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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靑김상조 "다른 경제 정책 성공해도 부동산 실패하면 모두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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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하다'와 '경제학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다. 김 실장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명하면서 '촘촘하다'는 표현을 썼고, 정책의 합리성을 강조하는 대목에선 '경제학자'의 시각을 강조했다. 김 실장과의 인터뷰는 16일 청와대 사랑채에서 2시간 넘게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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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사랑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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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허가제보다 더 유연하고 효과적인 방법 많아"



Q : 지난 15일 강기정 정무수석가 말한 부동산매매허가제는 정부 안에서 검토됐던 건가.



A : "전혀 아니다. 부동산은 청와대 정책실의 가장 중요한 정책이다. 논의는 정책실의 주요 소관 수석실, 비서관실 멤버와 홍보쪽도 참여하지만 마지막에 어떤 정책을 어느 정도 수위로 하느냐를 결정하는 건 부처와 정책실의 핵심멤버만 논의한다. 정무수석은 그 내용을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다. 지난해 12.16대책을 마련할 때도 정무수석실은 참여하지 않았다."

Q : 정책 메뉴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는 얘기인가.

A : "경제학적으로, 정치적으로, 상상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올려놨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에 그 논의가 있었으니까(노무현 정부에서 주택매매거래허가제를 검토했지만 실행하지는 않았다) 그런 메뉴가 있었던 거를 모르지는 않지만 검토한 적은 없다. 앞으로도 검토할 생각이 없다."

Q :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집값 많이 뛴 곳은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어느 정도의 가격하락을 말하는지 정책 목표가 있나.

A : "대통령께서 기자회견에서 '의지의 표현'이라고 정확하게 답을 하셨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에 그런 식의 정책 목표를 두는 건 이상하다.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말하면 더 이상한 거다(웃음). 진짜로 언제 기준의 가격으로 다시 원상회복하겠다, 이런 목표는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일부 지역 초고가 아파트들의 가격 급등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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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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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비정상적 거래가 있다고 보는 것 같다.

A : "국토교통부와 지자체에서 자금조달 다 보고 있다. 이상이 발견되면 국세청에 통보한다. 2월1일부터 국토부가 특별사법경찰관의 권한을 갖고 강제조사를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부동산 중개업소 조사를 나가도 문 닫고 나가면 방법이 없었다. 강제조사를 통해 특히 자금조달계획서를 더욱 더 엄격하게 볼 거다. 자금 조달과 계획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 상속증여세 탈루 혐의는 없는지 등 '거래질서'를 잘 지키고 있는지 내달부터는 더 엄격하게 볼 거다. 동단위까지 실거래 정보를 다 보면서 촘촘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

Q : 부동산매매허가제 앞으로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했는데, 현재 제출해야 하는 자금조달 계획서가 더 촘촘해지면 사실상 매매허가제와 같은 효과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A :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답을 드리면 제도개혁을 할 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형식(form)을 어떻게 만드느냐, 기능(function)은 어떤가다. 흔히들 어떤 형식의 규제, 대책 이런 게 개혁의 핵심이고 전부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다. 개혁에서 중요한 거는 어떤 특정한 유형의 제도가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그 제도가 목적으로 하는 기능이 있느냐다. 주택거래허가제를 법률을 통해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건 굳이 생각할 이유가 없다. 여러 가지 제도 요소들을 결합하면 필요로 하는 지역에 그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한다. 그렇게 접근하는 게 효과적이다. 거래허가제를 도입한다면 일단 법을 고쳐야 한다. 국회에서 심의하는 동안 아마 세월 다 지나갈 거고 오히려 그 취지가 왜곡되는 결과를 가져올 거다. 그런 개혁은 하책 중에 하책이다. 투기나 탈세를 걸러내는 게 목적이라면 거래허가제보다 훨씬 더 유연하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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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사랑채의 청와대 사진 앞에 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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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과열, 선 넘으면 핀셋 조치 언제든 내놓을 것"



Q : 조사대상 전체를 투기자로 볼 수는 없지 않나.

A : "경제학자한테 투기가 뭐냐고 물어보시는 건 대단히…(웃음, 적절하지 않다는 의미)"

Q : 선의의 실거주자도 있지 않나.

