸할 때면 노을이 더 좋아진다는 거.”

“그럼 하루 동안 마흔네 번이나 노을을 본 날은 그렇게나 쓸쓸했던 거니?” 하지만 어린왕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는 노을을 보며 정말 쓸쓸함만 느꼈을까. 어린왕자가 사는 소행성 B612. 아주 작아서 의자를 조금만 움직이면 노을을 마흔네 번이나 볼 수 있다고 한다. 하루 종일 노을을 볼 수 있다니. 노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어린왕자의 별은 이상향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되면 늘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다시 꺼내 든다. 이맘때면 가슴 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오는 ‘노을편’ 때문이다. 날이 차가워질수록 노을은 예뻐진다더니. 여름철보다 대기가 안정되면서 빛의 파장이 더 선명해지는 요즘은 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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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도 형제섬 노을


#어린왕자의 노을과 ‘별의 섬’ 나로도

“해가 지는 것을 보려면 해가 질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해가 지는 쪽으로 가야 해.” 그래, 어린왕자의 말처럼 기다리지 말고 노을을 찾아 나서야지. 전남 고흥 나로도. 한국 최초의 우주센터가 세워져 별을 찾아 나서는 꿈이 무르익는 곳. 그곳에 가면 과연 어린왕자의 별을 찾을 수 있을까.

고흥읍에서 동남쪽으로 36㎞ 떨어진 나로도는 KTX를 이용하면 순천역이 가장 가깝다. 내나로도와 외나로도가 다리로 연결돼 승용차를 타면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해 주암인터체인지로 나가면 된다. 조만간 KTX 여수역을 통해서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며 나로도 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여수 화양면~조발도~둔병도~낭도~적금도를 연결하는 여수∼고흥 연륙·연도교 개통이 연말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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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도가 일반에게 알려진 것은 2013년 나로우주센터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과학 위성을 쏘아올리면서부터다. 하지만 다도해의 기암괴석과 아름다운 바다가 어우러진 빼어난 풍광 덕분에 오래전부터 여행자들의 발길을 불러 모았다. 바다에서 보면 바람에 날리는 비단 같다고 해 나로도로 불렸다고 한다. 나라에 바칠 말을 키우는 목장이 여러 군데 있어 ‘나라섬’으로 불리다 현재의 나로도가 됐다는 얘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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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로도 여행자들이 꼭 찾는 곳이 형제섬이다. 크고 작은 섬, 바다와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저녁 노을 때문이다. 나로1대교를 건너 15번 국도를 타고 가다 섭정삼거리를 지나 오른쪽 작은 도로로 빠지면 아담한 해변이 나오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형제섬의 노을이 가장 예쁘다. 인기 예능프로그램 ‘1박2일’ 촬영지 표지판이 걸려 있으니 쉽게 찾을 수 있다.

겨울이 아주 빠른 걸음으로 찾아오고 있지만 남도의 바람은 아직 시원하다. 파도소리를 들으며 모래사장을 거닐다 보니 어느새 해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수많은 작은 섬과 섬 사이로 내려앉는 태양. 섬과 바다, 하늘을 물들이는 붉은 노을. 바위에 편안하게 걸터앉아 여유 있게 노을을 즐기다 보면 마치 어린왕자의 별나라에 온 듯하다. 하지만 좁은 바위를 이러저리 돌아다니며 자세를 고쳐 앉아도 마흔네 번, 아니 두 번은커녕 단 한 차례 불꽃놀이처럼 빠르게 어둠이 내려앉으니 아쉬움만 잔뜩 남는다. 그래도 이렇게 아름다우니 마흔네 번이나 하루 종일 노을을 지켜본 어린왕자는 슬프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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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노을 풍경과 달리 형제섬은 슬픈 옛 이야기를 품고 있다. 18세기 초 ‘신임사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시대 경종을 지지하던 소론이 연잉군(영조) 세력의 노론을 숙청한 사건이다. 주인공은 노론 4대신 중 한 명인 좌의정 이건명. 그는 장희빈의 아들 경종에 맞서 연잉군의 세제 책봉을 주장하다 나로도에 유배된다. 썰물 때면 돌섬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육지와 연결되는 풍경을 매일 바라보던 이건명은 언젠가는 경종의 오해가 풀리고 사면될 것이라는 희망을 키운다. 그리고 같은 시기 남해에 유배된 노론 4대신 중 한 명인 사촌 이이명을 몹시 그리워했는데 결국 둘 다 적막한 섬에서 고독하게 지내다 쓸쓸한 삶을 마감한다. 훗날 사람들은 사촌형제가 나란히 손을 잡고 이승에서 못다 한 우정을 나누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서 형제섬으로 이름을 붙였다. 형제섬 인근 동일면 덕흥리에는 영조 때인 1725년 이건명의 넋을 기리고 학덕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덕양서원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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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복산 흔들바위를 아십니까

