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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 사법 신뢰 실추시키는 진보 판사들의 ‘정치권 뛰어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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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18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한 판사들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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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의 사법 농단을 비판해온 진보 성향 판사들이 연이어 정치권에 뛰어들고 있다. 여러 명의 판사가 법복을 벗고 곧바로 청와대나 여당으로 가는 일은 과거에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개인적 차원에서 판사들의 정치적 선택은 존중돼야 하지만 ‘사법부의 정치화’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바닥까지 떨어진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더 실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개혁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으로 사법 농단 사태 때 법관대표회의 의장을 맡았던 최기상 부장판사가 사표를 제출했다. 여당의 영입 제안을 받고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앞서 양승태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판결 고의 지연 의혹을 폭로한 이수진 수원지법 부장판사도 총선 출마를 선언하며 사직했다. 두 사람 모두 사법 개혁을 주도적으로 이끌던 인물들이라 파장이 크다. 그들이 제기한 사법개혁의 순수성과 공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현 정부 출범 직후에는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였던 김형연 부장판사가 사표를 낸 지 이틀 만에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직행했다. 그는 지난해 5월 법제처장이 됐고, 그 자리는 같은 모임에서 간사를 맡았던 김영식 부장판사가 이어받았다. 이들도 양승태 사법 농단 관련 의혹을 앞장서 비판해 왔다. 사법 권력의 폐해를 질타한 인물들이 어느 순간 정치 권력으로 옮아가는 모습을 본 많은 판사들이 느낀 절망감은 말할 것도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진보 성향 판사들이 잇따라 청와대와 정치권으로 향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동시에 재판의 공정성과 중립성에도 불신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여당의 무분별한 영입은 ‘정치 판사’를 키울 토양을 제공하는 것으로 자제해야 마땅하다.

판사들도 권력을 얻기 위해 법관 경력을 이용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신들의 결정이 사법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심사숙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법부는 권력의 독주를 견제하고 국민 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다. 사법부가 정치화한 결과가 어떤지는 지금의 사법 농단 재판에서 잘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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