A : "일부 지역에 15억 아파트를 갖고 계신 분들 다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지역이 전체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좌우한다. 단기적인 불안심리를 안정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

Q : 최근 정책 타깃은 강남 4구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A : "처음에는 '일부 지역 초고가주택 또는 고가주택'이라고 표현했다. 12.16대책을 발표할 때는 초고가의 기준이 15억이고 고가의 기준이 9억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9억 이상 특히 또는 15억 이상 주택이 몰려 있는 데는 국민 모두가 다 아시는 그 구다(웃음). 국지적으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 이른바 풍선효과나 전세가격은 지금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선을 넘었다라고 판단이 되면 필요한 조치를 핀셋으로 언제든지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Q : 부동산에 정책 목표가 너무 쏠린다. 이유가 있나.

A : "문재인 정부가 출범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그리고 임기 끝까지 부동산시장의 안정화에 가장 큰 가중치를 두는 이유는 첫째, 참여정부 시절의 트라우마다.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 많은 메시지를 던졌지만 결국 부동산시장을 관리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실패한 정부라는 매도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다. 어느 언론 인터뷰에서도 얘기했지만 다른 거 다 성공해도 부동산에 실패하면 꽝이다. 둘째, 현재의 정책 목표에 어긋난다. 경실련의 문제제기도 있었지만 일부 지역 부동산 시장의 이례적인 가격 급등은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고자 하는 공정사회, 공정경제에 가장 역행하는 현상이다.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공정을 해치는 걸 결코 좌시, 방치할 수 없다. 셋째, 전세계적 현상이지만 자산 버블은 거시건전성에 위험요인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부동산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국민 경제의 건전성, 안전성이 깨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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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 쇼에서 관람객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수도권 주택 30만호 공급계획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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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공급 소홀하다는 건 섭섭"



Q :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당국자 입장에서는 트라우마겠지만 시장 참여자 입장에서는 학습 효과이기도 하다. 이번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A : "참여정부가 진정성 있게 부동산 문제에 접근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을 만족시키지 못한 이유는 종부세 논란이 컸다. 정부 정책도, 국민 관심도 거기에 다 쏠려 버렸다. 유동성 관리도 초반에 이뤄지지 않았다. 세금 갖고 논쟁하다고 뒤늦게 유동성 규제를 하고 나서 안정이 됐다. 참여정부의 교훈은 바로 이거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공급대책도 필요하고 보유에 따른 비용인 조세정책도 있어야 하고, 유동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참여정부는 한 가지 정책 수단에 너무 매몰됐다. 참여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부동산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최적의 정책 조합이어야 성공할 수 있다."

Q : 공급 측면은 소홀히 한다는 지적이 있다.

A : "섭섭한 질문이다(웃음). 대부분의 전문가라는 분들이 자신이 주장하는 대책을 핵심이라고 하고 그걸 세게 하지 않으면 그 정책은 틀린 거고 실패할 거라고 한다. 그건 경제학자의 합리적 태도가 아니다. 구조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하는데, 세상에 그렇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많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공급 대책에 소홀하지 않다."

Q : 무슨 말인가.

A : "부동산시장의 안정도 장기적으로, 궁극적으로는 수급이고, 공급 대책에 의해서 해결될 수밖에 없다. 100% 동의한다. 3기 신도시에 30만 호 그리고 그 이외에 추가적인 30만 호 등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서울이 문제니까 서울시와의 협의를 통해서 가로주택 정비 사업과 준공업지대 개발을 통해 대단지는 아니어도 굉장히 속도감 있게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다. 서울시와의 협의를 사실상 거의 완료했다. 아마 2월에 발표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Q : 정부 내에 부동산 TF가 있나.

A : "있다. 기획재정부, 국토부, 금융위원회 등과 청와대 담당 수석비서관이 함께 논의한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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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와 정시확대추진 학부모모임 회원들이 지난해 11월 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입 정시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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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학종 조사 결과 제재 받는 대학 나올 것"



Q : 대입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전수조사 결과는 나왔나. 정시 확대가 8학군 부동산 수요를 자극한다는 우려도 있었다.

