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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앞두고 고용허가제 폐지 목소리 “우린 죽으러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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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주노조가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에서 연 고용허가제 폐지 촉구 집회에서 한 방글라데시 이주민이 전통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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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이주노동자의날’을 앞두고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사업장 이동을 제한한 ‘고용허가제’를 폐지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주노조는 15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 때문에 위험한 사업장에서 일하면서도 사업주 허가 없이는 다른 사업장으로 옮길 수 없어 억지로 일한다고 했다. 2003년부터 시행된 고용허가제에 따라 이주노동자는 3년간 3번만 사업장을 이동할 수 있다. 이를 어기면 단속 대상인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된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한국은 이주노동자의 노동력은 원하면서도 권리는 부정한다”며 “한국 정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모든 권리가 사업주에게 있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이주노동자는 노예가 되고 돈 벌어주는 기계 취급을 당한다”고 말했다.

네팔 이주노동자 러젠드라 커날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한국에 온 많은 이주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며 “한국에 온 지 2년이 됐지만 한 번도 월급날에 월급을 받은 적이 없다. 다른 사업장으로 보내달라고 부탁했지만 사업주는 ‘계속 일하지 않으면 네 나라로 돌려보내겠다’고 협박한다. 고용센터에 신고해도 사업주에게 경고 전화만 할 뿐 아무 도움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아틱은 “한국은 우리를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제가 말을 잘 못해서 욕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욕을 한다. 법정 최저임금이 오르지만 이주노동자의 임금은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1990년 12월18일 유엔은 ‘이주노동자권리협약(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협약)’을 채택하면서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로 선포했다. 한국은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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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조가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고용허가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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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방글라데시·캄보디아·이집트·필리핀·우즈베키스탄 등 출신 이주노동자 100여명은 전통 공연을 선보이고 손난로를 가슴에 품으며 집회를 이어갔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라” “노동자는 하나다” “더는 죽이지 말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동묘역까지 행진했다.

이주공동행동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사망한 이주노동자의 수는 2016년 71명에서 지난해 136명으로 약 2배 늘었다. 올해 1∼6월 산업재해 사망자 465명 중 42명(9.0%)은 이주노동자였다. 지난 7월 삼척 승합차 전복사고, 목동 빗물펌프장 사고, 8월 속초 아파트 건설현장 추락사고, 담양 콘크리트공장 지게차 사고, 9월 영덕 오징어젓갈공장 지하탱크 질식사고로 이주노동자가 숨졌다. 지난 4일에는 평택 포승공단 자동차부품 공장에서 우즈베키스탄 노동자가 압착기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봉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는 것은 한마디로 현대판 노예제도”라며 “이주노동자에게는 적은 돈을 줘도 된다고 생각하고 미등록 신분을 이용해 신고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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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조가 15일 오후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인근에서 고용허가제 폐지 촉구 집회를 열고 전통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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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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