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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있어도 못사요"… 강남보다 매물찾기 더 어려운 강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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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살던 신종기(38)씨는 최근 직장 문제로 이사를 추진하며 집 없는 신세가 될 뻔했다. 집을 먼저 팔고 거주할 집을 찾아나섰는데, 이사하려던 마포구 아현동 일대에서 살 수 있는 집을 찾기가 어려웠던 것.

신 씨는 공인중개업소를 통해 집주인과 약속을 잡고 계약을 하러 나갔다가 그 자리에서 집주인이 값을 수천만원 높여 불러 결국 계약이 무산되는 일까지 겪었다. 신 씨는 "매물이 씨가 말랐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면서 "이런 때는 집을 먼저 사고 내 집을 팔아야 한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매물이 자취를 감춘 가운데 특히 서울 강북권에서 매물 부족 현상이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매수대기자가 충분한 자금을 갖고 있어도 집사는 게 어려울 정도다. 집을 파는 사람도 갈 곳이 있어야 현재 사는 집을 파는데, 집을 구하지 못하다보니 팔지도 못하고, 매물은 더 잠기는 악순환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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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아파트 전경.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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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KB국민은행 리브온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이달 9일 기준으로 128.6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0~200 범위이며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많다는 걸 말한다.
지난 9월 16일만 해도 이 수치는 85였는데, 3개월도 채 안돼 40포인트가 오르면서 매수자 우위 시장이 된 것이다.

특히 강북권 매수우위지수는 강남을 능가한다. 강북권은 9일 기준으로 매수우위지수 132.2를 기록해 124.6을 기록한 강남보다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주택시장에 매물이 사라진 건 수요·공급과 심리적인 이유 때문이다. 최근 주택시장에서는 집값 상승 우려에 마음이 급해진 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서두르며 고가에도 거래가 속속 체결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30대와 40대가 매수에 대거 나섰는데, 이들은 집값이 비싼 강남보다는 강북에서 집을 찾는 경우가 많다.

반면 집주인들 사이에서는 집값이 추가 상승할 것이란 집단적 기대심리가 팽배하다. 내년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데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신축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이런 믿음을 더하는 배경 중의 하나다.

실제로 강북권의 경우 그동안 이 지역에서 볼 수 없던 가격에 거래되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어 이런 생각이 더욱 굳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마포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 전용 84.97㎡은 17억원에 거래됐다. 마포구 신수동 ‘신촌숲아이파크’ 보류지 매각에서는 전용 84㎡가 18억500만원에 낙찰됐다.

고가 매물이 체결되면서 호가가 더 뛰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서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해 집값을 보고 현장에 방문한 매수대기자가 이 가격보다 더 받아야겠다는 집주인의 얘기에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최근 허다하다"면서 "그래도 집을 사들이는 매수자가 나타나면 다른 매도인들은 이후 호가를 더 높이곤 한다"고 말했다.

매물 실종으로 고통을 겪는 것은 무주택자만이 아니다. 유주택자도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이사를 가려는 1주택자의 경우 워낙 집값이 많이 오른 탓에 집을 팔아도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다. 이렇게 막힌 거래는 매물 부족을 가중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전문가들도 이 상황을 해결할 만한 대안이 딱히 없다고 말한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를 꺼뜨리지 않으면 이런 상황이 계속 지속하면서 주택시장 열기가 가라앉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은 실물경기보다 유동성과 금리에 더 민감한 시장"이라며 "부동자금을 부동산시장 이외로 돌려놓을 방법을 찾지 못하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진혁 기자(kinoe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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