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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양심만 팔면 승진 사다리 타는 검찰···셀프개혁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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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주 변호사가 말하는 바뀌지 않은 사법불신의 이유



이연주 변호사(46·사법연수원 30기)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기는 글은 대부분 ‘세다’. 검사로서의 경험은 1년이 전부지만 그는 ‘친정’을 가차없이 비판한다. 검찰 내부에서는 낼 수 없는 목소리를 대신해주는 ‘스피커’ 역할도 한다. 그의 말과 글은 현재 검찰 내부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많은 검사들의 속내이기도 하다. 이 변호사에게 물었다. 왜 검찰은 바뀌지 않는 것일까. 그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나온 말은 “왜일까요?”였다. <경향신문>은 지난 12월 10일 서울 강남의 한 커피숍에서 이 변호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향신문

이연주 변호사가 지난 4월 JTBC 시사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두 검사 이야기’에 출연해 말하고 있다.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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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로서 바라본 사법 불신은 어떤 게 있었는지 묻고 싶다.

“셀 수 없이 많다. 형사항소심 마지막 공판기일이었다. 판사가 뭔가 우리 사건을 안 좋게 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심까지 한 상태에서 의뢰인이 그 판사와 친한 변호사를 새로 선임했다. 변호인 선임계를 내고 한 번 더 공판기일을 잡았다. 새로운 변론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미 결심까지 했으니까 그냥 그 변호사가 판사에게 얼굴도장 정도 찍는 기일인 셈이었다. 그 한 기일로 그 변호사는 5000만원을 벌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판사와 절친한 변호사를 선임했더니 판사가 그 변호사에게 ‘우리가 유죄를 쓰긴 쓸 건데 집행유예라도 받으려면 공탁도 좀 하고, 합의도 좀 하고 그래라’라고 미리 코치를 해줬다.”

-상상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현재 야당 의원이 형사부 부장판사 시절에 내 사법연수원 동기가 형사고등배석을 했다. 어느 날 재판장(지금은 국회의원)이 배석들까지 점심식사 자리에 데려갔는데 거기에 재판 중인 피고인이 나와 있었다. 재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판사가 피고인과 밥을 먹는다는 게 상상이 되나. 이런 부적절한 만남 속에 법리다툼이 존재할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다 ‘안면장사’다. 불신은 이유가 있어서 생기는 것인데 어떻게 불신하지 말라고 할 수 있나.”

-잘못된 판결을 해도 책임지지 않는 사례도 있지 않았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증인의 증언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그 증언을 유죄의 근거로 판결문을 작성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증언 내용이 정반대였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판결문을 고쳐야 하지 않나. 그런데 그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고친 게 아니라 증인신문조서를 허위로 고쳤다. 들키지 않을 줄 알았던 거지. 그런데 법원 실무관이 재판부에서 증인신문조서를 고치기 전에 피고인 측 변호사에게 원본 증인신문조서를 발급해준 거다. 발급받은 신문조서와 다른 신문조서가 기록에 편철된 것을 알고 변호인이 상고이유서에 그 내용을 그대로 써 버렸다. 파기환송으로는 아마 최단기간일 거다. 대법원이 변호인 측 상고를 인용해 고등법원으로 내려보냈다. 그 부장판사는 지금도 서울고법에 있다.”

-엄연히 범죄인데….

“당연히 범죄다. 허위공문서작성죄다. 그러나 변호인은 앞으로 계속 법원과 ‘장사’해야 하니 문제삼지 않았다. 그런데 그 재판부가 별도로 징계를 받았을까. 안 받았다. 외부로 드러나는 징계는 안 한다. 부끄러우니까 감추는 거다. 이런 것을 일반 국민이 알면 사법부를 믿을 수 있겠나.”

-검찰을 비판하는 글로 매번 화제가 됐다. 비판 글 작성 시작 시점이 임은정 검사, 서지현 검사의 폭로가 있던 시점과 맞물린다.

