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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서울시, 페이퍼컴퍼니 부동산 개발업체에 지방세 161억 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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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다툼 끝에 6년 만에 받아내

서울시 “단일 건 중 역대 최고액”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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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신탁법을 악용해 세금을 내려 하지 않던 페이퍼컴퍼니 부동산개발 업체로부터 지방세 161억원을 받아냈다. 단일 체납세 징수 건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란 것이 서울시 설명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부동산개발 업체 ‘우리강남피에프브이(PFV)’로부터 2013년부터 발생한 취득세 89억원과 재산세 72억원을 징수했다고 15일 밝혔다. 시는 이 체납 법인이 2006년 당시 소유권 이전이 법적으로 금지된 ‘토지거래 허가구역’인 서울 서초구 내곡동 1-1908 등 161필지 3만3795평을 주민 109명으로부터 사들이면서 탈세 정황이 시작됐다고 봤다. 우리강남피에프브이는 법적으로 매입 할 수 없던 이곳을 산 뒤 신탁법을 이용해 ‘코람코자산신탁’에 위탁하는 신탁계약을 맺었다. 실질적으로는 해당 법인이 땅을 주민들에게 샀지만, 문서 상으로는 109명의 주민이 신탁회사에 토지를 위탁한 것처럼 만든 셈이다.

2013년 해당 필지가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부터 해지되자 이 법인은 서초구청에 뒤늦게 취득세 신고를 해 세금 50%를 감면받았다. 서초구청은 2013년 부동산취득세 51억원을 우리강남피에프브이에 부과했지만, 자금난을 이유로 세금을 내지 않았다. 세무조사에 나선 김영수 서울시 재무국 38세금징수과 전문관은 “우리강남피에프브이가 부동산 사업에 직접 뛰어들지 않고 신탁회사가 부동산을 팔아버렸다면, 서울시 몰래 탈세가 진행될 뻔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강남피에프브이가 부동산을 직접 개발하려 하지 않고 코람코 자산신탁회사가 부동산을 팔아버렸다면, 페이퍼컴퍼니인 우리강남피에프브이는 취득세를 내지 않고 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2014년 서초구로부터 해당 건을 넘겨받은 서울시는 해당 토지 가운데 4필지를 압류해 세금을 충당하기로 결정했다. 2016년 부동산처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유권 이전 청구 소’도 제기했다. 등기부상 부동산 소유자가 코람코자산신탁으로 돼 있다 보니 우리강남피에프브이로부터 소유권을 이전해야만 부동산을 압류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서울시는 2017년 1심, 2018년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법원은 신탁법에 따라 코람코자산신탁의 소유권은 정당하고, 부동산 투자에 돈을 빌려준 회사들의 동의 없이는 소유권을 이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대로라면 체납된 세금을 받을 수 없을 뻔했지만, 예기치 못한 곳에서 해법이 나왔다. 서울시는 우리강남피에프브이가 코람코자산신탁에 소송대리 비용과 성공보수를 냈다는 영수증을 확보해 지난해 10월 법원에 제출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이 소송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소송은 우리강남피에프브가 진행했다는 ‘성명 모용’이 드러나자 서울시가 대법원에서 승소할 확률이 커졌다. 우리강남피에프브이는 패소하면 개발사업이 완전히 무산될 것을 우려해, 지난달 서울시가 소송을 취하한다는 조건으로 체납액 161억원을 냈다.

김 전문관은 “신탁법의 허점을 이용해 탈세하려 했던 페이퍼컴퍼니 부동산 개발업체로부터 6년 만에 세금을 받아냈다. 앞으로 신탁회사와 부동산개발업체들은 다른 탈세 방법을 찾아낼 수 있겠지만, 서울시도 끝까지 추적해 세금을 징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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