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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책과 삶]‘지능’과 ‘지혜’의 차이…노벨상 받은 과학자도 음모론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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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의 함정

데이비드 롭슨 지음·이창신 옮김

김영사 | 432쪽 | 1만7800원

경향신문

‘캐리’라는 사람은 미국 캘리포니아 나바로강 근처에서 외계인에게 납치된 적이 있다고 주장한다. 캐리는 또 진실로 알려진 것 중 과학적 근거가 아예 없거나 거의 없는 것들이 많다며 ‘에이즈는 HIV 바이러스가 일으킨다’ ‘대기에 프레온가스를 배출해 오존층에 구멍이 생겼다’를 예로 든다. 이 같은 음모론을 제기하는 이들은 사실 많다. 그런데 노벨상까지 받은 지적능력이 뛰어난 과학자라면 어떨까.

캐리 멀리스는 DNA 대량복제를 가능케 한 기술로 노벨상을 받은 생물학자다. <지능의 함정>은 머리 좋은 사람이 왜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왜 더러는 평균적인 사람보다 실수를 더 많이 하는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간의 두뇌와 신체, 행동 등을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영국 저널리스트다. 책은 심리학·신경과학 등의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IQ=똑똑한 정도’라는 공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지능이 더 높을수록 오히려 편향과 자기합리화에 빠져 헛똑똑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이야기한다.

대표적인 예가 애플의 공동설립자 스티브 잡스다. 머리가 비상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잡스는 외골수적 결단 덕에 기술을 혁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인의 삶은 역효과를 가져왔다. 2003년 췌장암 진단을 받은 그는 의사의 충고를 무시하고, 약초 치료·영적 치유·과일주스 다이어트 등에 몰두했다. 주변 사람들은 잡스가 암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고 확신해 충고를 죄다 무시한 것 같았다고 말한다. 결국 수술대에 누웠을 때는 너무 늦은 때였다.

책에는 잡스 같은 흥미로운 사례들이 가득하다. 친절하게 똑똑한 머리가 지혜가 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한다.

특히 요즘처럼 가짜뉴스가 팽배하는 세상에서 이를 걸러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열거돼 있다. 머리가 좋다고,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일수록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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