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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9위 배달 앱 '쿠팡이츠'가 두려운 1위 '배달의민족'?…내로남불 지적 [일상톡톡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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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로남불'(배민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아시나요?

세계일보

국내 배달 어플리케이션 1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2위 업체 요기요의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한다고 발표하면서 경쟁업체를 언급한 게 두고두고 논란을 낳고 있다. 전체 전장상거래 1위 업체인 쿠팡을 겨냥, ’일본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회사’라고 원색 비난한 것.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현형제들은 지난 13일 발표한 매각 관련 보도자료에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의 멘트를 인용해 ”일본계 자본을 업은 C사의 경우 각종 온라인 시장을 파괴하는 역할을 많이 해왔다”며 “국내외 거대 자본의 공격이 지속될 경우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토종 앱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게 IT업계의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위기감이 글로벌 연합군 결성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매각의 명분으로 삼았다.

일반적으로 기업 보도자료는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수치나 데이터, 멘트를 인용할 때는 명확한 출처를 명기하곤 한다. 따라서 이번 우아한형제들처럼 익명의 관계자를 등장시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더군다나 업계는 물론이고 사실상 일반인들도 쉽게 알 수 있도록 쿠팡의 회사 이니셜인 ’C’를 직접 언급해 일본계 자본이라고 단정짓는 동시에 ’시장 파괴자’로 표현해 빈축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거세다.

세계일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미래를 만난다’(Meet the Future·10년 후 미래)를 주제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기술 벤처) 페스티벌 ‘컴업’(Come Up) 개막식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른 한편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이 국내외 거대 자본의 공격에 따른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토종 앱의 위기를 매각 정당성으로 언급할 정도로 배달 분야에서 쿠팡의 입지가 위협적인지도 살펴볼 대목이다.

지난달 앱 분석 서비스 업체인 와이즈앱이 전월 기준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표본으로 조사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배민은 전체 앱 실사용률에서 29위를 차지했고, 배달 앱 중에서는 1위에 등극했다.

쿠팡의 배달 앱 쿠팡이츠는 7위 도미노피자와 8위 맥도날드 맥딜리버리에 이어 9위에 그쳤다. 전체 기준으로 902위에 머물러 배민과는 큰 격차를 보였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약 5개월밖에 안 된 쿠팡이츠가 배달 앱 시장을 양분하는 배민과 요기요를 따라잡기엔 아직 벅차 보인다.

그렇다면 우아한형제들이 굳이 쿠팡을 콕 찍어 ‘일본계 자본’을 새삼 강조한 의도는 무엇일까.

이번 매각이 토종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벤처)을 해외 자본에 팔아치웠다는 비난 프레임을 사전 차단해 매각을 정당화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관측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 역시 우아한형제들의 이번 보도자료를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한 관계자는 “배민 창립 역사상 이보다 더 큰 딜이 없었고 회사의 운명이 결정되는 내용을 발표하는데, 오너인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가 보도자료를 미처 확인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아 보인다”며 ”최근 메이저 언론 출신의 홍보임원을 영입한 점으로 봐 배민이 대외 홍보를 경시하는 기업이 아니라는 점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홍보”라고 꼬집었다.

문제의 보도자료를 접한 몇몇 기자들은 “올해 범유통·IT업계 최악의 보도자료”라고 입을 모아 평가하기도 했다.

보통 상대방을 비방하는 식의 네거티브 전략은 1위 업체 대상으로 그 아래에서 ‘저격’하거나 순위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쓰인다.

그렇기에 업계에서는 시장 과반을 차지하는 1위 사업자가 9위를 걸고 넘어졌다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세계일보

실제로 지난 7월 배민은 ‘배민장부’를 이용하는 가맹점을 상대로 경쟁자 요기요의 가맹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요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동일하게 글로벌 투자를 유치해놓고 쿠팡은 '일본계 자본'으로 폄하하고, 정작 독일 회사에 매각되는 자신에 대해서는 ’글로벌 연합군 결성’으로 표현한 만큼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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