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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반려동물세 논란 확산…"유기동물 보호" Vs "앵무새도 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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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학대·유기동물 증가 등으로 사회적 비용 급증

동물단체 등 정상적 양육가구에 부담 전가 반발

도마뱀·앵무세도 과세하나..부과기준 애매

농식품부 “연구용역·국회 논의 등 공론화 거쳐야”

이데일리

이미지투데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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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정부가 반려동물 보유세(반려동물세) 부과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하면서 유기동물이 급증하는 등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며 반려동물세나 부담금 부과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반면 동물 관련 단체와 일부 시민들은 반려동물세가 결과적으로 반려동물을 유기하거나 방치하는 사람들이 아닌 정상적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거두는 방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반려동물 보유현황이 제대로 파악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적인 과세가 가능한지도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펫산업계 또한 비용부담으로 인해 반려동물 양육을 부담스러워하는 가구가 증가해 산업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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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금·기금 도입해 유기·학대 문제 대응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4일 동물복지 종합계획(2020~2024년)을 발표하면서 반려동물세 또는 부담금, 동물복지 기금 도입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기동물 증가 등으로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나 전문기관 등의 설치·운영비 부담이 급증하자 재원 마련을 위한 차원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전체 가구에서 반려동물 양육가구의 비중은 2010년 17.4에서 지난해 26.4%로 급증했다. 4집 중 한집은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얘기다. 문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동물을 유기하거나 개물림 등 반려동물로 인해 시민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동물 유기·유실은 12만1000여건으로 2년새 약 35%나 늘었고 동물 학대나 개 물림 사고도 2300건에 달했다. 동물 학대 문제도 끊임없어 벌어진다.

기부나 자비로 운영하는 사설기관이 일부 있지만 유기·학대 받는 동물 보호는 정부와 지자체가 대부분 책임을 떠맡는다. 농식품부의 동물보호·복지 관련 예산은 2015년 약 15억원에서 지난해 136억원으로 9배 가량 늘었다. 2018년 지자체의 동물보호센터 운영비는 200억원대로 2년 전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났다.

정부는 반려동물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를 위해 반려동물 영업자나 소유자의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과 제도 개선에 나서는 한편 유기·유실동물 구조를 강화하고 전문기관 설립 또는 지정을 확대할 계획이다. 앞으로 돈을 쓸 곳이 더 늘어난다는 얘기다.

정부는 반려동물 관련 예산을 계속 일반 회계에서 조달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들의 세금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셈이어서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소유자들에게 보유세, 부담금을 받거나 기금을 조성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반려동물세를 도입한 사례가 있다. 일례로 독일은 ‘강아지세’로 불리는 ‘훈데스토이어’(Hundesteuer)를 매년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가구에 부과한다. 뮌헨주에서는 일반견 기준 약 100유로(13만원) 정도다. 네덜란드 헤이그시는 반려동물세로 연간 약 116유로(15만원)를 걷는다. 이렇게 거둬들인 세금은 도심내 잔디밭 관리나 동물 경찰 운영 등에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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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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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마뱀·앵무세도 과세?…과세기준 애매

반려동물세가 처음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반려동물 관련 에산 지출이 꾸준히 증가하자 안정적인 재정 확보 차원에서 여러 차례 거론됐다. 정의당은 2018년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놓은 동물복지 공약에서 반려동물세 부과를 공론화해 예산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해 3월 ‘국내 동물보호시설의 운영 현황과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동물복지 재정 확보를 위해 반려동물세 등을 부과해 별도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동안 반려동물세 부과 논의가 제자리 걸음을 한 이유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민들의 거부감이 워낙 커서다.

농식품부의 보유세 검토 소식이 알려진 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반려동물 보유세 검토를 취소하라는 취지의 글들이 잇따랐다. 반려동물세 부과 근거와 용처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반려동물 보유세 추진 절대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16일 글이 올라온 후 이틀만에 8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원자는 현재 전문가와 전문기관이 부족하다며 반려동물세가 제대로 쓰일지 의구심을 나타냈다. 또 유기견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반려동물 의료보험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유기동물 중 상당수는 질병 등으로 인한 치료비용 부담 때문에 버려진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반발도 문제지만 정부가 모든 반려동물에 대해 제대로 과세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반려동물의 범위가 다양해 과세 기준이 애매하고 정확한 규모도 추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려견 등을 지자체에 신고하는 동물등록제가 시행중이지만 손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말 현재 지자체에 등록한 반려동물은 180만여마리로 전국 추정치인 660만마리(한국펫사료협회 2017년 기준)의 27% 수준에 불과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반려동물 보유세나 부담금 도입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연구용역,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국회 논의 등 공론화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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