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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사설] ‘그냥 쉬는’ 사람들, 악화되는 고용시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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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호전되고 있다는 정부 시각과 달리 고용 상황은 여전히 악화일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쉬었음’ 인구는 전년보다 23만 8000명 늘어난 209만 2000명으로 사상 처음 200만명을 넘어섰다. 증가폭도 12.8%에 이르러 2011년(13.3%) 이후 8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사회 초년병인 20대 인구의 5.2%가 여기에 포함되고, 30~40대도 관련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3년 이래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는 점에서 심각한 현실을 말해준다.

‘쉬었음’ 인구는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구체적 사유 없이 그냥 쉬는 비경제활동 인구로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실업자로 전락하거나 아예 구직포기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시급한 대처가 요구된다. 생활이 어려운데도 놀고 지낸다는 것은 그만큼 지금의 고용시장이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타개책이 마련돼야 하지만 정부의 정책수단이 한계에 처했다는 점이 문제다.

재취업이나 창업 같은 탈출구가 상대적으로 좁은 50대 이상의 고용 불안은 ‘노년 빈곤’으로 직결되므로 방치해선 안 된다. 지난해부터 60세 미만 연령층의 ‘쉬었음’ 인구 증가율이 60세 이상을 웃도는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도 바람직한 흐름은 아니다. 경기침체 심화로 특히 허리에 해당하는 연령대 남성들에게 불리한 고용 여건이 반영됐다는 게 한국노동연구원의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 기자회견에서 “부정적 지표는 사라지고 긍정적 지표가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으나 고용 현실은 이처럼 어두운 편이다. 기업들은 최저임금 급등과 주52시간제 실시 등 친노동 정책에 치여 고용을 기피하고 있으며,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 돼 존폐의 기로를 헤매는 중이다. 도심 상가에서도 텅 빈 사무실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게 그 증거다.

어떠한 사회 현상이든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는 정확한 처방을 내기 어렵다. 세금을 뿌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설연휴를 앞두고 전통시장을 방문했다지만 이러한 과시용 움직임으로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정책기조의 근본적 전환으로 기업들의 기를 살림으로써 고용시장의 문을 활짝 열어젖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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