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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출산 임박했는데'…불난 일산 산부인과 이용 여성들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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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금주 정상 진료 재개"…맘카페서 "경보음 못 들었다" 주장도

연합뉴스

일산 여성병원 화재 '아찔'…신생아 포함 350여명 대피 (CG)
[연합뉴스TV 제공]



(고양=연합뉴스) 권숙희 최재훈 기자 = 지난 14일 불이 난 경기 일산 여성병원의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당시 입원해있던 산모와 가족뿐만 아니라 출산이 임박한 여성을 비롯한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게 됐다.

산부인과라는 특성상 임신 초기부터 출산 이후까지 장기간 한 병원을 이용하는 여성들이 대부분이고, 난임 등으로 병원의 도움을 받아 임신을 준비하는 부부의 경우에는 계획된 진료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16일 경기 일산소방서와 경찰 등에 따르면 불이 난 고양시 일산동구 소재 A 여성전문병원의 불은 1층에서 다른 층으로 번지지 않았지만, 2·3·4층에 그을음 피해가 발생했다.

또 당시 1층 필로티 주차장에 주차됐던 차들의 연쇄 화재로 인해 연기가 상당히 많이 났는데, 이로 인해 8층짜리 병원 건물 곳곳에 유독가스가 스몄을 가능성이 크다.

A 병원은 산부인과, 난임전문센터, 부인과, 내과센터, 소아청소년과, 유방·갑상선센터, 건강검진센터, 산후조리원 등을 갖춘 대형 여성전문병원이다.

일산지역 기혼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인 '일산아지매'(네이버 카페)에는 A 병원을 이용했던 여성들의 답답함을 토로하는 글이 속속 게시되고 있다.

'출산 예정일이 다음 주 일요일'이라는 한 여성은 "수요일 이전에 피가 비치거나 양수가 흐르면 (다른) 분만 가능 응급실로 가셔야 할 것 같다고 연락을 받았다"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이달 출산을 앞둔 또 다른 여성은 "첫아기라 언제 나올지도 모르고 요즘 계속 배가 뭉쳐서 걱정되는데, 화재가 나서 검진도 못 받는다고 하니 '멘붕'이다"라고 토로했다.

또 "시험관 주사를 진행하던 차에 갑작스러운 화재 소식으로 난감해졌다"거나, "아직 임신 초기인데 언제쯤이면 병원 건물이 괜찮다고 할 수 있을지 답답하다"는 등의 사연도 여럿 올라왔다.

화재 직후 A 병원에 있던 산모와 신생아 등은 모두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됐으며, 건물 출입이 제한되는 등 병동은 잠정 폐쇄된 상태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관계기관의 합동 감식, 건물 안전성 확인작업 등이 이뤄지려면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병원측에 불이 시작된 배관과 1층 주차장 등 지점에 증거가 훼손되지 않도록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특히 신생아가 지내야 하는 시설이다 보니 이른 시일 내 진료를 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물의 안전성에 특히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A 병원은 화재 당일인 지난 14일 바로 병원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 인사를 전하면서 "금일 즉시 청소 및 소독, 환기 작업에 들어갔으며, 외래와 병동 및 조리원은 17일 정상 진료 예정"이라며 "분만과 진료받으시는 데 불편함을 최소화하도록 신속한 정상화에 힘쓰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대해 일산동구 보건소 측은 "현재 화재로 그을음 피해나 냄새가 심한 상태인데 산모와 신생아가 이용하는 의료 시설이니 실내 공기질을 측정해 적정한 수준의 공기질이 확보됐을 때 운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며 "일반적인 청소뿐만 환경정비 작업이 지속돼야 하며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건소 등 지자체에서 병원 재운영에 대해 허가를 하는 등 강제할 수는 없고, 무리하게 조기 재운영할 경우 관련 부서에서 지도 등 제재는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커뮤니티에는 당시 일부 층에서 화재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고, 병원 측의 상황 대처가 미흡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보기 작동 여부나 재난 상황시 매뉴얼 준수 여부 등은 경찰과 소방 당국이 관계자들을 상대로 계속해서 조사 중이다.

지난 14일 10시 7분께 이 병원 1층에서 불이 나 신생아·산모 병원 관계자 등 357명이 대피했다. 이 가운데 연기흡입 피해 환자 90여명을 포함해 170명이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됐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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