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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네이버는 왜 자꾸 실검을 개편하나...AI가 논란 해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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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인공지능 기반 '실시간 검색어(실검)' 서비스를 16일부터 확대 적용했다. 이날 네이버는 "시사,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영역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에 AI(인공지능) 기반 검색어 추천 시스템 'RIYO(리요)'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오는 2월 실검을 폐지하기로 한 카카오와 달리, '실검 유지·보완'을 택한 네이버가 AI로 실검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어떻게 바뀌나?



네이버의 AI 시스템 '리요(RIYO)'는 검색어 차트를 이용자의 필터링에 따라 다르게 보여주는 서비스다. RIYO는 'Rank It YOurslef(직접 순위를 정하세요)'의 줄임말이다. 지난 11월 네이버는 1차로 RIYO를 적용해 '이슈별 묶어보기', '이벤트·할인' 카테고리를 만들어 활용도를 살펴왔다. 이번에 '시사', '엔터', '스포츠' 카테고리를 추가하며 이용자는 카테고리별로 5단계에 걸쳐 자신의 관심도를 지정할 수 있게 됐다.

AI는 검색량이 급상승한 검색어와 개인이 설정한 주제 간의 연관성을 분석해 실시간 검색어 차트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개인이 차트에 '토스 정답'이나 '위메프 할인' 같은 마케팅 키워드가 노출되는 게 싫으면 이벤트·할인 카테고리의 설정 단계를 낮추는 식이다. 연예인의 열애설이 터지면 실검 1~10위 내에 비슷한 키워드가 반복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슈별 묶어보기'의 설정에서 단계를 올리면 관련 키워드가 줄어든다.



실제 검색어에 변화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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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급상승검색어 차트에 이슈묶음 카테고리를 5단계로 적용했을때와 적용하지 않았을때 차이.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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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설정을 하지 않을 경우 16일 오전 11시 25분 기준, 30대 급상승 검색어는 1위 써니전자, 2위 까뮤이앤씨, 3위 국세청, 4위 우리들 휴브레인, 5위 연말정산 하는 법 등의 순이다. 하지만 이슈별 묶어보기의 단계를 높이면 1위가 연말정산으로 바뀐다. 연말정산과 관련된 국세청, 홈택스 등 관련 키워드도 하나로 묶여서 보인다. 2위인 써니전자도 까뮤이앤씨, 안랩 등과 묶여서 정보가 제공되는 식이다.

이번에 도입된 시사, 엔터, 스포츠 분야도 관심사에 따라 시사를 5단계, 스포츠를 4단계, 엔터를 2단계, 이벤트·할인을 1단계 같은 식으로 차등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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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묶음을 적용한 후 이슈, 엔터, 스프츠 카테고리의 단계설정을 5단계로 했을 때 급상승 검색어 차트의 변화.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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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바꿨나?



지난해 '급상승 검색어가 여론을 지나치게 과장하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반복된 결과다. 지난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 모두 입을 모아 '포털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제기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해 12월 "실검이 사회 현상 결과의 반영이 아닌 현상의 시작점이 돼 버렸다"며 '다음'의 실검을 폐지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AI와 개인화 설정을 통해 해법을 찾겠다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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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왼쪽)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오른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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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에는 '실검조작방지법'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 대해 여·야가 일부 합의에 도달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포털업체에 실검조작 방지 의무가 더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 편향성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AI 기반 개인설정'이라는 해결책을 서둘러 적용했다는 분석이다.



논란 및 남은 과제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실검의 목적은 결국 트래픽이고 이는 네이버의 비지니스 모델과 닿아있다"고 지적했다. 실시간 검색어를 기반으로 유입되는 높은 트래픽과, 트래픽에 기반을 둔 광고 수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설문에 따르면 '실시간 검색어를 본 후 뉴스를 찾는다'는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69.5%였다.

또 다른 문제는 이번 개편도 결국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필터링 설정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개인화 설정을 따로 사용하지 않고 네이버를 사용하는 다수의 유저는 기존 실검 시스템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용자가 시사, 엔터 실검을 보겠다고 설정하면 사실상 바뀐 게 없는거 아니냐"며 "취향에 따른 필터링이 아니라 근본적 해결을 위해 알고리즘 공개나 특정 논란 분야 제외 같은 강력한 대책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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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실검 전쟁 [네이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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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어 조작도 넘어야 할 산이다. 한성숙 대표는 지난 10월 국회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 "매크로 같은 기계적 개입에 대한 조직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3일 바이럴 마케팅 업체 등이 전국 PC방 21만대에 악성코드를 심어 네이버 연관 검색어를 조작했다가 구속됐다. 이 업체는 검색어를 1억 6000만 회 이상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AI 실검이라고 해서 매크로 같은 기술적 조작에 안전할 리 없다. 한성숙 대표가 국감에서 "사람이 직접 검색어를 입력하는 것은 개인의 의사"라고 밝혔듯 '조국 힘내세요' 같은 특정 검색어 띄우기 운동을 막을 방법도 없다. 총선국면에서 '이슈몰이'로 특정세력이 실검 띄우기 운동을 반복할 가능성도 있다. 김병희 교수는 "실검이 트렌드를 알려주는 등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여론조작 같은 부정적 측면도 많다"며 "AI 알고리즘이나 개인 필터링을 도입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여론을 흔든다면 포털이 책임을 회피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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