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7571074 1092020011857571074 01 0101001 6.0.26-RELEASE 109 KBS 37814762 false true true false 1579313150000 1579316976000 related

文 제안한 ‘북한 개별관광’, 미국 협조 없이 가능할까?

글자크기
K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 개별 관광 문제가 한미 간 핵심 외교 현안으로 떠올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이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면서 '북한 개별 관광'을 콕 짚어 언급했습니다.

"개별 관광 같은 것은 국제 제재에 그것은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그것도 충분히 모색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1월 14일)

K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노영민 비서실장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개별 관광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면서 "개별 방문은 유엔 대북 제재에 들어가지 않는다. 언제든지 이행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해리스 주미 대사는 이에 제동을 거는 발언을 해 파장이 일었습니다. "개별 관광 재개와 같은 한국의 제안에 대해 워싱턴과 서울이 서로 긴밀히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재를 유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국은 북한과 어떠한 계획 실행이든 이행하려면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해야 한다"고 말한 겁니다.

K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당장 여당에선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이냐는 비판이 나왔고, 청와대도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했습니다. 통일부는 "개별 관광은 남북한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거듭 강조했는데요, 해리스 대사 발언에 대한 평가를 떠나, 실제 미국의 협조 없이 독자적으로 개별 관광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략을 짤 때 '당위'와 '현실'을 구분해서 볼 필요도 있다는 겁니다.

'대량 현금' 기준 모호…자의적 판단 여지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에 개별 관광을 금지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정부가 개별 관광은 제재 예외 조치 등이 없이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유엔 대북 제재 결의 2087호에는 '대량의 현금을 북한에 반입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미국의 독자 대북 제재인 '이란·러시아·북한에 대한 통합 제재법'은 더 나아가, 대량 현금의 직·간접적 이전을 금지한다면서 제재 범위를 넓혀놨습니다.

문제는 '대량 현금'이 얼마 이상을 말하는 것인지 정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필요에 따라 대량 현금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겁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대북 제재 결의안은 해석 여지가 큰데 대량 현금 조항이 대표적"이라고 했습니다. 또 대량의 현금이란 단순히 '큰 금액'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단체 관광객이 사용하는 돈에만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즉, 개별 관광객이 사용하는 돈도 누적되면 이것 또한 대량의 현금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도 "대량 현금 개념은 굉장히 주관적"이라며, "현재 중국-북한 간 항공 노선이 현재 7개이고 기차, 버스로도 관광객이 많이 간다. 대량 현금 개념을 엄격히 적용하면 중국에서 북한으로 막대한 현금이 들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미국이 중국을 제재하지 않는 것은 "중국은 동맹이 아니고 북한과 가까운 나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과 동맹이기 때문에 제재에 철저한 공조 이뤄야 한다는 미국의 기대 심리가 작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량 현금의 개념 자체가 모호한 만큼 미국이 필요에 따라 제재에 나설 수 있고, 이로 인해 개별 관광 사업이 추진 도중에 중단되면 남북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이런 위험 요소를 미리 제거하는 게 낫다는 겁니다.

K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DMZ 통한 '北 육로관광'은 유엔사 승인받아야…사실상 美 승인 필요

미국이 유엔사를 앞세워 육로 관광을 막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점입니다. 관광객을 태운 버스가 DMZ를 통과해 북한으로 넘어가려면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사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현재 유엔군 사령관은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맡고 있습니다. 사실상 미국의 승인 필요한 겁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관광객이 휴대한 물품과 달러,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차량에 대해 유엔사가 제재 대상 물품인지를 직접 따져볼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 유엔사는 지난해 정부가 북한에 타미플루를 지원하려고 할 때, 이 사업을 대북 제재 사안으로 보고 제동을 건 적이 있습니다. 타미플루를 실은 차량이 북한에 반입될 경우, 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타미플루 지원 사업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고, 북한이 남북교류에 대한 남한 정부의 의지를 의심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 말았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반입 물품을 통제하는 권한을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위임받을 수 있도록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물론 유엔사가 육로 관광을 막더라도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 여행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비용이 증가하고, 소요시간도 늘어나는 만큼 참여 관광객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도 관광객이 많아야 우리 제안에 호응할 가능성이 큽니다.

K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재 위반 없다'·'북미 대화 촉진' 설득이 과제

전문가들은 남북 협력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선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미국을 설득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합니다. 개별관광을 허용하더라도 제재 위반 소지가 없을 뿐더러 북미 대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을 계속 설명하고,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겁니다.

임을출 교수는 "미 재무부는 제재 위반 사항을 정확히 찾아내는 곳"이라며, "전략 물자 통제가 잘 지켜지는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하면 사업이 지속가능하기 어렵다"고 조언합니다. 정성장 본부장도 독자 추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대북 제재에 한국이 구멍을 내고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한미 간 신뢰가 약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만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한미가 이제부터 남북 간 협력사업에 대해 긴밀하게 협력해가기로 했다"면서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란 말은 현재 미국과 의견 차이가 존재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음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거꾸로 보면 '중요한 논의를 시작했다'는 데 의미를 둘 수도 있습니다. 청와대와 정부의 외교 안보 라인이 어떤 묘수로 미국을 설득해낼 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KBS

KBS는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갑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홍성희 기자 (bombom@kbs.co.kr )

<저작권자ⓒ KBS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함께 볼만한 영상 - TV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