나로도 바다를 제대로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은 마복산 등산이다. 해탈바위, 물개바위, 거북바위, 조선바위, 송곳바위 등 마복산에는 수많은 바위들이 기암괴석을 이루며 ‘바위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이 때문에 겨울 금강산을 부르는 개골산에 빗대 ‘소개골산(小皆骨山)’으로 불린다.

마복산은 말이 엎드린 형상이라는데 임진왜란 때 얘기가 전해온다. 왜선이 상포항으로 침범해 육상하려 했지만 동남쪽으로 뻗은 마복산을 보고 상륙을 못하고 퇴진했다고 한다. 산세가 마치 수천마리 군마가 매복하듯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 포두면 세동리 쪽에서 마복산을 보면 말이 머리를 쳐들고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듯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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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복산 다도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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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복산 해탈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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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복산 드론 촬영


높이는 해발 540m로 그리 힘들지 않다. 코스를 따라 제대로 등산하려면 5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임도를 따라 차로 오른 뒤 해재에서 출발하면 정상까지 편도로 2.2㎞ 정도 거리다. 다양한 바위들을 구경하며 천천히 오르내리면 2시간 정도 잡아야한다. 하지만 정상까지 가지 않고 15분만 올라도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올망졸망 작은 섬들이 둥실둥실 바다를 떠다니는 듯 정겨운 모습이다. 두 팔을 활짝 펴고 깊게 심호흡을 하니 남도의 싱그러운 공기가 폐속 깊은 곳까지 전달되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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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복산 중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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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복산 중턱 ‘흔들바위’


이곳에는 신기한 바위가 하나 있다. 다도해를 배경으로 영락없는 ‘설악산 흔들바위’가 벼랑 끝에 간신히 달려 있다. 성인키보다 작아 손가락으로 살짝 밀어도 움직일 것 같다. 하지만 성인 여러 명이 달려들어 아무리 밀어도 꿈적도 하지 않으니 이곳에서 힘자랑하는 객기는 부리지 말기를. 정상 부근은 상당한 낭떠러지가 이어지니 조심해야 한다. 마복산 아랫마을 포두면은 해안도로가 이어져 남해와 개펄, 포구를 즐길 수 있으니 드라이브 코스로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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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도 편백숲 드론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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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도 편백숲


#피톤치드 가득한 편백·삼나무 숲속 힐링

산를 내려와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봉래면 외나로도로 향한다. 봉래산에는 나로도의 힐링공간이 숨겨져 있는데 나로도 편백 숲이다. 이곳은 삼나무와 편백나무 3만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뤘는데 수령이 무려 100년이 넘었다. 숲 입구에 들어서니 높이 25∼30m의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쭉쭉 뻗어 있다. 1981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덕분에 숲은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되고 있다.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길 양옆으로 겹겹이 서 있는 나무들 덕분에 아주 고요하다. 무엇인가 고민이 있을 때나 번잡한 마음을 다스릴 때 깊은 사색에 빠지며 걷기 좋은 길이다. 소나무보다 3배나 많은 피톤치드가 쏟아져 나오니 스트레스가 날아가며 금세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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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우주발사대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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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호버만의 구(오른쪽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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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커피


가까운 곳에 있는 나로우주센터의 우주과학관도 들러보자. 우주의 탄생을 연상시키는 역동적인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호버만의 구’가 어딘가에 있을 어린왕자의 별을 찾아 떠나고 싶은 호기심과 상상력을 무한 자극한다. 나로호 발사 장면으로 디자인한 7층 높이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 오르면 탁 트인 다도해 풍경이 펼쳐진다. 고흥에 왔으니 커피도 즐겨보길. 카페들은 고흥에서 직접 재배한 국산 원두로 커피를 내리는데 마치 잘 구운 고구마를 먹는 맛이다.

고흥=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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