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6893829 0432019121456893829 03 0301001 6.1.15-RELEASE 43 SBS 0 false true true false 1576304157000 1576322886000

재계 첫 '무고 승계' 구자경, 창업 세대와 동반 퇴진 '재계 귀감'

글자크기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94세를 일기로 오늘 (14일) 별세한 구자경 LG 명예회장에 대해 재계에서 '큰 어른'으로 존경받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LG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성과 외에도 재계에서 굵직한 발자취들을 남겨 귀감이 됐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고인은 재계에서는 처음으로 25년간 맡았던 회장직을 스스로 후진에게 물려줘 국내 기업사에 '무고(無故, 아무런 사고나 이유가 없음) 승계' 사례를 남겼습니다.

구 명예회장은 선친의 부름을 받아 LG에 몸담은 지 45년, 선친의 타계로 회장을 맡은 지 25년 만인 1995년 2월 자진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고인의 퇴진은 국내 재벌가 최초의 무고 승계로 기록되며 재계에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재계 관행으로는 70세였던 구 명예회장은 은퇴를 거론할 나이가 아니었지만 퇴진 결정을 내린 것은 경영혁신의 하나로 경영진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결심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출범 등 21세기를 앞두고 본격적인 무한경쟁시대에 대비하기 위했던 것으로 글로벌화를 이끌고 미래 유망사업을 펼치려면 젊고 도전적인 사람들로 세대교체가 이뤄져 이들이 주도해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 명예회장은 퇴임에 앞서 사장단에게 "그간 혁신을 성공시킬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노력을 충실히 해 왔고 그것으로 나의 소임을 다했으며 이제부터는 젊은 세대가 그룹을 맡아서 이끌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고인은 1995년 2월 이·취임식장에서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이 요구되는 이 시점에서 여러분을 믿고 나의 역할을 마치고자 한다"며 "젊은 경영자들과 10만 임직원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기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의 자리를 넘기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구 명예회장이 회장에서 물러날 때 창업 때부터 그룹 발전에 공헌해 온 허준구 LG전선 회장을 비롯해 구태회 고문, 구평회 LG상사 회장, 허신구 LG석유화학 회장, 구두회 호남정유에너지 회장 등 창업세대 원로 회장단도 '동반퇴진'을 단행했고 이런 모습은 당시 재계에 큰 귀감이 됐습니다.

구 명예회장이 퇴임 후 2000년대 들어 3대에 걸쳐 57년 동안 이어진 구·허 양가의 동업도 아름다운 이별로 마무리했습니다.

57년간 불협화음 하나 없이 일궈온 구씨와 허씨 양가의 동업관계는 재계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평가입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사업매각이나 합작, 국내 대기업 최초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 모든 위기 극복과 그룹 차원의 주요 경영 사안은 양가 합의를 통해 잡음 없이 이뤄졌습니다.

양가는 57년의 관계를 매듭짓는 LG와 GS그룹의 계열분리 과정에서도 합리적이고 순조롭게 진행했습니다.

구 명예회장 직계가족은 전자와 화학, 통신, 서비스 부문을 맡아 LG그룹으로 남기기로 했고, 허씨 집안은 GS그룹을 설립해 정유와 유통, 홈쇼핑, 건설 분야를 맡기로 했습니다.

또한, 전선과 산전, 동제련 등을 묶어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창업고문이 LS그룹을 공동 경영하기로 했습니다.

이처럼 순탄하게 계열 분리가 이뤄진 배경에는 "한번 사귀면 헤어지지 말고 부득이 헤어지더라도 적이 되지 말라"는 고(故) 구인회 창업회장의 뜻을 받들어 구 명예회장이 '인화(人和)의 경영'을 철저히 지켰고, 상호 신뢰와 의리를 바탕으로 사업을 이끌어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입니다.

(사진=연합뉴스)
김호선 기자(netcruise@sbs.co.kr)

▶ ['마부작침 뉴스레터' 구독자 모집 이벤트] 푸짐한 경품 증정!
▶ [2019 올해의 인물] 독자 여러분이 직접 뽑아주세요. 투표 바로가기

※ ⓒ SBS & SBS Digital News Lab.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