A : "거의 정리 될 때가 됐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 동향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변수 하나가 바로 그 학군 수요라는 걸 당연히 알고 있다. 거기에 대한 미치는 영향도 감안을 한 거다. 이번에 바뀐 교육제도가 반드시 8학군에 유리하진 않을 거다. 개혁의 중요한 목표 중에 하나가 단순히 정시 비율을 높이는 게 아니라 입학 전형의 단순성 및 투명성을 제고하는 거다. 불투명한 게 가장 불공정한 거다. 어떤 기준으로 평가되는지 평가받는 사람들이 알 수가 있어야 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가장 불공정한 것이라고 대통령께서도 말씀하시고 저도 정말 절실히 느꼈던 사람이다. 여러 가지 학종을 만든 좋은 취지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을 더 어렵게 하는 결과를 낳고 있으니, 이런 부분을 개선하자는 게 대통령의 강력한 뜻이었다."

Q :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서 제재를 받는 대학들도 나오나.

A : "있을 거다."

Q : 지난해 실질성장률이 명목성장률보다 낮았다. 체감경기가 그만큼 나쁘다는 얘기다. 아무리 경제는 심리라고 하지만 정부가 낙관론만 얘기한다는 비판이 있다.

A : "평균과 분산 얘기를 좀 해야겠다. 평균은 트렌드를, 분산은 위험을 본다. 둘을 동시에 봐야 올바른 정책을 할 수 있다. 지금 정부는 작년 이맘때 또는 작년 중반에 비해 좀 더 자신감 있는 표현을 많이 쓴다. 평균이 올라가고 있어서다.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 아니냐, 회복의 속도가 문제지만 더 나빠질 것 같지는 않다, 이건 평균 얘기다. 정부가 경제 운용의 자신감을 표현한 거다. 그렇지만 평균이 올라간다고 모든 국민의 삶의 조건이 다 좋아지는 건 아니다. 평균에서 벗어나 있는 취약계층의 고통이 리스크다. 대통령께서 참모들에게 자주 지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40대 고용은 대통령 표현처럼 아픈 부분이다. 40대 고용은 인구 효과로 설명이 안 된다. 40대가 주로 취업하는 제조업, 건설업, 자영업의 문제다. 대통령 지시로 40대 고용 문제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준비 중이다. 3월쯤 범부처 대책이 나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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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사랑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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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성 표현 고집할 필요 없지만, 소중한 목표"



Q : 문 정부 평가를 주위에 물었더니 '방향은 올바른데 성과가 아직 미흡하다'는 평이 많았다고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말했다. 소득주도 성장(소주성) 정책이 옳았다는 얘긴가.

A : "대통령 신년사에도 소주성은 언급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방향성을 포기한 건 아니다.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느 분은 교과서에 없다고 계속 공격하는데 사실은 ILO나 OECD의 문헌들을 찾아보면 많이 나온다. 다만 일반화된 표현은 포용이다. 대통령 신년사에 포용, 혁신, 공정 그 다음에 평화, 이렇게 네 개의 콘셉트로 말씀을 하셨다. 2017년에 하셨던 말씀하고 똑같다. 표현이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에서 포용, 혁신, 공정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굳이 정치적으로 건전한 토론을 방해한다면 그 워딩(소주성)을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는 것뿐이다. 그 기조 자체는 소중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중국도 우리 정책기조와 다르지 않다. 포용과 혁신과 공정이라는 것을 담지 않는 지도자가 어디 있겠나. 작년에도 말씀드렸지만 일관성을 유지하되 유연성까지 결부돼야 한다. 성과가 확인되는 것은 더욱 더 강화하지만 시장의 기대를 넘는 부분은 보완하는 거다. 그런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는 일관성과 유연성을 계속 견지하면서 가고 있다."

Q : 학계, 언론과 야당의 소주성 비판을 정치적인 공격이라고 생각하나.

