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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 현장 가보니…연소시험 ‘장관’, 내년 발사 준비 ‘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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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 실험동에서 우주발사체 누리호에 들어갈 75t급 엔진의 139번째 연소 시험으로 수증기가 구름처럼 솟아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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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전 찾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는 차가운 겨울 공기와 맑은 하늘, 푸른 바다에 싸인 한적한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콘크리트와 금속으로 만들어진 건물이 드문드문 보이지 않았다면 이곳이 ‘국산 로켓을 한국에서 쏘아 올린다’는 꿈을 실현할 산실이라는 점을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들리는 건 바람과 파도, 새 소리뿐이었다.

낮 12시를 얼마 안 남겨둔 시각, 갑자기 상황이 달라졌다. 어딘가에서 “엔진 연소시험 3분 전입니다!”라고 다급하게 외쳤다. 나로우주센터는 순식간에 긴장감에 휩싸였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나로우주센터에서 순수 한국 기술로 만든 발사체인 ‘누리호’에 장착할 엔진 모델의 ‘연소시험’을 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연소시험이란 개발 중인 엔진을 점화해 정상 작동하는지를 살피는 절차다.

굉음과 함께 피어오른 수증기

순식간에 하늘 덮어 압도적 풍경

139번째 연소시험, 130초 이어져


잠시 뒤 약 1㎞ 떨어진 대형 공장처럼 생긴 시설에서 굉음과 함께 흰 수증기가 폭발적으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토치가 세차게 불꽃을 뿜는 듯한 소리를 배경으로 증기 기관차에서 연기가 솟구치는 것처럼 수증기는 순식간에 하늘을 뒤덮었다. 소리의 진원지인 시설은 수증기 속으로 몸을 감추며 시야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압도적인 광경은 130초 동안 이어졌다. 누리호에 장착할 75t급 액체엔진의 139번째 연소시험이었다.

누리호는 원통처럼 생긴 로켓 3개가 하늘 방향으로 기차처럼 연결된 발사체다. 지면에서 가까운 1단과 2단의 목표는 지구 중력을 뿌리치고 솟구치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큰 힘을 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 기술진이 개발한 게 75t급 액체엔진이다. 1단은 75t급 엔진 4개를 다발로 묶어 300t의 추진력을 뿜어낸다. 1단 위에 올라가는 2단에는 75t급 엔진 1개를 탑재한다. 마지막 3단에는 7t급 액체엔진을 쓴다. 3단 엔진은 탑재된 위성이 궤도에 정확히 진입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추진력은 작아도 불꽃을 오래 분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1, 2단 로켓과 3단 로켓의 임무 분담은 축구와 비슷하다. 축구에서 득점을 하려면 처음엔 미드필더가 공을 몰고 상대 진영으로 파고 들어가야 한다. 그 뒤 공이 상대 문전에 연결됐다면 스트라이커는 정확한 방향과 각도로 슈팅해야 한다. 이런 일이 우주 공간에서도 일어나는 것이다.

연소시험이 벌어진 설비로 가 봤다. 어른 서너 명이 동그랗게 손을 맞잡아야 둘러쌀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엔진 노즐이 눈에 들어왔다. 튼튼한 철골 구조물 밑에 매달린 엔진 주위에선 연소시험이 끝나고 2시간30분이 지났는데도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주유소나 석유 난로 곁에서 맡을 만한 냄새였다. 이유는 발사체가 케로신, 즉 등유를 연료로 쓰기 때문이다. 한영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엔진시험평가팀장은 “75t급 엔진에는 초당 100ℓ의 연료가 공급된다”며 “반복적인 연소시험을 통해 기술적인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소시험 때 발생하는 열기는 섭씨 2000도에 이른다. 그대로 뒀다간 설비가 녹기 때문에 많은 물을 뿌려 온도를 400도까지 낮춘다. 연소시험 때 구름처럼 피어오른 수증기의 정체가 이 고열과 만난 물이었던 것이다.

3개의 엔진이 기차처럼 연결된

누리호는 아파트 16층 높이로

나로호보다 커져 새 발사대 공사


연소시험을 포함해 예정된 개발 절차가 모두 끝나면 누리호는 나로우주센터 안에 있는 발사대로 옮겨져 우주로 솟구친다. 그런데 누리호는 2009년부터 나로호가 쓰기 시작한 발사대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국 기술진은 오는 10월 완공을 목표로 제2발사대를 짓고 있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나로호는 길이 33m, 즉 아파트 11층 높이였지만 누리호는 47m, 아파트 16층 높이다. 덩치가 약 1.5배 커진 만큼 발사대 규모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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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발사대에는 ‘엄빌리컬 타워(Umbilical Tower)’도 들어선다. 발사체 옆에 세우는 탑으로, 로켓의 정상 비행을 위한 시스템이 연결된다. 누리호와는 다리로 이어진다. 강선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대 팀장은 “누리호는 발사 직전에 연료를 주입해야만 하는 액체 엔진을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3단 로켓에도 쓰기 때문에 이런 높은 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2월과 10월 1.5톤급 발사

600~800㎞ 고도에 올리려

‘쌍둥이’로 점검 통해 완성도 높여

우주 자립의 거대한 꿈 익어가


모든 과정이 순조롭다면 누리호는 내년 2월과 10월 발사된다. 1.5t급 중형 위성을 600~800㎞ 고도에 올릴 능력을 갖추는 게 목표다. 2010년부터 1조9572억원이 투입된 사업이 결실을 보는 것이다. 아직 안정화가 필요한 단계인 만큼 첫 발사 때에는 기술적인 기능이 없는 단순한 덩어리인 1.5t짜리 더미(Dummy)를, 두 번째 발사 때에는 중량 약 200㎏짜리 소형 위성과 1.3t 더미를 싣는다. 현재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선 실제 비행할 누리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동일한 부품을 탑재해 기술적으로 일종의 ‘쌍둥이’인 발사체들을 대상으로 각종 점검을 하고 있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본부장은 “누리호는 75t급 엔진 4개를 묶어 1단 발사체를 만드는 만큼 추진력을 동일하게 유지하고 엔진 위치를 정렬하는 게 중요하다”며 “올해 1단 성능을 점검하는 게 가장 큰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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