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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韓맥주, 대동강보다 심심” 그 남자, 혜민스님과 명상앱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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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다니엘 튜더는 2004년 한국에 온 뒤로 변신을 거듭했다. 그는 "너무 분위기 잡고 찍은 것 같지만 좋아하는 사진이다"라며 쑥스러워했다. [다니엘 튜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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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이 처음 한국에 온 건 2004년. 그동안 한국도, 튜더 자신도 변했다. 기자에서 작가로, 크래프트 맥주 사업가로 외연을 넓혀왔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엔 외국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청와대 비상근 업무를 맡아 화제가 됐다. 최근엔 또다시 새 명함을 팠는데, 명상 앱 개발자다. 불교계의 셀레브리티 혜민스님과 함께 ‘코끼리’라는 이름의 명상 앱을 만들었고, 이달 현재 가입자 수만 15만 명을 돌파했다.

14일 중앙일보 본사에서 만난 그는 “끊임없이 빨리 변하는 한국 덕분에 나도 계속 진화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내가 또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모르겠고, 그래서 즐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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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앱 개발자로 변신한 다니엘 튜더. 본인의 불면증이 계기가 됐다. [다니엘 튜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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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맨체스터 출신인 그는 옥스퍼드대 졸업 후 스위스에서 잘 나가는 금융맨으로 일하다 인생 항로를 틀었다. 그는 “지루한 천국에서 사는 것보다 짜릿한 지옥이 낫다는 말도 있지 않느냐”라며 “한국의 역동성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가 기자 시절인 2012년 “한국 맥주는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고 썼던 칼럼 후 한국엔 다양한 수제 크래프트 맥주 붐이 일었다. 덩달아 그도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맥주 사업을 벌였다. 한국 사회를 분석한 『기적을 이룬 나라, 기쁨을 잃은 나라』와 한국 정치를 집중 조명한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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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튜더(왼쪽)는 중앙일보 인터뷰를 계기로 만난 혜민스님(오른쪽)과 함께 명상 앱 개발에 나섰다. [다니엘 튜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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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왜 명상? 몇 년 전 개인적으로 힘든 가족사를 겪으며 불면증이 찾아온 게 계기가 됐다. 그는 “피곤은 한 데 잠은 못 이루는 괴로움에 시달리면서 문득 ‘나는 하고 싶은 일을 거의 다 하고 있는데 왜 행복하지는 않을까’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그때 도움이 된 존재가 혜민스님이다.

튜더는 “혜민스님과는 중앙일보 대담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며 “스님에게 불면증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물었고, 함께 얘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명상 앱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글과 애플 모두 지난해 주목할만한 앱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혜민스님과 튜더의 첫 만남은 아래의 대담 기사를 통해서 성사됐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인사로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하지 않나”라며 “‘고생을 많이 한다’는 게 칭찬의 이유가 되는 게 신기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면서 극심한 경쟁을 해야 하는 한국 사회에야말로 명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인의 시선”이라고 조심스럽게 전제한 뒤,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사회의 스트레스 폭발 지수가 더 높아진 것 같다”며 “거리를 걷다 보면 힘들어 보이는 분들을 더 많이 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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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튜더는 사실 한국 맥주도 좋아한다. "라거 스타일의 한국 맥주는 여름에 목 축이기에 참 좋다"는 튜더. [다니엘 튜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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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을 생각하다 최근엔 ‘외로움’에도 천착하고 있다. 관련 에세이집도 봄쯤엔 내놓을 작정이다. 그는 “외국에 살면서 종교도 가족도 없는 터라 외로움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게 됐다”며 “한국인들도 마찬가지다. 다들 원룸에 살고, 독신으로 살아도 전혀 문제없는 자유롭고 편리한 삶 속에서 고독이라는 달갑지 않은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는 걸 되돌아보면 좋을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로움 얘기가 나오니 조심스럽지만 이 질문을 안 할 수 없었다. 그와 공개 교제를 했다가 결별했던 방송인 곽정은 씨 얘기였다. 곽 씨는 지난해 말 결별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관련해 그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기도 했다. 튜더는 말을 아끼면서도 다음과 같은 답을 내놨다. “여전히 친구로서 그를 좋아하고 응원한다”며 “우리 앱에서도 계속 그의 콘텐트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검에 오르내린 기억에 대해선 “사람들의 관심은 항상 빨리 타오르는 만큼 사그라들 뿐”이라며 “지금과 같이 다들 괴로운 때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다들 감정을 표출하고 싶은 꺼리를 찾아다닐 뿐이니 신경을 많이 쓸 필요가 없다. 인생에선 다 지나가더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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