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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자유한국당의 ‘주택 공약’, 부동산 투기 조장하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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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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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16일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존중하는 정책을 통해 국민 누구나 노력하면 원하는 곳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게 하겠다”며 ‘총선 주택 공약’을 발표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확대, 주택담보대출 기준 완화, 분양가상한제 폐지, 공시가격 인상 저지와 고가 주택 기준 상향조정을 통한 세금 폭탄 제거, 3기 신도시 전면 재검토가 주요 내용이다.

국민 주거 안정에 대한 기본 철학도, 집값 급등 원인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찾아볼 수 없다. 오직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부정하고 정반대로 가겠다는 의도만이 보일 뿐이다.

서울 강남 등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고분양가가 집값 급등의 원인이 됐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마당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고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면 가뜩이나 불안한 주택 시장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된다.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는 갭투자 등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조처다. 그런데도 대출 규제를 풀겠다는 건 투기 세력에 날개를 달아주겠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의 3분의 1 수준인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현재 시가 대비 평균 68%밖에 안 되는 아파트 공시가격 인상을 막겠다고 한다. 또 평범한 중산층의 세금 부담을 완화하겠다며 고가 주택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시가 13억~14억원)에서 12억원(17억~18억원)으로 올리겠다고 한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공시가격 12억원 초과 아파트는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의 2%에 불과하다. 자유한국당의 중산층 기준은 도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의 공약대로 하면 중산·서민층의 내집 마련 기회는 더욱더 멀어지고 집부자들과 투기꾼들의 배만 불려 주게 된다.

사실 지금의 집값 급등은 2014년 박근혜 정부의 ‘7·24 경제 활성화 대책’이 시발점이다. 박근혜 정부는 집값을 띄워 경기를 부양하려고 노무현 정부 때 촘촘히 짜놓은 투기 억제책들을 모두 풀어버렸다. ‘빚 내서 집 사라’며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를 대폭 높이고 아파트 중도금 대출 건수를 1인당 4건까지 허용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유예하고 분양가상한제도 폐지했다. 또 분양권 전매 제한을 풀고 청약 재당첨을 허용했다.

이렇게 부동산 시장 안전판이 제거되자 집값이 치솟기 시작했고 가계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14년 7월 셋째주부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둘째주까지 14.5% 올랐다. 강남 4구(강남·강동·서초·송파구)는 17% 올랐다. 그 이후 올해 1월 둘째주까지 서울은 11.4%, 강남 4구는 14.1% 올랐다. 집값은 한번 고삐가 풀리면 여간해서는 잡기가 힘들다. 문재인 정부가 고강도 대책을 계속 내놓고 있는데도 집값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집값 급등의 원죄가 있는 자유한국당이 반성은커녕 또다시 투기 억제책을 풀자고 하니 참으로 염치가 없다. 자유한국당은 무책임한 공약을 거둬들이고 국회에 제출돼 있는 종합부동산세 강화 입법에 힘을 보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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