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장, 내일 대표발의…한일 기업·국민 자발적 성금으로 위자료 마련
'日에 면죄부' 피해자·시민사회 우려도… 20대 국회서 처리 여부 주목
문희상 국회의장 '1+1+α' 법안 (PG) |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해법을 담은 이른바 '1+1+α(알파)' 법안을 오는 18일 대표 발의하기로 하면서 입법 절차가 본격 시작된다.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1+1+α)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으로 '기억·화해·미래 재단'을 설립하는 것을 골자로 하며 '기억·화해·미래재단법' 제정안이 공식 명칭이다.
의장실 관계자는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미 공동 발의자로 여야 의원 10여명 이상이 참여했다"며 "더 참여한다는 의원들이 있어 공동 발의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문 의장은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들의 성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방안을 법안에 담았다.
피해자가 위자료를 받으면 확정판결에 따른 강제집행 청구권 또는 재판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도록 했고, 손해배상청구 사건 재판 중인 경우 '소 취하'를 조건으로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했다.
기억·화해·미래 재단이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것은 '제3자 임의변제'로 규정했다. 피해자의 승낙을 받아 재단이 '채권자대위권'(권리를 대신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을 취득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문 의장은 당초 위자료 지급 대상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도 포함하려고 했지만, 위안부 피해자 관련 단체의 반발과 의원들의 부정적 견해로 지급 대상을 '강제동원 피해자'로 한정했다.
또한 '기부금 모집에 종사하는 사람은 기부금을 낼 것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강요 금지 조항도 담았다.
오는 24∼25일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기간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이 같은 법안이 양국 갈등 해소의 실마리가 될지 주목된다.
문희상안 반대 |
다만 이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까지 그 과정이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가장 큰 장애물로는 우선 피해자 관련 단체를 포함한 시민사회의 반대를 꼽을 수 있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일본의 사죄·배상 책임에 면죄부만 부여하고, 피해자들의 권한은 축소한다'며 이 법안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피해 당사자 격인 한국의 기업과 국민이 함께 낸 돈으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하는 데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법안에 '강요 금지' 조항을 담아 일본 측이 돈을 내지 않아도 뚜렷하게 강제할 방안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인 피해자 지원 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지난 11일 수요집회에서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주는 '문희상 안'을 백지화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이 같은 피해자 및 시민사회 단체들의 반대로 의원들은 문 의장의 요청에도 공동 발의에 참여하기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실로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말라는 전화나 공문이 쏟아지고 있다"며 "법안 취지에는 동감하나 논란이 많다는 점도 분명한 만큼 참여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의장 측은 정작 실제 피해자들은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며 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의장실 관계자는 "지난달 말 피해자가 대표로 있는 피해자 단체 39곳이 의장실에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전달했다"며 "반대하는 피해자는 일부이며 반대 단체 대부분은 직접적인 피해자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 의장 측이 목표로 삼은 '20대 국회 내 처리' 여부도 관심사다.
법안은 일단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로 넘겨진다. 제정안인 만큼 공청회를 통한 각계 의견 수렴 절차도 밟아야 한다. 관건은 이 법안에 대해 여야가 얼마나 공감대를 마련하느냐다.
이미 시민사회 단체 등의 반발이 있는 만큼 법안 심사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 총선 등도 부정적인 변수로 꼽힌다.
다만 문 의장이 제시한 '1+1+α' 방식에 대해 국민 절반 이상이 우호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법안 논의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국회의장실이 지난 11∼13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1천명을 상대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1+1+α' 방식의 위자료 재원 방안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3.5%였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42.1%였다. 찬성이 반대보다 11.4%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자를 우선 지원하기 위한 이번 입법 조치에 대해서는 68.6%가 찬성한다고 답해 이 법안의 취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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