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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강남 집주인들의 반전세 갈아타기 혹은 보유세 밀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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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억원 이상 고가주택 보유세 부담 확 늘자

월세 낀 반전세 전환 확산

래대팰 최신 전·월세 매물 중 올 전세는 6개뿐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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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84㎡(이하 전용면적)에 전세로 거주중인 40대 김모씨는 5월 재계약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입주 당시 13억원이던 전셋값이 2년 사이 16억원으로 3억원이나 급등한 것도 문제지만 집주인이 혹시 보증부 월세(일명 반전세)로 바꾸자고 할지 몰라서다. 현재 주변 반전세 시세는 보증금 10억원에 월세 200만원선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씨 입장에서도 결코 부담하기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김씨는 "두 아들 학교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사할 여건도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종합부동산세율 인상, 공시가격 현실화로 급증하는 고가주택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떠넘기려는 집주인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2ㆍ16 부동산 대책 이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급등한데 이어 최근에는 전세 보증금 중 상당액을 월세로 전환하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6일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서는 반전세 매물이 전세 매물보다 많은 단지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의 경우 현재 나와 있는 전ㆍ월세 매물 20개 중 전세는 6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14개 매물은 모두 보증금 5억~11억원의 반전세 매물이었다. 보증금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월세가 낮게는 150만원에서 높게는 350만원에 달했다. 대치동 R공인 관계자는 "최근 전세가 많이 없고 반전세 전환이 적잖은 분위기"라며 "2년 전과 비교해 전셋값이 많이 올랐는데 보증금은 그대로 두고 그만큼을 월세로 받겠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대치동 일대 주변 단지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부 중복매물 가능성이 있지만 네이버 부동산포털에 등록된 매물 현황에 따르면 동부센트레빌, 대치아이파크, 대치롯데캐슬리베 등 주요 단지들에서 월세 매물이 전세 매물을 웃돌았다.


이같은 현상은 강남권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의 최신 전ㆍ월세 매물 20개를 조사한 결과 전세 매물은 각각 6개ㆍ7개에 그쳤다. 송파구의 경우 잠실동 리센츠의 전월세 매물이 288개로 같았고 신천동 파크리오는 전세가 314건인 반면 월세는 443건에 달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의 보유세 강화가 '전세 품귀, 반전세 확산'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는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보유세가 늘어날 경우 보증금 인상보다 부분적으로 월세를 낀 반전세를 내놓는 게 집주인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12ㆍ16 대책을 통해 공시가격 9억원 이상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부과되는 종합부동산 세율을 0.1~0.8%포인트 올렸다. 종부세율은 1주택자 기준으로 기존 0.5~2.7%에서 0.6~3.0%로 0.1~0.3%포인트 올랐다. 3주택 이상 보유자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은 기존 0.6~3.2%에서 0.8~4.0%로 늘어났다.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자 세부담 상한도 200%에서 300%로 상향했다. 대신 정부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 수 있도록 한시적 퇴로를 열어줬다.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해주기로 했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보유세 때문'이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고 있지만 반전세로 전환하는 배경에 세금 부담이 크게 작용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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