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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국산 로켓 ‘누리호’ 엔진 개발 막바지…발사까지 1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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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발사체 엔진시험 현장]

75톤급 엔진 130초 연소 반복 시험

139번째 성공…6차례만 더 하면 끝

10년만에 국내 기술로 여기까지 와

2018년 시험발사체 성공하며 자신감

올 가을 엔진 4개 묶어 1단 인증시험

2단은 제작중…3단은 1차 시험 마쳐

누리호 쏠 발사대 건설 공정률 93%

내년 2·10월 두차례 시험 발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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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국산 자동차는 ‘포니’로 알려졌지만 자동차의 심장이라 할 엔진은 일본 미쓰비시 제품이어서 국산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완전 100% 국산은 아니지만 현대자동차의 ‘알파엔진’을 장착한 스쿠프를 국산차의 효시로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는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일지언정 ‘국산 우주발사체’라 할 수 없다. 나로호 1단 로켓 엔진은 러시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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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낮 12시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나로우주센터 엔진지상연소 시험장에서 굉음과 함께 하얀 연기구름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소형 선박들이 우주센터 앞 작은 섬 대항도 주변의 잔잔한 파도를 가르며 한껏 연출해내던 한겨울 한려수도의 정적이 깨지는 순간이기도 했지만, ‘한국 최초의 국산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릴 엔진 개발의 완료 시점이기도 했다. 이날 이곳에서는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 발사를 위해 개발 중인 75톤급 엔진의 막바지 인증을 위한 139번째 연소시험이 진행됐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2010년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을 시작한 이래 액체엔진과 추진기관 개발에 필요한 설비 10종을 모두 국내 기술 자력으로 구축했다”며 “특히 인증 연소시험을 여섯 차례만 더 하면 우주발사체 개발에서 핵심 중의 핵심인 75톤급 엔진 개발이 완전히 끝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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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과 10월 두차례 시험 발사할 누리호는 3단으로 구성돼 있다. 1단과 2단 모두 75톤 엔진으로 가동되는데, 1단은 75톤 4개를 묶은 클러스터링 형태로 운용된다. 누리호가 상공 600~800㎞의 태양동기궤도에까지 나를 인공위성은 1.5톤에 불과하지만 자체 무게가 200톤에 이르기 때문에 75톤 4개를 묶어 추력 300톤을 만드는 것이다. 75톤 엔진은 지금까지 17기가 제작돼 모두 1만3천여초(약 3.6시간) 동안 연소시험을 거쳤다. 누리호 1단 엔진 4기의 경우 127초 동안, 2단 엔진은 147초 동안 연소가 지속돼야 한다. 엔진들은 1초에서부터 260초까지 다양하게 시험해왔다. 이날 139번째 시험도 130초 동안 진행됐다. 내년 2월에 실제 누리호에 장착할 엔진들은 두 차례 연소시험을 한 뒤 세척해 경남 창원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에 보관 중이다.

연소시험이 끝난 뒤 찾은 엔진지상연소시험장에는 시험이 진행될 때 치솟던 하얀 구름은 사라졌지만 매캐한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바닥에 검게 그을린 자국을 남긴 엔진은 지지대에 매달려 오후에 다시 진행될 또 한 차례의 연소시험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영민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 엔진시험평가팀장은 “엔진이 가동하면 연료인 케로신이 초당 100리터, 액체산소가 초당 150리터가 주입된다. 연소가스 온도가 2000도에 이르러, 그대로 두면 시설물을 녹일 수 있어 물을 초당 1400리터를 쏟아부어 온도를 400도까지 낮춘다. 이때 물 800리터 정도가 증발해 약 1000리터 정도의 매연과 수증기가 구름처럼 발생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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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우주센터에서는 내년 2월 누리호 발사를 위한 제2의 발사대 건설도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나로호를 발사했던 발사대는 나로호보다 크기와 무게가 1.5배인 누리호를 발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발사 방식도 조금 다르다. 나로호는 모든 결합부가 발사체 아래에 연결되는 러시아식인 데 비해 누리호는 추진제와 전기 등을 발사체 옆에 세워진 약 46m의 공급대(엄빌리컬 타워)에서 케이블을 통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발사체가 비행하기 시작하면 옆에 붙었던 케이블 등이 떨어져 나간다 하여 ‘탯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제2발사대 건설은 현재 93%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오는 4월 말까지 설치작업이 끝나면 점검과 시험을 거쳐 10월 말 완공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인증용 기체로 발사대도 인증단계를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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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체 조립동도 나로호 때 사용하던 건물이 작아 옆에 누리호 발사체 조립을 위한 건물을 추가로 지었다. 혹여 속세의 띠끌이라도 묻을세라 신발 위에 하얀 덧신을 신고 들어간 조립동에서는 1단 체계개발모델(EM)이 조립되고 있었다. 나로호 1단(지름 2.9m)보다 꽤 커 보이는 누리호 1단(지름 3.5m) 기체에는 4개의 엔진이 달릴 연결 부위가 결합돼 있었다. 전영두 발사체계종합팀장은 “체계개발모델은 엔진 없이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는 ‘수류시험’을 하기 위한 것으로, 점검이 끝나면 엔진을 붙여 지상 연소시험과 발사대 시험까지 진행하는 인증모델(QM)을 만든다”고 말했다. 비행용 엔진을 붙여 실제로 발사할 비행모델(FM)은 올해 하반기에 조립할 예정이다.

75톤 1기로 구성되는 2단은 2018년 11월28일 성공한 시험용 발사체 발사 때 이미 검증이 됐기 때문에 곧바로 비행용 기체 제작에 들어갔다. 3단은 1단보다 빨라 수류시험을 마치고 지난주 1차 짧은 연소시험을 진행했다. 이번 달 말 510초짜리 긴 연소시험을 하고 2월 말 한차례 더 하면 모든 시험은 끝난다.

임철호 항우연 원장은 “33m의 나로호와 달리 누리호는 모든 조립이 마무리되면 47m에 이르기에 기존 도로로 이동하기가 어려워 현재 도로를 넓히는 공사를 진행중”이라며 “200여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올해 말까지 누리호 개발을 마무리해 내년에 성공적으로 발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나로우주센터(고흥)/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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