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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열정-도전정신으로 기업보국… 겸손함 늘 강조했던 巨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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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 창업주 별세… 각계 추모

빈소, 고인의 뜻대로 소박하게… 신동빈-신동주 조문객 맞아

동아일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9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신격호 명예회장의 빈소에서 부친에게 예를 표하고 있다. 경영계는 “신 명예회장은 우리나라 경제를 부흥시킨 초석이 었다”면서 애도했고 일본 언론도 신 명예회장의 별세 소식을 잇따라 전했다. 롯데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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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은 아주 훌륭한 분이었고 대한민국 최고의 애국자였습니다. 일본 정재계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한일 외교에 굉장히 많이 기여했습니다. 외국에서 고생한 만큼 (동포들에게) 많이 베풀며 사셨습니다.”(신준호 푸르밀 회장)

“제 삶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분입니다. 항상 적당주의를 싫어하셨고 현장에 가봤느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하셨습니다.”(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

19일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신격호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은 이들은 고인의 따뜻한 마음과 겸손함 등 인간적인 면모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맨손으로 시작해 롯데그룹을 재계 5위에 올려놓은 거상이지만 남들 눈에 띄는 성과보다는 소박한 마음가짐을 늘 강조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명예회장의 집무실엔 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속을 추구하자는 ‘거화취실(去華就實)’이라는 액자가 걸려 있다”면서 “명예회장님이 경영 일선에 계실 때는 롯데가 잘하는 것도 쉽게 자랑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경 차려진 빈소는 고인의 뜻대로 소박했다. 부의금과 조화를 받지 않는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송용덕 부회장 등이 조문객을 맞이했다. 신 명예회장이 불교 신자였던 만큼 장례는 불교식으로 치러졌다. 신 회장이 종종 빈소 안팎을 오가며 분주한 모습을 보였을 뿐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빈소가 마련되자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오후 6시 15분경 고인의 동생 신춘호 농심 회장의 장남 신동원 부회장과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이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장, 오성엽 사장 등 주요 임원들이 장례식장을 지켰다. 이원준 전 롯데그룹 유통BU장, 이철우 전 롯데쇼핑 대표, 소진세 전 사장, 김정환 전 롯데호텔 대표 등도 조문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 조용완 전 서울고등법원장,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 천성관 김&장 변호사 등도 빈소를 찾았다. 권 회장은 “마지막 남은 창업자 중 훌륭한 분이 돌아가셔서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고인을 한목소리로 애도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신격호 명예회장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선구자였다”며 “고인의 헌신은 산업 불모지였던 우리나라를 재건하고 경제를 부흥시키는 초석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한일 관계가 어려운데 ‘대한해협의 경영자’라는 별칭만큼 한일 양국 간 경제 교류에 힘써주신 회장님의 타계는 우리 경제의 큰 아픔과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고인이 롯데그룹을 성장시키며 보여준 열정과 도전정신은 지금까지도 많은 기업인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며 “경영계는 ‘품질 본위와 노사 협조로 기업을 통하여 사회와 국가에 봉사하겠다’(1967년 한국 롯데제과 설립 당시 인사말)는 고인의 기업가정신을 본받아 국가 경제와 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애도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고인은 선구적 투자와 공격적 경영으로 국내 식품, 유통, 관광 산업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는 “고인이 한국과 일본의 경제 및 교류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도 신 명예회장의 별세 소식을 속보로 전했다. 요미우리신문 인터넷판은 19일 오후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 명예회장이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시게미쓰 다케오는 신 명예회장의 일본 이름이다.

교도통신은 1940년대 초반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신 명예회장이 롯데를 설립하기까지 과정을 전하면서 “10대에 혼자 (일본으로) 출국해 일본과 한국에서 거대 그룹을 구축한, 재일 한국인 중 입지전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신 명예회장의 별세 소식을 전하면서 “한일 양국에서 매출액 10조 엔의 거대 재벌을 구축했다”며 “백화점, 호텔, 기업형 슈퍼마켓, 화학, 건설 등 폭넓은 사업에 걸쳐 한국 재계 5위의 자산 규모를 자랑하는 롯데그룹의 약진을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 여사와 장녀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 차남 신동빈 회장 등이 있다. 신춘호 농심 회장, 신경숙 씨, 신선호 일본 식품회사 산사스 사장, 신정숙 씨, 신준호 푸르밀 회장, 신정희 동화면세점 부회장이 동생이다.

장례는 롯데그룹장으로 치러진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명예장례위원장을, 황각규 송용덕 부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는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2일 오전 6시다. 롯데그룹은 발인 후 22일 오전 7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롯데콘서트홀에서 영결식을 가질 계획이다.

신희철 hcshin@donga.com·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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