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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무슬림’만 쏙 뺀 ‘시민권법’ 개정에…인도 전역 반대 시위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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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접 3국 출신 불법이민자에게 시민권 부여

종교적 소수 아니라고 무슬림만 제외 반발

닷새째 전국으로 시위 확산…6명 목숨 잃어

물러섬 없는 모디 총리 “1000% 옳은 조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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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시민권법’ 개정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 시위가 전국으로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이번 법안이 종교적 박해를 받는 소수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불법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유독 무슬림만 제외했기 때문이다.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운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무슬림 차별’을 합법화하고 있다는 반발이 거세지면서 시위가 전국으로 번지며 격화되는 양상이다.

인도 수도 뉴델리 남동부에 위치한 자미아 밀리아 이슬라미아 국립대 인근에서 지난 15일 시민권법 개정에 반대하는 행진 시위 도중 시위대와 경찰이 돌과 최루탄을 주고받으며 충돌해 50여명이 다치고 4대 이상의 버스가 불타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타임스 오브 인디아> 등 현지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애초 이날 시위는 시민법 개정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평화적인 행진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저녁 무렵 경찰이 연대 행진에 나서던 알리가르 무슬림대 학생들을 막아서면서 충돌 양상으로 격렬해졌다. 이 과정에서 100여명의 학생이 연행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시위 진압 과정에서 발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시위대 중 1명이 다리에 총알을 맞아 성가족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날 시위로 16일 인도 델리 남부 지역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인도에선 지난 10일과 12일 상·하원이 잇따라 시민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모디 총리의 서명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닷새째 이에 반발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법안 통과 뒤 아삼 지역 등 동북부에서 시작된 시위는 이제 동부 웨스트벵골주, 뉴델리 등으로 급격히 번지는 분위기다. 닷새간의 소요사태로 지금까지 목숨을 잃은 사람이 6명에 이른다는 게 영국 <비비시>(BBC) 방송의 설명이다.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문제’의 법안은 인도의 인접국인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3개국 출신 불법 이민자들 가운데 힌두교와 시크교, 불교, 기독교 등을 믿는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이번 법안이 이들 세 나라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박해받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인도주의적 조처라며, 무슬림은 종교적 소수가 아니기 때문에 시민권 부여 대상에 넣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이번 법안이 무슬림을 소외시키기 위한 노골적인 차별 정책으로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무슬림은 인도에서 두번째로 많은 인구(1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의 압도적 다수(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 표심을 등에 업고 당선된 모디 총리는 집권 이후 노골적으로 힌두 민족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올해 8월 무슬림이 다수를 차지하는 잠무카슈미르주의 특별자치권을 보장하는 헌법 370조를 폐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모디 총리는 반대 시위가 거세지고 있음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세다. 그는 15일 자르칸드주의회 선거 유세에서 “(이번 법 개정은) 1000% 옳은 조처”라며 “인도국민회의(INC) 등(야당)이 시민권법 개정안을 상·하원에서 저지하지 못하자 그런 전술(반대 시위)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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