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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삼다수에 도전장 낸 용암수…오리온·제주道 용암수 놓고 때아닌 물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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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이 제주용암수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제주도와의 마찰로 인해 사업 중단 위기에 몰려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제주도는 생수 원산지로 ‘삼다수’가 유명하다. 1998년 출시한 삼다수는 이후 21년간 먹는 샘물 시장 1위를 지킨 국가대표 생수 브랜드다. 삼다수가 1위를 유지한 비결은 제주도 청정 자연에서 만들어진 물이란 점 때문이다. 하지만 오리온이 제주도를 수원지로 한 다른 브랜드 생수를 선보이며 문제가 생겼다.

오리온 제주용암수는 고향이 ‘제주도’라는 점을 제외하면 삼다수와 많이 다르다. 삼다수는 지하수의 일종인 화산암반수다. 용암수는 암반수 밑에 있는 해양심층수다. 암반수는 추출해 살균하면 제품화할 수 있지만 해양심층수는 지하 6㎞에서 끌어올린 해수를 전기분해해 염분을 빼는 추가 공정을 거쳐야 한다. 작업이 더 까다롭다. 오리온은 3년여간 제품 개발 끝에 용암수 상품화에 성공해 국내 시장에 내놨다.

그런데 돌연 제주도청이 ‘국내 판매 금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용암수를 국내에 판매한다고 했으면 애초부터 용암수 개발 허가를 내주지 않았을 거란 게 제주도청 측 주장이다. 반면 오리온 측은 “국내 시장에 선보이지 않은 제품을 어떻게 바로 해외에 판매할 수 있느냐”며 반박한다.

매경이코노미

오리온이 제주용암수를 출시했지만 제주도는 오리온이 국내에 판매할 경우 용수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경고해 논란이 예상된다. <오리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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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수는 대체 무엇?

▷고농도 미네랄 함유한 건강 샘물

오리온은 11월 26일 서울 마켓오 도곡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리온 ‘제주용암수’ 공식 판매 시작을 알렸다. 제품 종류는 530㎖, 2ℓ 두 가지다.

제주용암수는 다른 물과 무엇이 다를까.

일단 영양소가 풍부하다. 오리온 측은 칼슘 62㎎/ℓ, 칼륨 22㎎/ℓ, 신경과 근육 기능 유지에 도움을 주는 마그네슘이 9㎎/ℓ 함유됐다고 설명한다. 일반 생수와 비교해 칼슘 13배, 칼륨 7배, 마그네슘은 2배 많은 수준이다.

용암해수는 바닷물이 화산암반층에 여과돼 담수층 하부에 형성되는 물이다. 세계에서 제주도와 하와이에서만 발견된 희귀한 수자원이다.

“일반 지하수 기반 생수와 달리 용암수는 육지의 흙과 돌 사이로 들어온 바닷물을 채취해 만든 생수다. 바닷물이다 보니 일반 지하수보다 미네랄 함유량이 풍부하다.”

고재윤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용암수의 또 다른 장점은 사실상 자원이 무한정이란 점이다. 화산암반에 의해 외부 오염원으로부터 안전한 청정 수자원으로 매장량은 71억t에 달한다. 매일 1만t씩 사용해도 약 2000년간 사용할 수 있다. 바닷물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취수량은 사실상 무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좋은 용암수가 왜 지금까지 개발되지 않았을까. 시출 기술과 관련 깊다. 지금까지 용암수를 시출할 만한 기술이 부족했고 선뜻 뛰어드는 기업이 많지 않았다.

오리온은 글로벌 음료설비 제조사인 독일 크로네스(Krones), 스위스 네스탈(Nestal)에서 최첨단 설비와 신기술을 도입해 용암수 특징을 살릴 수 있도록 했다. 2016년 11월 제주도 용암해수 사업권을 갖고 있던 ㈜제주용암수를 21억원에 인수했다. 현재까지 1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용암해수산업단지 내 생산 공장 등 관련 시설을 만들었다.