A : "최저임금 인상은 이미 속도조절을 했고 근로시간 단축은 보완하지 않았나. 이미 여러 차례 얘기한 것처럼 소주성은 최저임금과 근로시간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표현처럼 '높이고 낮추고 넓히는' 거다. 경상소득을 높이고 생활비용을 낮추고 사회안전망을 넓히는 여러 정책 요소를 담고 있다. 최저임금은 근로자들한테 죄송하지만 속도조절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의 기대를 넘는 부분이 있어서다. 하지만 고교무상교육제 등을 포함해 생활비용을 낮추고 사회안전망을 더 두텁게 만드는 소주성 또는 포용국가의 요소는 더 강화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포용국가라는 용어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소주성의 취지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씀드리겠다. 소주성이 왜 그렇게 이념적인 용어가 됐는지 모르겠다. 정운찬 전 총리가 말씀하셨던 이익공유제도 사실 굉장히 일반화된 개념인데 마치 이념적인 용어가 돼서 그 단어 자체를 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소주성도 그런 정치적 논란, 이념적 편향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쓰지 않을 뿐이지 방향성을 포기해야 할 건 아니지 않나. 내가 전달하고 싶은 콘텐트가 무지 많은데 그거를 흐리게 할 용어가 쓸 필요가 없다는 차원에서 안 쓸 뿐이다."

Q : 2012년 본지 인터뷰에서 경제민주화 관련해 '방법론적 최소원칙'을 주장했다.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인정할 수 있는 부분부터 천천히 가자는' 의미였는데, 지금 정부는 이 원칙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나.

A : "정책실장의 업무 범위는 넓지만 모든 분야에 대해 다 제가 책임지고 일 하고 있다고는 말씀드릴 수가 없다. 그 때문에 국정의 모든 분야가 그렇다고는 말씀 못 드리겠지만 공정위에 있을 때는 공정위의 업무에 관해, 그 다음에 정책실장의 소관 업무에 대해서는 그 원칙을 지키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결국 지지세력이 있을 거고 반대세력이 있지 않겠나. 정치는 지지세력의 더 많은 표를 얻는 게 목표일 거다. 그러기 위해선 지지세력을 늘려가는, 지지와 반대의 갈등이 격화되는 길로 갈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경제는 그렇게 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경제는 5000만 국민이 다 연결되어 있는 시스템의 문제인데 일부의 찬성을 받고 일부의 반대를 받는 경제정책이라면 성과를 내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 국민의 다수가 공감하는 '가운데 길'로 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사실은 다 칭찬받기보다는 다 비판받는 상황이 만들어질지 모르지만 어느 한 쪽만의 강한 지지와 다른 쪽의 강한 비난을 받는 정책보다는 차라리 양쪽 모두로부터 비판받는 가운데 길로 가는 게 성공적인 경제정책의 길이라고 그때도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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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도로공사 요금수납원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직접 고용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도명화 민주노총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노조본부 지부장과 유창근 공공연대노조 도로공사영업소지회 지회장은 2015년 이전 입사자와 이후 입사자를 차별하지 말고 전원 직접고용 하라며 이날부터 단식 농성에 돌입한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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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동·친기업 정부지만 친노조·친대기업은 아냐"



Q : 지금 (정책실장 소관업무인)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은 그렇게 가고 있다고 보나.

A : "그렇다. 물론 저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의 진보 경제학자 맞다. 그렇지만 지금 정책을 담당하는 정책실장의 입장에서 어느 한 쪽으로만 칭찬받는 그 길로 가지 않을 거다. 재계에서도 여러 가지 불만들이 있겠지만 노조 쪽에서도 저한테 불만이 많지 않나. '가운데 길'로 가려고 한다."

Q : 그래도 친노조 편향이라는 비판이 있다.

A : "문재인 정부는 노동 존중 사회를 표방한 정부 아닌가(웃음). 친노동 정부지만 친노조는 아니다. 친기업 정부지만 친대기업은 아니다."

Q : 대기업정책은 어떤가.

A : "예정했던 방향대로, 그리고 그 진도까지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성욱 공정위원장과 자주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다. 특히 재벌개혁과 관련해 2년 반 전인 대통령 선거 때 진보진영에서 재벌개혁의 핵심으로 뭘 얘기했는지 기억하나.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지주회사 제도 강화, 이 네 가지 정도다. 출총제 부활은 이미 불가능한 얘기다. 21세기에 그런 둔탁한 정책은 쓰는 건 말이 안된다. 순환출자는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됐다. 시간만 지나면 해결될 문제인데 진보진영은 총력을 집중해야 할 과제라고 잘못 판단했다. 금산분리 문제는 법을 고쳐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글로벌 스탠더드다. 은행업으로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것이 다 감시의 대상이 되는데. 지금 세상에 어느 산업자본이 나 은행하겠다고 하겠나. 과거의 금산분리는 자본은 부족하고 노동이 넘치던 시절에 만들어진 규제다. 지금은 자본은 넘치고 노동이 부족한 정반대의 경제 환경이 됐다. 금산분리 원칙은 소중한 것이지만 실현 방법은 바뀌어야 한다. 인터넷 전문은행 허용이 금산분리, 은산분리 원칙의 훼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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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중앙일보 박승희ㆍ서경호 논설위원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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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경한 규제법으로 재벌개혁 할 생각 없다"



Q : 지주회사 제도는.

