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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슬럼프에 잠긴 전 챔프…주타누간·청야니 ‘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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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타누간 시즌 개막전 11오버파

정신력 무너진 상황이라는 분석

우승 경쟁 삐끗 후 급한 내리막

8년째 슬럼프 속 청야니와 흡사

중앙일보

지난해 우승하지 못한 아리야 주타누간은 올 시즌 개막전에서 최하위로 처졌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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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골프 전 세계 1위 아리야 주타누간(25·태국)이 19일(한국시각) 미국 올랜도에서 벌어진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개막전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3라운드까지 11오버파를 쳤다. 참가 선수 26명 중 꼴찌다.

주타누간은 만 21세였던 2016년부터 2018년까지 10승을 기록하며 최고 선수 자리에 올랐다. 그런데 지난해 우승이 없었다. 딱히 샷이 나빠진 것도 아닌데 우승 경쟁을 이겨내지 못했다. 주타누간은 2020년 첫 대회에서 더 깊은 슬럼프에 빠진 듯하다. 드라이버나 아이언 기록이 나쁘지는 않다. 버디도 10개를 잡아냈다. 그러나 보기가 9개나 나왔다. 더 큰 문제는 더블보기 3개, 트리플 보기 2개를 범했다는 거다. 프로선수가 더블보기 이상 스코어를 이렇게 많이 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다가 안 된다고 포기해 버릴 때 이런 ‘대형사고’가 터진다. 주위에선 일종의 정신력 붕괴 상황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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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청야니가 슬럼프에 빠졌던 상황을 연상시킨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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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투어의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가 청야니(31·대만)의 몰락이다. 2012년 4월 세계 1위 청야니와 2위 최나연의 랭킹 포인트 차이는 최나연과 180위의 차이보다 컸다. 대회에서 2등이 5언더파라면 청야니는 10언더파, 그러니까 더블스코어 정도였다. 어린아이 팔 비틀듯 쉽게 우승하곤 했다. 그랬던 그가 서서히 침몰하더니 8년간 슬럼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청야니의 마지막 우승은 2012년 3월 기아클래식이었다. 바로 다음 대회에서도 우승 경쟁을 하다가 패했다. 이후 성적이 나쁘지는 않았으나, 우승은 못 했다. 그는 이듬해 디펜딩 챔피언 자격이었던 기아클래식에 늦잠을 자는 바람에 못 나갔고, 급격하게 추락했다. 23세가 되기 전에 메이저 5승 등 LPGA 15승을 거뒀던 그는 현재 세계 682위다.

주타누간과 청야니는 공통점이 있다. 쇼트 게임이 뛰어나면서도, 경쟁자와 비교할 수 없는 장타를 가진 동양 출신 거포라는 점이다. 청야니는 6세 때 골프를 시작했다. 스파르타식 훈련을 했다. 주타누간도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에 대한 영화가 지난해 태국에서 나왔다. 영화에서 주타누간의 아버지는 한밤에 공동묘지로 어린 딸들을 데려가 “50바퀴를 뛰어라. 요령 부리지 마라”고 지시한다. 두 선수는 어린 시절 혹독한 훈련으로 일찌감치 열정과 성취감이 고갈됐을 가능성이 있다.

공통점은 또 있다. 안니카 소렌스탐의 심리코치였던 피아 닐슨이다. 닐슨을 만나면서 청야니는 자신감이 훌쩍 커졌고 세계 1위로 성장했다. 그러나 내리막길을 걸을 때 닐슨이 도와주지 못했다. 주타누간도 닐슨을 만나 만개했다. 실수해도 웃는 특유의 미소 루틴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LPGA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타누간 캠프에서 닐슨과 스윙 코치 사이에 불화가 생겼다. 주타누간은 닐슨을 신뢰했고 스윙 코치를 해고했다. 현재는 닐슨과도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타누간의 슬럼프가 얼마나 오래 갈지는 알 수 없다. 워낙 재능이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반전의 계기를 잡을 수도 있다. 그러나 천성적으로 정신력이 강한 선수는 아닌 듯하다. 위기에서 흔들린 일이 많다. 2013년 태국에서 열린 혼다 타일랜드 마지막 홀에서 2타 차 선두였다가 트리플 보기로 박인비에게 역전패했다. 신인이던 2015년 개막전에서는 연장 승부 끝에 김세영에게 졌다. 이후 10개 대회 연속 컷 탈락을 당했다. 2016년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는 2타 차 선두였다가 마지막 3개 홀에서 모두 보기를 해 역전패했다. 지난해 여자 PGA 챔피언십 최종라운드 때는 챔피언조에서 75타를 쳐 10위로 물러났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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