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어어어… 쾅” 속수무책이었던 블랙아이스 참사 순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상주영천고속도 교량 위에만 살얼음 코팅
한국일보

14일 새벽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방향 빙판길 다중추돌사고 현장에서 연기가 나고 있다. 사진 아래쪽이 영천 방향이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가 안 잡혔어요. 앞에 사고 난 것을 보고 페달을 밟았지만 그대로 돌진해 부딪쳤죠. 눈앞에 사고 차가 보이는데, 속도가 줄지 않고 그대로 다가설 때 기분 정말… 다행히 전 타박상으로 끝났지만, 돌아가신 분들 생각하면…” 14일 새벽 상주영천고속도로 ‘블랙아이스’ 참사로 부상한 사람들은 사고순간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운전자들은 한결같이 속수무책이었다고 말했다. 사고를 목격하고 브레이크를 잡았지만 차를 세울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한 운전자는 “차창에 살짝 안개비가 뿌리는 것 같아 와이퍼를 작동시킬 필요조차 없었던 것 같고, 교량에 진입하기 전만해도 노면은 아무 이상이 없었다”며 “교량 위 사고차를 보고 브레이크를 잡았지만 그대로 앞차를 추돌했고 급하게 내려 대피하던 중에도 몇 번이나 미끄러졌다”고 말했다.

당시 급박한 상황은 일부 차량 블랙박스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사고현장을 목격한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잡지만 차가 서지 않았다. “브레이크가 안 잡혀” 외치다 간신히 세웠다. 하지만 곧바로 옆 차가 뒤따라와 그대로 추돌한다. 몇 초 뒤에는 화물차가 달려와 또 충격하는 일이 반복된다. 사고차량에서 대피하다 넘어지길 반복하는 앞선 사고차량에서 탑승자가 대피하던 순간 후속 차량이 그대로 충격, 간신히 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다른 탑승자는 사고현장이 스케이트장처럼 미끄러웠다고 했다. 구미 강동병원에서 만난 한 운전자는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아 자력으로 내려 대피하는데, 노면이 미끄러워 몇 번 넘어졌다”며 “숨지거나 다친 사람 중에는 대피 중에 부딪친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 차병원 앞에서 만난 사고수습 한 관계자는 “목불인견이었다”며 불길은 잡혔지만 검은 연기가 계속 치솟아 수습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의 몸에서는 탄내가 심하게 났다.

5명이 입원한 구미 강동병원 부상자 중에는 인도 국적자(24)도 있었다. 그는 “차 안에서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쾅’ 소리가 나 깨는 바람에 당시 상황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며 “이국 땅에서 이렇게 큰 사고에 이 정도로 끝나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은 트럭 승용차 탱크로리 트레일러 등 수십 대의 차량이 뒤엉키고 불이 나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날 경북 군위군 소보면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선 2건의 블랙아이스로 50대의 차량이 추돌, 7명이 숨지고 32명이 부상했다.

오전 4시41분쯤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영천방향 달산1교에서 28대의 차량이 추돌, 8대에 불이 나면서 모두 6명이 숨지고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숨진 6명 중 3명은 화재로, 나머지 3명은 트럭에 낀 승용차 안에서 숨졌다.

또 7분 뒤에는 4㎞ 가량 떨어진 군위군 소보면 산법리 산호교 위에서도 차량 22대가 추돌, 1명이 숨지고 18명이 부상했다. 숨진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대피하던 중 어둠 속에 교량 보호 옹벽을 넘었다가 30m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고속도로의 경우 일반 구간인 토공부와 달리 교량부는 평균 2도 이상 낮다”며 “14일 상주영천고속도로 사고 구간도 둘 다 교량 위에서 났다”며 겨울철 블랙아이스를 주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