A : "지난해말 예산부수법안으로 통과된 세법에 지주회사에 현물출자된 주식의 과세 특례를 2021년 말 종료하기로 했다. 지주회사로 전환할 기업은 2년 안에 서둘러야 한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 옛날에는 재벌 공화국이라고 불렸던 이유가 기업이 불법을 하더라도 공정위, 금융위, 검사, 판사, 심지어는 국회까지 오버라이드(override, 영향력을 행사해 결정 바꾸기)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기업인들은 뭔가 잘못된 행위를 하면 공정위, 금융위, 금감원, 국세청, 노동부, 검찰, 법원 등 어딘가에서는 걸린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게 바로 세상이 바뀐 거고 이게 재벌개혁에 후퇴하지 않을 길로 들어선 거다. 재벌개혁에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현행법의 엄정한 집행, 이게 사실 대부분이다. 두 번째는 거기에 맞춰서 기업들이 스스로 관행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것. 세 번째가 그래도 모자라는 부분은 법령을 개정한다. 지난 2년 반 동안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거다. 생경한 어떤 규제법을 만드는 걸로 재벌개혁을 할 생각이 없었고, 마냥 기다리지만도 않았다."

Q : 2018년 공정위원장 시절, 언론인터뷰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관료를 빌려 경제정책을 폈지만 문 정부는 철학과 기조가 체화된 사람으로 경제정책을 펴는 게 차이점"이라고 했다. 관료들이 섭섭해하지 않을까.

A : "(내가)그랬나? 우리나라 늘공들 정말로 유능하고 부지런하다. 어공과 늘공은 어느 한쪽만으로 어떻게 행정을 하겠나. 방향을 잡는 건 어공들이 잘 한다. 방향만 제시하고 늘공은 무조건 따라오라고 하면 그게 되겠나. 중요한 거는 어공은 방향을 설정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참여 정부 시절에는 그런 역할을 할 어공의 숫자가 너무 적었다. 지금은 충분히 숫자가 늘어났다. 어공과 늘공이 조화되는 행정체계를 만드는 게 성공하는 길 아니겠나."

김 실장은 이 대목에서 행정안전부가 지난주 발표한 '정부 조직관리 혁신방안'을 소개했다. 중앙부처에서 조직과 인력을 자유롭게 개편할 수 있는 권한으르 확대하는 내용이다. 실・국장의 업무범위 내에서 증원없이 이루어지는 정책관의 기능개편, 과의 대체신설, 과간 정원조정 등 조직개편은 부처에서 자율적으로 하도록 했다. 기구나 인력이 증가돼 행안부와 기재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가 필요한 경우에도 3개월 이내에 조직개편이 완료될 수 있도록 했다. 김 실장은 "김현수 농림부 장관이나 성윤모 산업부 장관 같은 '늘공 장관님'들이 '거의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혁명적 변화'라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공정위 있을 때 느낀 건데, 속도가 너무 느려요. 정부 부처는 뭐 조직 하나 과 단위의 조직을 하나 만들래도 행안부 가고, 기재부 가고 직제개편 받아야되고 예산 배정받아서 하려면 아무리 빨리 해도 6개월이 걸려요. 이렇게 해서는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했고요. 이제는 장관이 자율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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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건물에서 열린 오픈넷 주최 '타다 금지법 금지' 대담회에서 이재웅 쏘카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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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가 정부 혁신성장 성패의 리트머스 시험지 아냐"



Q : 고용시장은 어떻게 보나.

