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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Go! 스타트업] 세상에 없던 토익 학습법... "AI 교육 허브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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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준 뤼이드 대표 인터뷰… UC버클리 출신 연쇄 창업가
2017년 AI 토익 학습 솔루션 ‘산타토익' 선봬... 매출 급성장
"AI 교육 허브 될 것… 역사에 남는 회사 되고 싶어"

토익 점수가 필요할 때 앱을 켜면 ‘인공지능(AI) 튜터’가 커리큘럼을 설계해 준다. 예제 10개를 풀어보는 것만으로 약점 파악이 완료됐다. 학원에 갈 필요 없이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나만의 맞춤 강의를 본다. 출제 유형을 망라한 1만 개의 예제 중 AI가 선별해준 문제를 풀고 초고속으로 점수를 올린다. 신개념 토익 학습 솔루션 ‘산타토익’이 바꾼 학습 풍경이다.

산타토익은 교육 스타트업 뤼이드(Riiid)가 2017년 처음 선보였다. 서비스 고도화를 거쳐 2018년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했고, 1년 후엔 매출이 두 배로 뛰었다. 작년 6월엔 ‘시리즈 C’ 투자를 유치, 총 400억원 규모의 누적 투자 유치를 달성했으며 12월엔 미국 뉴욕에서 열린 ‘AI 서밋 뉴욕 2019’에 국내 스타트업 중 유일하게 참가해 뉴욕타임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산타토익의 누적 이용자 수는 110만 명. 데이터에 따르면 하루 동안 학습했을 경우 평균적으로 129점 상승이 가능하다. ‘495점이던 토익점수가 2개월 만에 900점이 됐다’는 이용자도 나왔다. 모두가 안 될 거라며 말렸던 ‘AI와 모바일’을 앞세워 토익 학습 시장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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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준 뤼이드 대표.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교육업계는 보수적입니다. ‘누가 이동하면서 스마트폰으로 공부를 하나. 모바일은 안 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죠. 하지만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모든 서비스가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는 거대한 트렌드가 있었고, AI를 활용해 개인화, 비용 절감 등 확실한 효용을 제공하면 안 될 것도 없겠구나. ‘성공하면 이 시장을 우리가 다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강남구 뤼이드 본사에서 만난 장영준 대표는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진입 장벽을 쌓는 전략이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뛰어드는 것보다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장 대표는 미국 UC버클리 경영대학 재학 중 투자은행 메릴린치에서 근무하다 졸업 후 2014년에 뤼이드를 설립했다. 뤼이드 설립 전 구글 출신 김창원 대표와 미국에서 웹툰 스타트업 타파스미디어를 공동 창업하기도 한 연쇄 창업가다.

여러 시험 중 토익을 고른 것도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토익은 △AI 기술 접목이 용이한 객관식 시험 △교육 서비스 구매 결정자와 서비스 이용자가 일치하는 시험 △시장 규모가 큰 시험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했다. ‘산타토익 1.0’으로 진행한 실제 테스트 결과는 놀라웠다. 모바일로 학습하는 비율이 높지 않을 것이란 고정관념과 달리 종이 학습지보다 학습량이 더 많았다.

"한국교육개발원 통계 등을 보면 종이 학습지를 사서 절반 이상 푸는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산타토익 1.0 버전으로 테스트를 했는데, 모바일 환경에서도 이용자가 300문제 이상씩 풀더라고요. 이 서비스가 성공할 거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AI 성능을 끌어올린 현재 버전의 경우 이용자 한 명당 평균 800~900문제(문제집 1.5권 분량)를 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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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토익 서비스 설명 페이지. /산타토익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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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이드는 토익 외에 미국 대학입학 시험인 SAT, ACT 분야 진출도 앞두고 있다. 최근 산타토익의 성공으로 비슷한 시도를 하는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기술력이 앞서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뤼이드의 R&D(연구·개발) 인력은 40여 명으로 전체 직원의 절반에 달한다. NIPS(세계 신경정보처리시스템 학회)에 AI 논문을 발표하는 등 학계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물론 그의 창업 여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뤼이드 창업 직전인 2013년에 한국에서 한 차례 교육 분야 창업을 시도했다가 공동창업자가 회사 자금을 들고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극복하고 이듬해 다시 뤼이드를 창업해 현재에 이른 것이다.

장 대표는 "창업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성공시키는 건 창업가 기질이 있어야 가능한 것 같다"며 "남들이 봤을 때 안 되는 사업이라도 내가 보기엔 꼭 성공할 것 같다는 확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결국 현실화하는 능력이 창업가 기질"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창업하기 전 인도에서 위파사나(Vipassanā, 마음 챙김)라고 하는 명상을 통해 고통을 객관화하는 방법을 배웠다"며 "대단한건 아니고 어려운 일이 닥칠 때 바로 반응하지 않고 일단 바라보는 건데, 이런 방식을 통해 위기에 좀 더 잘 대처할 수 있게 된 거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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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도 명상을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러스트=허인회



장 대표의 목표는 뤼이드를 교육 분야 AI 플랫폼 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결국 교육 분야에서도 AI가 필수적인 솔루션으로 떠오를 텐데, 그 변화를 돕는 대표 업체로 자리매김한다는 포부다.

"교육업체들이 AI 기술 기반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허브,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싶어요. 산타토익은 AI 기반 교육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본보기인 셈이죠. 뤼이드를 피해갈 수 없게 만들고 싶습니다. 뤼이드 때문에 다음 세대가 새로운 학습 방법을 가지게 된다면 큰 업적을 이룬 회사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역사에 남는 AI 스타트업이 되는 것이 궁극적인 꿈입니다."

박원익 기자(wi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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