“임은정 검사 때문에 시작된 거다. 나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지나오면서 검찰이 반성하고, 성찰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런 죄의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 엄청난 논리와 방어기제를 갖고 스스로를 보호한다. 임은정 검사가 당하는 것을 보면서, 아무도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검찰의 나쁜 이야기를 안 하니 나라도 해야겠다 싶어 시작한 거다.”

-검찰은 셀프 개혁을 기대하기 어려운 조직이라 생각하나.

“검찰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다. 울산 고래고기 환부사건이 검찰 입장에서는 유난 떨 사건이 아니다. 검찰은 원래 그랬으니까. 그냥 기존 질서에 물들다 보면 하던 대로 하게 되는 거다. 의식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바로잡으려 하지 않으면 그냥 위에서부터 하던 대로…. 사건을 봐주는 것에도 경계심이 없어진다. ‘이러면 안 되는 건데…’라는 불편한 의식이 없다. 그런 곳에서 셀프 개혁이 가능할까.”

-조직에서 살아남아야 하니까.

“아주 약간의 양심만 팔면 승진의 사다리에 올라탈 수 있으니까. 검찰은 사건처리 잘해서 승진하는 구조가 아니다. 소위 ‘법무귀족’이거나, 라인을 잘 타야 한다. 그 안에서 기회를 잡아서 주요 사건, 정치적 사건을 잘 해결하면 승진 사다리에 올라타는 것이다. 이런 표현이 잘못됐지만 ‘너저분한 형사사건’ 잘한다고 승진하는 게 아니다. 지금은 옷을 벗은 한 검사장이 의정부지검에 있을 때 일이다. 당시 중진의 유력 국회의원 보좌관이 경찰에게 난동을 부려 입건된 사건이 들어왔다. 담당검사는 별것 아닌 사건이니 하던 대로 약식기소를 하고 말았는데 그 검사장이 담당검사에게 ‘왜 나에게 그 사건 보고를 미리 안 했냐’면서 질책을 했다. 담당검사 입장에서는 별거 아닌 사건인데 그 검사장에게는 중요 사건인 거다. 왜냐, 생색을 내야 하니까. 그 국회의원에게 전화해서 ‘아, 이게 구(求)공판까지 갈 수 있는 사건인데 제가 약식기소 처리했습니다’ 정도의 이야기를 해서 ‘관계’를 맺어놔야 하는데 담당검사가 기회를 놓치게 만든 거다.”

-열심히 일만 해서는 승진하기 어렵다는 말로 들린다.

“검사들의 인사는 있는 자리에 가면 ‘그냥 잘나가는 거’고, 없는 자리를 만들어서 나가면 ‘정말 잘나간다’고 한다.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 방해혐의로 기소돼 실형이 선고됐던 이제영 검사는 국정원에 파견 나가 압수수색 팁도 가르쳐주고, 가짜 사무실을 만들어 수사기관이 가짜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게 하는 등의 방해를 했었다. 증인들 리허설까지 시켰다. 그러고는 네덜란드 헤이그 법무협력관을 그것도 2년씩이나 나가지 않았나. 없던 자리를 만들어 나간 거다. 조금만 양심을 버리면, 조금만 영혼을 팔면 승진의 사다리에 올라타는 거니까. 양심을 조금만 버리면 얻을 게 많은 거다. 그리고 자기 자리를 만들어준 그 판을 지키기 위해서는 조직보호에 전력투구할 수밖에 없다.”

-외부에서의 개혁도 현재 국회에서의 상황을 보면 거부하는 모양새다.

“자기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 집단은 정말 위험한 집단이다. 자기 조직 문제에 대해서는 외눈박이가 된다. 검찰간부가 사법농단 수사 언론 브리핑을 하면서 사법부 법관 블랙리스트를 비판하고, 이탄희 판사를 존경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그런데 검찰 내 집중관리 대상 검사리스트 작성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건 자기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 간부가 이탄희 판사를 존경한다는 보도를 보고 ‘저분은 자아(自我)가 여러 개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이탄희 판사는 정의의 사도이고, 검찰 내부에서 목소리 내는 임은정 검사는 분란만 일으키는 존재인 건가.”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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