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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나한테 한일전이 왜 중요하죠?"…가슴이 아닌 머리로 접근한 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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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대표팀 17일 오후 7시30분 일본과 동아시안컵 최종전

뉴스1

15일 오후 부산시 연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 여자부 2차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콜린 벨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2019.12.1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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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임성일 기자 = 부산에서 펼쳐지고 있는 8번째 동아시안컵 남녀부 최종전이 공교롭게도 모두 한일전으로 펼쳐진다.

여자부는 17일 오후 7시30분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한국과 일본이 최종전을 치르고, 남자부는 18일 오후 7시30분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리는 한일전과 함께 대회 막을 내린다. 언제 어느 때고 중요한 한일전이 대회 결승전처럼 연이틀 펼쳐지게 되면서 축구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일전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감정은 특별하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도 여느 경기들보다 강한 전의를 불태우게 마련이다. 이런 마음가짐은 때론 득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독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한국 여자축구사 최초의 외국인 지도자로 기록될 콜린 벨 감독은 후자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자신에게 한일전은 이기고 싶은 1경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냉정한 각오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축구대표팀이 16일 오후 부산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서 한일전을 대비하기 위한 최종 담금질을 실시했다. 특별한 이탈자 없이 모든 선수들이 함께 훈련을 실시했다.

전날 대만과의 경기(3-0 승) 후 이틀 밖에는 휴식 시간이 없는 빡빡한 일정이지만 선수들은 안방에서 열리는 한일전은 반드시 승리로 장식하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 있다.

베테랑 수비수 심서연은 "특별히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아실 거다. 일본은 반드시 이기고 싶은 상대이고 꼭 이겨야하는 상대다. 지기 싫다"면서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똑같다. 일본이 강팀인 것은 사실이지만, 홈에서 열리는 만큼 꼭 승리하도록 준비하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심서연의 표현대로 한국인이라면 한일전의 비중을 익히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콜린 벨 감독은 아무래도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일단 '관계'는 안다.

이날 훈련 도중 잠깐 취재진과 만난 콜린 벨 감독은 한일전의 의미를 아냐는 질문에 한국어로 짧게 '네'라고 답하며 웃었다. 이어 "내게 중요한 것은 승리를 가져와야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느 정도로 판단하고 있냐는 재차 질문에 벨 감독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 그는 한국말을 섞어가며 "나한테 왜 한일전이 중요하죠?"라고 되물었다. 의미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자세였다.

그는 "한일 관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나 내게 최우선 과제는 승리를 가져오는 것"이라면서 "두 나라의 역사적 관계가 선수들에게 적당한 동기부여로 작용한다면 나쁠 것 없으나 감정적인 부분이 크면 안 된다. 축구는 머리로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오히려 낮은 자세로 도전하는 현실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벨 감독은 "일본은 아주 좋은 팀이다. 이와부치 마나와 같은 월드 클래스 선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감독과 선수들이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강팀이고 우리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한 뒤 "그래서 내일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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