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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르포] 대낮에도 그늘…예견된 '블랙아이스'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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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등 현장조사 "염화칼슘 뿌렸으면 결빙 없어야" 안전관리 미흡 논란 커져

사고지점 전방 3㎞부터 내리막, 급커브…제설 관계자 사고후 현장도착 의혹

(군위=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어…어…어…"

내리막에 심한 커브 길이 시작되며 100m가량 앞서 달리던 화물차 모습이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다.

연합뉴스

상주-영천 '블랙 아이스' 현장 합동 조사
(군위=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16일 오후 경북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 방향 상행선 '블랙 아이스' 다중 추돌사고 현장에서 도로교통공단, 경찰 등 관계기관에서 나온 조사관들이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한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2019.12.16 mtkht@yna.co.kr



앞차가 다시 보이자 사고 현장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16일 찾은 상주-영천고속도로 '블랙 아이스' 다중 추돌사고 현장.

파란 하늘 아래 시야가 좋은 대낮임에도 운전하기에는 상당한 주의가 필요했다.

6명이 숨진 추돌사고가 난 경북 군위군 소보면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 방향 달산 1교 위에는 평소에도 주의 운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듯 속도제한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다리 건너 50m 앞에 경찰 순찰차의 대기소도 있어 이곳이 위험 구간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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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영천 '블랙 아이스' 현장 합동 조사
(군위=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16일 오후 경북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 방향 상행선에서 '블랙 아이스' 다중 추돌사고 현장에서 도로교통공단, 경찰 등 관계기관에서 나온 조사관들이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한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2019.12.16 mtkht@yna.co.kr



사고지점 도로 위는 깨끗이 정비돼 차량 소통에는 현재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도로 곳곳의 불에 탄 자국이 남아있고 갓길 가드레일 너머에는 부서진 범퍼와 차 문짝, 사고 차량이 싣고 있던 콘크리트 구조물 등이 부서진 채 쌓여 있어 사고의 흔적이 쉽게 보였다.

이날 현장에서는 오후 2시부터 도로교통공단, 경찰 등 관계기관의 합동 조사가 이뤄졌다.

도로교통공단 소속 10여명의 조사관은 드론과 각종 측량 장비를 이용해 사고 차들의 스키드마크(급브레이크에 의해 생긴 타이어 자국) 등을 측정하고 안전 시설물의 이상 유무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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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영천 '블랙 아이스' 현장 합동 조사
(군위=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16일 오후 경북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 방향 상행선 '블랙 아이스' 다중 추돌사고 현장에서 도로교통공단, 경찰 등 관계기관에서 나온 조사관들이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한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2019.12.16 mtkht@yna.co.kr



교통공단 소속의 한 조사관은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측정한 값을 가지고 사고 재연을 해볼 계획이다"며 "워낙 대형 사고이다 보니 결과는 빨라도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가 서지 않았다는 사고 운전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고 원인이 블랙 아이스라는 점에 무게를 두지만, 다른 이유 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현장 조사에 참여한 임만춘 군위경찰서 생활안전교통과장은 "단순한 결빙사고인지 도로 관리 측에서 충분히 염화칼슘을 뿌리지 않은 등의 관리 문제인지 다각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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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영천 '블랙 아이스' 현장 합동 조사
(군위=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16일 오후 경북 군위군 소보면 달산리 상주-영천고속도로 영천 방향 상행선에서 '블랙 아이스' 다중 추돌사고 현장에서 도로교통공단, 경찰 등 관계기관에서 나온 조사관들이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한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2019.12.16 mtkht@yna.co.kr



관리책임이 있는 ㈜상주영천고속도로 측은 결빙을 없애고자 사고 발생 전 충분히 염화칼슘을 뿌렸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 제설관계자들이 사고 후 현장에 도착했다는 의혹이 일며 안전관리 미흡 논란이 커지고 있다.

추돌사고가 난 곳은 전방 3km부터 내리막이 시작되며 200m 앞에서부터는 앞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커브가 심한 지형이다.

특히 진행 방향 오른쪽의 높은 산비탈 탓에 온종일 그늘이 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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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 추돌사고 현장 수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고지점을 자주 다닌다는 한 운전자는 "다리 위라 바람이 많이 불고 다리 시작점은 그늘져 비가 내리면 반드시 얼음이 얼어 조심해야 하는 곳이다"라고 위험성을 설명했다.

실제 이날 오후 2시 30분께 그늘진 사고 현장에서 차량용 온도계로 측정한 기온은 영상 8도였고 같은 시각 사고 현장을 30m 벗어난 햇볕이 드는 곳은 영상 10도를 기록했다.

양용운 계명문화대학교 소방환경안전과 교수는 "염화칼슘은 뿌리는 즉시 얼음이 녹는다"라며 "사고 직전이나 충분히 뿌렸다면 결빙이 있을 수 없다"고 설명하며 고속도로 관리회사 측의 해명을 의아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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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 추돌사고 현장 수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14일 오전 4시 43분께 달산 1교에서는 차 20여대가 연쇄 추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5분 뒤인 4시 48분께에는 이 사고 지점에서 4㎞가량 떨어진 반대 방향 고속도로에서 차 10여대가 연쇄 추돌했다.

2건의 사고로 7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고 28명이 다쳤다.

mtkh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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