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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북, 신임 외무상에 군 출신 리선권…대미 강경 노선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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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 목구멍’ 발언으로 유명…리용호 등 정통 외교라인 교체

대남 활동 주력·외교 경험 없어 협상보다 ‘제재 정면돌파’ 뜻

당 국제 부위원장에 김형준, 전통 우방국과 관계 강화 의지도

경향신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앞에서 수행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북측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왼쪽 원)과 리용호 외무상(오른쪽 원)도 함께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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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외교전략을 총괄하는 외무상이 리용호에서 군부 출신 강경파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으로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국제부장)도 리수용에서 김형준 전 러시아 대사로 교체됐다. 주로 대남 분야에서 활동해온 리선권을 외무상으로 기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의 셈법 변화가 없는 한 대화 재개는 없다며 ‘정면돌파’를 선언한 북한이 외교라인 교체를 통해 대미 강경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19일 “북한 외무상이 리선권으로 교체된 것으로 보이는 동향이 있다”면서 “공식적인 확인이 좀 더 필요하지만, 사실이라면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주 외무상을 리선권으로 교체한 내용을 북한 주재 외국 대사관들에 통보했다.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도 해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리용호와 리수용은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8일 발표한 ‘항일빨치산’ 황순희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에서도 빠졌다. 지난해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의 책임을 김영철 당 부위원장 등 대남라인에 물었다면,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대미 외교의 실패 책임을 리용호와 리수용 등 정통 외교라인에 물은 것으로 풀이된다.

리선권은 대남기구 조평통을 이끌어온 인물로, 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단장을 맡는 등 대남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을 찾은 기업인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막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은 시대 들어 승승장구한 리선권은 지난해 하노이 회담 때까지 북·미 협상을 주도했던 김영철 부위원장 라인으로 꼽힌다. 김 부위원장이 군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함께 남북 군사회담에 관여해왔다. 2010년 5월 천안함 사건이 북측의 소행이라는 주장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직접 하는 등 대남 강경 입장을 표명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2016년 김 부위원장이 노동당으로 자리를 옮겨 대남사업을 총괄하자 조평통 위원장으로 승진했다.

북한이 정통 외교관인 리용호를 경질하고 미국과의 협상 경험이 없는 리선권을 외무상에 임명한 것은 미국과의 협상에 연연하기보다 대북 제재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정면돌파가 수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강한 대미 메시지를 보내려는 뜻으로 리선권을 발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리수용을 해임하고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에 중동 지역과 러시아 주재 대사를 지낸 김형준을 임명한 것은 전통적인 우방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 18일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와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 등 해외 공관장들이 베이징을 통해 평양으로 향하는 모습이 잇따라 포착되면서, 외교라인 교체와 대외전략 재정비를 위한 공관장 회의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외무성에 이질적인 리선권이 상(장관)이 되면서 후속 인사가 어떻게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리선권은 리용호처럼 정치국 위원은 물론 정치국 후보위원도 아니다. 대미 외교를 총괄해온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경우 리선권보다 보직은 아래지만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정치적 입지는 리선권보다 높다. 정치국 위원으로 권력 서열 7~8위였던 전임 리수용과 달리 김형준 역시 정치국 후보위원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외교라인 개편은 과도기적 체제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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