A : "일본 고용시장이 좋은 건 사실이다. 고용이 많이 늘었는데, 우리나라와 똑같이 어르신 일자리가 가장 많이 늘었다. 여성이, 서비스업이, 시간제 등 비정규직 많이 늘었다. 일본 한국 모두 인구구조의 급변이라는 변수를 안고 있다. 급격하게 늘어나는 노인 인구에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거는 너무 당연하다. 풀타임잡만이 좋은 일자리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우리의 현실을 다 거기에 맞추기는 어렵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가 작년에 평균적으로는 9만6000명이었다. 최근에 어르신들 일자리는 30만개씩 늘어난다. 재정을 통한 노인 일자리 사업은 그중에서 일부분일 뿐이다."

Q : 타다 문제는 계속 저렇게 둘 건가.

A : "타다가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의 성패를 좌우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는 절대 아니다(웃음)."

Q : 데이터 3법이 통과됐지만 하위법령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업계는 얘기한다.

A : "이미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작업을 시작했다. 데이터3법이 발효되는 7월 전에 이 작업들을 끝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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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 사랑채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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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재정이 분명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



Q : 올해 슈퍼예산에 우려가 많다. 부처에서 요청한 것보다 더 많은 예산이 배정된 부처도 있다. 효율성 떨어지는 예산사업이 포함될 수밖에 없는데.

A : "공정위원장 2년 하면서 예산 편성방식에 문제점을 많이 느꼈다. 예산실 표현에 따르면 '블록 쌓기'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중기재정계획의 지출 증가율(5.7%)에서 시작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거치고 예산실에서 각 부처에 1차, 2차 가이드라인을 보내고 거기에 맞춰서 부처에서 올린 예산을 하나씩 받아서 쌓아가는 거다. 이게 전통적인 예산실 방식이다. 그럴 필요성도 있다. 사업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예산실 입장에서 챙겨볼 수가 있다. 문제는 큰 사업, 장기 사업 예산, 다 부처의 협업사업을 못한다. 이런 예산 시스템 하에서는 예산의 규모를 늘리는 문제도 있지만 그 예산이 정말 국민 경제의 장기적 생산성에 기여하는 예산이 짜여질까라고 하는 것에 의문을 가졌다. 작년 6월에 정책실장으로 오고 난 다음에 7월 2일에 예산실장과 세제실장을 만났다. 2020년도 예산은 그렇게 짜지 않겠다, 한 방에 끝내자고 했다. 그게 7월 2일이었다. 7월 중순에 대통령께 진짜 국회에 보낸 그 파이널 숫자를 보고하고 재가를 받았다. "

Q : 뭐가 달라졌나.

A : "그때는 일본 수출규제가 진행될 때였다. 소부장, R&D, 혁신, 일자리 이런 중요 테마는 한 부처의 일로 성과가 나오는 게 아니지 않나. 특히 소부장. 소재부품 장비의 경쟁력을 제고하자는 게 이게 20년 된 얘기인데 왜 성과가 없었나. 산업부의 일만도 아니고 과기부의 일만도 아니고 중기부의 일만도 아니면 그럼 같이 짜야 하는 거 아니냐. 그렇게 2020년 예산을 짰기 때문에 R&D 예산 24조원 그다음에 소부장 예산 특별회계 2조원의 편성이 가능했다. 최근 장관 워크숍에서 올해 국정기조와 협업 예산을 토론했다. 2020년 예산이 통과되는 날부터 2021년 예산을 짜겠다고 했다. 다부처가 협업해서 장기적으로 갖고 가야 할 사업들을 미리미리 짜야 된다.

올해 8월 말까지는 이런 방식으로 단순히 양을 늘려서 유효수요를 만들어내는 예산을 넘어서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생산성에 기여하는 예산을 짜기 위해서 노력할 거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거 잘 알고 있다. 경제학자인데 그걸 왜 모르겠나. 9%대의 예산증가율을 영원히 갖고 갈 수는 없다. 단기적으로도 필요할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유효하고 생산적인 그런 예산을 짜려면 이제는 규모에 대한 논쟁에서 벗어나서 예산 하나하나를 제대로 된 준비를 거쳐서 짜야 한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정부가 경청하고 있고 마음 속에 담고 있다. 다만 지금은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임이 분명하다. 양뿐만 아니라 질에서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믿어달라. "

박승희 논설위원, 서경호 경제에디터

정리=윤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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