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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밀착카메라] 쪽방민은 몰랐던 '쪽방촌' 재개발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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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시가 두 달 전에 남대문 쪽방촌 일부가 포함된 재개발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사실을 주민들 대부분이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곧 200여 가구가 보금자리를 잃게 될 현장을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서울역 건너편, 화려하고 높은 건물들 사이로 좁은 골목길이 보입니다.

전깃줄은 잔뜩 엉켜있습니다.

이곳의 행정지명은 남대문로5가 동입니다.

원래 양동이었는데, 지금은 동이 합쳐지면서 지금은 이름이 사라졌는데요.

사람들에겐 '서울역 쪽방촌'이나 '남대문 쪽방촌'으로 더 잘 알려진 곳입니다.

낡아 바스러진 외벽이 눈에 띄는 건물들이 있습니다.

쪽방이 들어서 있는 곳들입니다.

굽이굽이 골목을 들어가 봤습니다.

방마다 번호가 붙어있습니다.

방에 들어오면요, 제가 양팔을 채 뻗지도 못할 정도로 좁은 공간이 나오는데요.

여기 보시면 이렇게 전선을 옷걸이로 대신 쓰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쪽엔 찬바람이 들어와서 천으로 덧대어놓은 모습도 볼 수가 있습니다.

[주민 : 이것(난방)도 불량이에요. 이렇게밖에 안돼.]

두 사람이 들어서자, 한평 남짓한 공간이 꽉 찼습니다.

[주민 : 내가 답답해요 내가. 사람이 태어나서 다 운명일 뿐이니까. 그래도 정부에서 돈 주고 하니까 고마운 줄 알고.]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늘어선 또 다른 쪽방 건물.

한낮인데도 복도는 캄캄합니다.

방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 없이는 걷기 힘들 정도입니다.

지난해 이 건물 2층에 정착한 홍선호 씨.

앞서 동자동 쪽방에서도 재개발로 쫓겨나다시피 나왔습니다.

[홍선호/주민 : 300만 원씩 줘서 다 나왔는데. 강제로 그냥 짐 있는 거까지 다 밖으로 다 끄집어내고 그때 다친 사람들이 3명 돼요.]

하지만 1년여 만에 또다시 불안한 소식이 들려옵니다.

두달 전, 재개발 관련 계획안이 통과됐기 때문입니다.

[홍선호/주민 : 보증 걸고 전세방 들어가려고 해도 그 금액이 맞는 게 없어요. (그러면 어디로 가셔야 해요 이제?) 여기서 여기(쪽방촌)로 갔다가 왔다리 갔다리 하는 거예요.]

이곳엔 곧 게스트하우스나 소규모 호텔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건물 6곳, 총 257가구가 사라지게 됩니다.

이미 50여 가구는 집을 비웠습니다.

아프기 전까지 쉼 없이 일했지만, 다리 쭉 뻗고 누울 곳 하나 없습니다.

[홍선호/주민 : 고아원에 있다 보니 가족은 아무도 없으니까. 반지공장, 열쇠공장, 시계공장, 안 해본 게 없어요. 그런데 지금 따지면 희귀병이죠. (수술) 과정에서 주치의가 잘못 집도해서…]

지난 11일, 홍씨는 이웃들과 구청 앞으로 갔습니다.

이주 대책이라도 마련해달라고 말하기 위해섭니다.

주민 공람공고 기간을 이틀 남겨둔 날이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민들 대부분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구청 홈페이지에만 알림이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이동현/홈리스 행동 활동가 : 읽을 줄만 알지 쓸 줄 모르는 분들이 있었고 아예 문맹인 분들도 꽤 있었어요. 그래서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주민들한테 의견서를 받았죠.]

구청에선 정비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서울시와 협의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구청 관계자 : 사업 시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선제적으로 이주를 (했어요). 그래서 문제시되는 것 같은데. 의견 주신 거에 대해선 저희가 답변도 드릴 거고.]

도시 개발로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다시 정착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립니다.

[이동현/홈리스 행동 활동가 : 아무도 돌아온 개발이 없었어요. 대부분 상업지역에 위치해 있고 그래서 상업시설을 설치하는 거죠, 집을 짓지 않고.]

이 때문에 기존 주민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기황/문화도시연구소장 : 영국 킹스크로스 같은 데는 주민들하고 논의하는 데만 6년 걸렸죠. 공청회도 하고 그다음에 이벤트 같은 것도 하고, 축제처럼 뭐도 하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만나는 거죠.]

빈방은 더이상 채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낡은 건물들과 남루한 골목은 곧 없어지겠지만, 이곳에 살던 주민들의 목소리까지 전부 사라져도 괜찮은 걸까요?

(화면제공 : 홈리스행동)

(인턴기자 : 조민희)

이선화 기자 , 김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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