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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삼각김밥에 컵라면 이게 청춘인가" 배고프고 우울한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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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1,147명 중 83.1% 하루 한 끼 이상 굶어

쉴 틈 없이 아르바이트…편의점 음식이 주식으로

청년들 빈곤·우울증 늘어…전문가 "정부 관심"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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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83.1%가 하루 한 끼 이상 굶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한 20대는 편의점 삼각깁밥과 컵라면이 주식이 되었다고 토로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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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뭐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에 컵라면이죠. 요즘 20대 애들 주식이에요"


평소 편의점에서 가볍게 끼니를 해결한다는 20대 중반 취업준비생(취준생) A 씨는 대학을 다니는 동안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적이 없다. 학자금 대출 상환 비용과 취업 준비 자금 마련 때문이다. 쉴 틈 없이 일하다 보니 제대로 된 밥을 먹을 시간도 없어 어느새 A 씨 주식은 편의점 음식이 돼버렸다.


그는 "삼각김밥도 원플러스원(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상품)으로 먹는다. 맛이 아닌 배부름이 우선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쏟아지는 졸음을 내쫓기 위해서 커피도 어쩔 수 없이 먹는다"고 말했다.


배고픈 청춘이 늘고 있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우울감도 늘고 있다. 일부에서는 벼랑 끝 내몰린 청춘이라는 푸념도 나온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준생 10명 중 8명이 하루 한 끼 이상 굵고 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는 '청년 빈곤','청년 우울증' 해소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지난해 6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취준생 1,147명을 상대로 한 공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준생 83.1%가 하루 한 끼 이상 굶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2끼를 먹는다는 응답이 66.5%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3끼(16.3%), △4끼 이상(0.6%) 등 삼시세끼를 꼬박꼬박 먹는 취준생은 17%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하루에 △1끼만 먹는다는 응답도 16.6%로 적지 않았다. 하루에 한끼만 먹는다는 응답은 △6개월~1년 미만(19.4%)과 △1년 이상(19.5%) 취업준비를 해온 취준생에게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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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취업박람회에 모여든 청년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최근 한 기업에 인턴으로 취업한 20대 중반 B 씨는 "현실이 너무 팍팍하다"면서 "저 뿐만 아니라 많은 20대들이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르바이트를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처한 청년들은 손에 쥐는 돈도 너무 적고, 무엇보다 언제 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우울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청년들 사이에서 이른바 '우울지수'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의 만 19~34세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빈곤청년 인권상황 실태조사(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우울지수는 9.76점(30점 척도)으로 우울 판정기준인 10점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청년 절반은 돈 때문에 가족 생일도 챙기기 부담스러워하고 식사를 아예 거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대상자의 49.6%는 가족의 생일과 같이 기념일을 챙기기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49.5%는 돈 때문에 식사를 거르거나 줄인 경우가 있다고 응답했다. 또 66.9%는 '돈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것이 꺼려진 적 있다'고 답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청년층은 지속해서 늘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태규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병원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은 환자는 2014년 58만8155명에서 지난해 75만1930명으로 28% 증가했다. 특히 20대 우울증 환자는 같은 기간 4만9975명에서 9만8434명으로 97% 늘었다. 올 1~9월 우울증 치료를 받은 20대도 9만4245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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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 구조적 환경을 지적했다. 취준생 20대 후반 C 씨는 "비슷한 세대 친구들끼리 만나면 푸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취업이 잘되나, 학자금이 없나, 아르바이트에 고생하고…우울감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30대 중반 직장인 D 씨는 "우울증, 배고픔, 편의점 삼각 김밥 등이 청년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볼 수 있다는 현실은 문제가 있다"면서 "국가적으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청년빈곤'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 관심을 강조했다. 해당 실태조사를 책임연구한 전경숙 평택대학 교육사회학 교수는 "청년 기본권 보장을 위한 조속한 법제정을 실현하고, 최소한의 청년 기본생활권 보장을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들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 확충"을 제언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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