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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양쯔강 플라스틱 147만t…매년 서해로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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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쓰레기 발원지 중국 가 보니

양쯔강, 플라스틱 유출 세계 1위

하구엔 조약돌보다 스티로폼 많아

전남 해역에만 연 1만t 넘게 유입

올 쓰레기 2000t 매입에 예산 15억



플라스틱 아일랜드 ②



중앙일보

지난달 26일 찾은 상하이 빈장 산림공원 강변 산책길에 폐스티로폼, 플라스틱 등을 비롯한 각종 해양 쓰레기가 쌓여 있다. 진창일 기자


지난달 26일 중국 상하이 빈장 산림공원. 양쯔강과 황푸강 하류가 합류하는 지점이자 중국을 기준으로 동쪽 바다와 맞닿은 곳이다. 생태 숲과 식물 군락, 습지식물관, 강변과 해안가 관광지로 유명하다. 입장료도 받는다.

하지만 이곳 강변 산책길엔 쓰레기뿐이었다. 나무 한 그루는 푸른 잎 대신 비닐 쓰레기를 걸치고 있었다. 조약돌보다 스티로폼 조각이 많아 보였다. 플라스틱 페트병도 나뒹굴었다.

이곳이 ‘쓰레기 산책길’로 변한 건 바다에 다다른 양쯔강과 황푸강이 품고 있던 쓰레기를 토해낸 탓이다. 지난 8월 중국의 환경단체가 강변과 해안가를 청소했지만 강과 바다가 만나는 물길 탓에 3개월여 만에 다시 쓰레기가 쌓였다.

상하이에서 차로 2시간 남짓 떨어진 동탄 인근 양쯔강 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중국 정부가 지정한 ‘국가급 새 보호구역’으로, 낚시나 배의 정박은 물론 사람의 거주·출입도 제한된 곳이다.

양쯔강서 본 어구, 똑같은 게 신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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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상하이 인근 양쯔강 하구 난후이 지역 강변 모래를 체로 걸러내자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쓰레기 조각들이 나왔다. 진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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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은 ‘중화쉰’이라 불리는 중국 철갑상어의 보호구역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멸종위기종인 중화쉰을 보호하기 위해 담당 기관을 세워 5~9월 동안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 역시 강가 곳곳에 쓰레기가 널려 있었다. 곳곳에서 어구로 사용된 듯한 조각난 스티로폼이 보였고, 생활 쓰레기도 쌓여 있었다.

지난달 25일 방문한 ‘난후이’는 상하이에서 차로 약 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양쯔강 하구 지역이다. 이곳엔 과자 봉지와 통조림, 플라스틱 바구니, 페트병, 페인트 통 등 생활쓰레기가 많았다. 전날 비가 온 탓인지 뭍으로 쓸려 온 갈대 사이에 조각조각 찢긴 비닐 껍질이 가득했다. 엉킨 폐그물과 조각난 어구들도 보였다.

중국 당국도 해양 쓰레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 난후이 강변 곳곳에서 쓰레기 투기를 금지하는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올해엔 양쯔강 전역의 쓰레기 투기를 적발하는 특별단속도 진행됐다. 주민 왕광린(38)은 “예전엔 사람들이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렸다”며 “이곳도 쓰레기가 많았는데 지금은 정부 단속으로 많이 좋아진 편”이라고 말했다.

난후이의 또 다른 강변에선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 둥궈신(66)은 “정부로부터 돈을 받고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시작했다”고 했다. 한국의 공공근로 일자리처럼 그도 하루에 90위안(약 1만5000원)을 받으며 강변에서 쓰레기 줍는 일을 하고 있었다.

중국은 해양 쓰레기의 발원지로 지목받고 있다. 독일 헬름홀츠 환경연구소는 2017년 10월 환경 저널 ‘환경과학과 기술’에 게재한 논문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유입이 가장 많은 강으로 중국의 양쯔강을 지목했다. 플라스틱을 바다로 많이 유출하는 강 10곳 중 3곳(양쯔강·황허강·하이허강)이 중국에 있다. 모두 서해로 흘러온다.

전남도가 지난해 10월 사단법인 ‘동아시아 바다공동체 오션’에 의뢰한 ‘해양 쓰레기 발생량 조사 최종보고서’는 중국 육상에서 발원한 쓰레기가 연간 1만3000t씩 전남 해역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전남, 어장·양식장 쌓인 쓰레기 6만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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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을 바다로 많이 유출하는 10대 강.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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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찾은 전남 신안군의 자은도 내치해변. 해변 구석에 밀물 때 올라온 쓰레기들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한자가 쓰인 플라스틱 물통들도 나뒹굴고 있었다. 10분여 만에 한자 상표 물통 15개를 찾았다. 손 세정제 용기나 주방세제 통도 보였다.

한자가 쓰인 검은 구 형태의 어구도 있었다. 지난달 25일 중국 상하이 인근 양쯔강 하구 ‘난후이’ 지역 쓰레기 더미 속에서 기자가 직접 목격했던 어구와 색깔, 모양이 같았다. 상단부에 한자가 쓰인 점도 일치했다.

일본어가 쓰인 쓰레기도 있었다. 내치해변과 이곳에서 약 3㎞ 떨어진 양산해변에서 찾은 고무장갑 비닐 쓰레기다. 둘 다 같은 상표로 크기를 구분한 듯한 ‘L’ ‘2L’이란 문구만 달랐다. 신안 자은도에서 만난 한 주민은 “내치해변이나 양산해변은 물길을 가로막는 곶이나 섬도 없어 밀물 때 해양 쓰레기들이 그대로 해변으로 올라온다”고 했다.

현재 어장과 항만, 양식장 등 전남 바다 아래 가라앉아 있는 해양 쓰레기는 약 6만5817t으로 추정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돈 주고 쓰레기를 산다. 전남도는 어선이 건져올린 폐어구와 로프는 40L 마대 기준 4000원, 연안·근해 통발은 개당 250원에 산다. 올해 2140t의 해양 쓰레기를 15억3400만원에 사들일 계획이다.

수매사업뿐 아니라 해양 쓰레기 수거 처리, 정화사업 등을 통해 5년간 수거한 해양 쓰레기도 1만8600t이다. 하지만 해양 쓰레기는 아직도 섬에 상륙하고 있다.

중국 환경단체 상하이 렌두의 류용롱(46) 이사장은 “해류를 타고 나라를 넘나드는 해양 쓰레기를 국경을 기준으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문제로 나누면 국가 간 공동 해결책을 만들기 어렵다”며 “이미 한국, 일본 학자들과 함께 쓰레기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중국도 해양 쓰레기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했다.

상하이·신안=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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