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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칼럼] 가뜩이나 공룡인데…경찰에 '특수부'까지 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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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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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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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다 뭇매를 맞는 사이 경찰은 공룡이 됐다.

친일 경찰, 독재 경찰, 권력의 하수인 경찰이라는 오명이 사라지더니 불현듯 경찰의 천하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경까지 포함해 15만 명에 육박하는 경찰로선 수사권 독립이라는 숙원을 이뤘다.

정권의 힘에 의해 얻은 경찰의 독립 수사 권한이 어디로 굴러갈지에 대한 의문이 깊어지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과거의 퇴행적 경찰 형태들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데다 경찰의 토끼몰이식, 투망식 수사 방식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각 지방경찰청의 광역수사대와 지능범죄수사대의 수사력과 인적 구성 역시 검찰의 그것에는 근접하지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사기와 폭력, 고소고발 사건, 교통사고 사건 처리 과정에서 피의자와 피해자가 바뀌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무혐의 종결권을 가진 경찰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바꿔 수사를 끝내버릴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현재 검찰 수사도 그렇지만 경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억울해 하는 국민이 너무나 많다.

형사소송법의 경우 검찰이 갖고 있던 수사지휘권을 폐기하고, 경찰에 1차적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내용이 골자다.

검찰이 경찰 측에서 신청한 영장을 별다른 이유 없이 기각할 경우 이의를 신청해 심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을 강행한 정치권,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일선에서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 개혁이라는 지상 목표에 따라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한 후유증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특히 지방 경찰관들은 대부분 나고 자란 지역에서 수십 년을 맺은 인간관계를 사건 수사에 개입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심하게 말하면 토착비리가 현재보다 더 큰 ‘똬리’를 틀게 만들 개연성이 있다.

실제로 지역에 가면 그런 일이 곧잘 일어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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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갑룡 경찰청장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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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랑이에게 맡겼던 칼을 '치타'에게 준 꼴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별 준비도 없이 너무 큰 권한을 가진 경찰을 어떻게 견제하고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당장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

정치권은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 국면으로 진입했고 원 구성을 마치게 되는 5월 말까지는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다.

7월이면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돼 경찰이 독립적인 수사를 할 수 있게 된 만큼 경찰의 수사 남발과 무분별한 권한 행사에 대한 통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자치경찰 분리’와 ‘국가수사본부 신설’, ‘정보경찰 재편’처럼 여권의 방안들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과 청와대는 이들 법안들만 제정하면 경찰의 ‘검찰화’를 제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구 신설과 제도 구축만으로 한계가 있다.

◇ 중앙경찰 조직을 자치 경찰로 이원화했을 때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듯하다.

한 번도 시행해본 적이 없는데다 자치 경찰의 인사권을 단체장에 이임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경찰이 선거판에 뛰어들 것이며 지방 경찰들은 선출직 공무원들의 하수인들이 될 것이다.

지방 토착비리 수사는 요원해질 수 있다.

◇ 국가수사본부 신설 또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밀어붙인 세력들은 지고지선한 방안이라고 내세울지 몰라도 또 다른 ‘경찰의 중수부’나 ‘경찰 특수부’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벌써부터 경찰 내부에선 경찰의 인력 증원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파킨슨법칙은 새로운 조직을 만들면 인원이 필요하고 그 조직은 인력을 계속 늘려 국민 부담만 가중된다.

작금의 공무원 조직과 공기업들을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경찰에 별도의 수사본부(경찰 특수부)를 갖추라고 검경수사권을 조정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경찰의 인력 충원과 기구 신설은 결국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는 것으로 세금을 자기 돈처럼 인식한다면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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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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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은 국가수사본부 신설과 인력 타령 이전에 수사역량 강화와 높은 도덕성, 인권의식을 함양해야 한다고 본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검경수사권 조정안 국회 통과 뒤 경찰 지휘부와의 화상회의에서 “국가수사본부 도입과 자치경찰제 입법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호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발맞춰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박주민, 박광온 최고위원도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이들 법안의 입법을 완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언론도 이들 법안들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의 인권수사와 수사 역량 향상을 위한 제도를 어떻게 제정해야 하는지를 헤아려봤으면 한다.

초법적 권한을 행사한다는 이유를 들어 위축시킨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과 범위를 고스란히 경찰에게 넘기는 우는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경찰은 또한 수사정보뿐만 아니라 치안정보를 수집한다는 이유로 각 동네를 담당하는 정보 형사들을 두고 있다.

이들 정보 형사들이 수집한 밑바닥 정보가 잘 쓰면 약이지만 잘 못쓰면 독이 된다는 사실은 군사 정권이든 민주 정권이든 여실히 보여줬다.

경찰이 무서운 것은 보통 시민들의 활동을 소상하게 살피고 있는 국가 조직이라는 데 있다.

그렇다고 경찰의 정보 수집 활동을 제한해서도 안 된다.

경찰의 민생치안이든 시국치안이든 정보활동과 관련한 세심한 논의가 요구된다.

◇ 검찰 공화국이 → 경찰 공화국으로만 바뀌었다는 나중 평가(?)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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