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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다 되는 한국 양식업… 도심 빌딩서 연어·참치·고등어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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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알에서 부화한 후 6개월 된 갑오징어들이 양식장에서 자라고 있다. 갑오징어는 올해 국내 최초로 전 주기적 양식(완전양식)에 성공했다. /해양수산부




지난달 전남 해남군 양식장에서는 갑오징어 양식 성공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일반 오징어(살오징어)보다 다리가 짧은 게 특징인 갑오징어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연간 6만t씩 잡힐 만큼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어종(魚種)이었지만, 남획과 기후변화로 지금은 어획량이 30년 전의 10분의 1로 줄었다. 이제는 오징어 하면 으레 살오징어를 떠올리게 됐지만, 살오징어마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등으로 어획량이 1999년 25만t에서 지난해 4만6000t으로 급감했다. 요즘 오징어가 '금(金)징어'로 불리게 된 이유다.

오랜 기간 살오징어 양식 방법을 연구해온 국립수산과학연구원은 오징어 값이 폭등하자 지난해 갑오징어 양식으로 눈을 돌렸다. 살오징어는 연어와 같은 회유성 어종인 데다 어린 살오징어가 무엇을 먹고 자라는지 밝혀지지 않아 양식에 번번이 실패했지만, 여기서 쌓은 노하우가 갑오징어 양식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어린 갑오징어의 초기 먹이를 밝혀내는 데 성공한 연구진은 연구 착수 1년 만에 인공으로 부화한 갑오징어를 어미로 키운 뒤 이 어미로부터 다시 알[卵]을 받아 부화시키는 '전(全) 주기적 양식'에 성공했다.

식탁 오르는 수산물 절반이 양식…못 기르는 게 없는 양식 강국

우리나라에서 현대적 의미의 양식업이 시작된 것은 1960년대부터다. 1963년 농림부 산하에 국립수산진흥원이 설립돼 본격적인 수산자원 연구를 시작하면서 김과 미역, 파래 같은 해조류 양식이 시작됐고, 1980년대 이후 국민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굴, 가리비, 참돔, 광어, 우럭, 새우 같은 품목까지 양식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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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종인 황금넙치도 양식… 캐나다·중국으로 수출 - 제주도에 있는 영어조합법인 해연의 황금넙치 양식장에서 한 직원이 황금넙치를 잡아 바구니에 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넙치 희귀종인 황금넙치를 양식용 품종으로 개량해 2017년부터 캐나다, 중국, 필리핀 등에 수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양식품종 수출액은 2013년 5억4870만달러에서 2018년 8억2137만달러로 50% 가까이 늘었다. /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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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국민의 식탁에 오르는 수산물 대부분의 양식이 가능해졌다. 광어, 우럭, 농어, 굴, 미역, 김, 흰다리새우는 양식이 자연산보다 더 보편적인 수산물이 됐다. 여기에 쥐치, 복어, 전어, 고등어, 철갑상어, 가물치, 매생이, 참게, 해삼 등도 양식화에 성공했다. 기술적으로 양식이 가능한 품목은 70여 종, 상업화까지 이뤄진 품목은 36종 정도다. 양식이 까다로운 참치도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국내 3곳의 양식장에서 양식 중이다. 일본에서 치어를 들여와 성체를 기르는 방식인데, 일반인들로부터 투자받아 수익금을 3년 후 돌려주는 '참치펀드'도 올해 처음 도입됐다.

'잡아서 먹는 시대가 아니라 길러서 먹는 시대'가 되면서, 국민 식탁에 오르는 해산물 절반 정도는 이미 양식이다. 특히 김과 미역, 전복, 장어는 국내산 대부분이 양식이고, 송어는 98%, 굴은 89%, 광어는 88%, 새우는 16%가 양식으로 생산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노르웨이, 덴마크, 일본 등과 더불어 세계 7대 양식업 강국이다. 수출에서도 양식업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양식품종 수출액은 2013년 5억4870만달러에서 2018년 8억2137만달러로 50% 가까이 늘었다.

내년엔 대서양 연어도 식탁 오를까…도심 속 양식장 연구도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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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대서양 연어도 올해 국내에서 양식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몸길이 최대 150㎝에 이르는 대서양 연어는 송어속 중 가장 큰 종으로 전 세계 연어 소비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시장 규모가 60조원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연어 인기가 높아지면서 수입액이 5000억원에 육박한다. 2015년부터 연어 양식에 도전해온 한 중소기업은 동해안에서 서식이 불가능한 대서양연어를 상품성 있는 6㎏ 이상으로 키우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환경부가 대서양연어를 위해우려종으로 지정해 실제 상업화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대서양연어가 유입되면 국내 생태계를 교란하고 전염병 확산 등 '제2의 배스'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게 환경부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소비되는 대서양연어 4만t가량을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양식했을 때 소비자에게 발생하는 편익과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부처 간에 협의 중"이라며 "협의가 잘돼 국내산 양식 연어를 소비자 식탁에 올리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새로운 품종의 양식 기술을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양식 기술의 업그레이드다. 같은 광어를 양식하더라도 인공지능(AI)이나 데이터 분석 기술을 가미해 양식 효율을 높이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방법을 활발하게 연구 중이다.

지난 2016년에는 양식어류의 유해한 배설물(암모니아 등)을 사육수조 내에서 유익미생물(바이오플록)로 분해해 배출수를 거의 배출하지 않고 재사용하는 바이오플록 기술을 세계 최초로 담수어류 양식에 접목시켰다. 최근에는 친환경으로 물고기 양식을 하면서 무농약 채소까지 함께 생산할 수 있는 '바이오플록-아쿠아포닉스' 기술도 개발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폐수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도시에서도 양식장을 운영하는 고도의 기술을 내년쯤 시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심 속 빌딩에서 농작물을 재배하는 스마트팜과 마찬가지로 도심 속 공장에서 물고기를 키워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모습을 볼 날이 멀지 않았다.




최규민 기자(qm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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