최근 국내 생수는 환경오염으로 인해 수원지 불신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제주용암수는 수원지 오염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래저래 오리온 제주용암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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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시 강행에 제주도 반발

▷양측 윈윈할 수 있는 해법 모색해야

오리온이 야심 차게 제주용암수를 선보였지만 시작하자마자 복병을 만났다. 제주도가 국내 판매에 적극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화산섬인 제주는 물을 공공자원으로 관리한다. 지하수 개발은 공기업에만 허가한다. 삼다수의 경우 생산은 제주도 산하 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가 맡고 유통은 광동제약에 위탁, 판매한다. 오리온이 출시한 제주용암수는 원래 민간 기업이 제조·판매할 수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제주도가 2008년 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제주도지사가 지정·고시하는 지역’에 한해 민간 기업에 대한 예외적인 물 개발·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제주특별법을 개정했다. 외지 기업의 제주 물 판매 길이 열리면서 오리온이 뛰어들었다. 오리온은 2016년 제주 구좌읍 한동리에 조성된 제주용암해수단지에서 나오는 제주용암수 지분 60%를 21억원에 인수해 1년에 최대 21만4000t까지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제주도청 측은 “오리온이 국내에서 제주용암수를 팔지 않겠다고 해서 물 제조를 허가했는데 (오리온이) 약속을 어겼다”며 “오리온이 국내 시판을 계속 고집하면 용암해수단지를 관리하는 제주도 출연기관을 통해 취수량을 통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왜 제주도가 제주용암수 국내 출시에 사활을 걸고 반대하는 것일까.

제주용암수가 그간 제주도를 대표하는 브랜드였던 삼다수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막강한 유통망을 자랑하는 오리온이 생수 판매에 나서면 자칫 제주 대표 브랜드인 삼다수 아성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용암해수를 이용한 오리온 제주용암수는 삼다수와 같은 일반 ‘먹는 샘물’과 달리 미네랄을 분리·재투입하는 형태로 식품첨가물이 들어가는 혼합음료로 분류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제주용암수를 ‘먹는 샘물’로 인식해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삼다수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게 제주도 관계자들 걱정이다.

가뜩이나 삼다수 입지는 예전만 못하다. 삼다수 시장점유율은 한때 50% 중반대를 기록했지만 올해(1~7월)는 37.8%로 40% 벽마저 무너졌다. 삼다수 점유율이 4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다수는 브랜드 최초로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등 마케팅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심 ‘백산수’,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 등 경쟁 제품이 늘며 소비자가 분산돼 점유율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도청 측은 “염지하수를 이용한 제품을 국내에서 판매하게 되면 민간 기업이 다량의 공공재를 이용해 이윤을 추구하게 된다”며 “삼다수를 생산해 판매하는 지방 공기업(제주도개발공사)과 경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리온 역시 제주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다만 제주도의 갑작스러운 경고에 대해서는 다소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제주도에 투자할 때부터 국내에 먼저 판매를 하고 검증을 거친 뒤 해외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알렸다고 강조한다. 오리온 관계자는 “용암해수에 투자할 당시 제주도는 기업 유치를 위해 애쓰던 시기였고, 투자를 결정한 오리온에 고마움까지 표시했는데 이제 와서 국내에 판매하지 말고 해외 수출만 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제주도와 계속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오리온은 국내 판매에 대해 당장은 온라인에 집중한 후 편의점 등 오프라인으로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출시부터 줄곧 ‘에비앙’ 등 글로벌 생수 브랜드와 경쟁을 강조한 것은 제주도를 다분히 의식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익의 20%를 제주도에 환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제품 구성도 글로벌 수요에 맞춰 제작했다. 530㎖ 제품은 대표적으로 국내에서 찾아볼 수 없는 형태다. 해외 생수 시장의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제주도 분위기를 살피며 최대한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다만 제주도 반발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양측 갈등이 해결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고재윤 교수는 “삼다수와 용암수는 물의 근본적인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소비자 취향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것”이라며 “제주도와 오리온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가령 삼다수와 제주용암수가 공동 마케팅을 펼쳐 둘 다 잘된다면 모두 제주도에 기여하는 좋은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37호 (2019.12.11~2019.12.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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